지난 주 신간 목록에서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책은 단연 『베토벤(길)』이다. 음악학자이며 지휘자인 얀 카이에르스가 지은 베토벤 전기. 우리한테 알려진 베토벤의 모습이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하나씩 밝혀내고 있는 서양 음악계의 연구 결과를 이 책에서 집대성한 것 같다. 역사상 첫 베토벤 전기의 작가는 친구였던 안톤 쉰들러인데 그가 베토벤의 삶을 왜곡시킨 주범이기도 하다고 한다. 또한 베토벤을 낭만주의 영웅으로 부각시키면서 베토벤 전기 작가로 더 유명해진 로맹 롤랑 역시도 베토벤의 진면목을 우리한테 보여주지 못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읽힌 베토벤 전기는 그의 책 『베토벤의 생애』이지 않나 싶다…

베토벤의 일생이 어느 누구보다 극적이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 역시 역동적이었다. 절대왕정이 무너지는 상황을 누구 못지 않게 환영했던 베토벤이지 않았던가. 그 당시 베토벤은 교향곡 제 3 번을 나폴레옹한테 헌정하려 하였지만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었다는 소식에 격분해서 악보에 자필로 쓴 ‘보나파르트’를 지우고 대신 ‘한 위대한 인물의 기억을 기념하기 위해서 작곡’했다고 적었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그래서 영웅 교향곡이 되었다. (이마저도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한다.) 그가 완성한 교향곡은 모두 9 곡이지만 청중들의 애정이 담긴 별칭이 붙여진 곡이 무려 4 곡이나 된다. 제 7 번의 정식 명칭까지 합치면 5개가 된다. 베토벤의 작품 중에서 특별히 교향곡에 주목하여 쓰여진 책이 나성인이 지은 『베토벤 아홉 개의 교향곡(한길사)』이다. 올해 8 월 신간 목록에 있었다.

그동안 국내에서 출간된 베토벤 전기, 평전, 에세이 등을 기억나는대로 모아 본다. 출간된 지 10 년이 지났지만 메이너드 솔로몬이 지은 『루트비히 판 베토벤(한길아트,2006) 1,2』 모두 품절 상태인 것은 안타깝다. 특히 박홍규가 한국인의 시각에서 쓴 『베토벤 평전(가산출판사,2003)』이 절판된 것은 너무나 안타깝다. 클래식 애호가로서 문득 클래식 음악만큼 귀하디 귀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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