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내는 클래식 음악에 열중하고 있다. 매일 한두 곡씩 클래식 음악 선율의 곡명을 알아내는 재미에 빠져 있다.

곰곰 생각해보니,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내가 혼자 있을 때 클래식 FM 방송을 듣는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후에도 라디오를 켜면 바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걸 당연하게만 여겼지, 아내의 꾸준한 음악감상을 생각해보지 못하였다. 아내가 아예 라디오의 주파수를 고정시켜놓은 것이었는데… 내가 주말에 집에 있는 동안 클래식 FM 방송을 듣느라고 맞추어 놓지만 주중에는 아내가 좀더 듣기 편한 방송을 찾으면서 다른 방송국의 주파수로 바꿔진 것을 자주 보았기 때문에 그리 생각하지 못하였던 같다. 라디오를 켜자마자 클래식 음악이 바로 들리더라니. 아내의 지적인 탐구 생활이 취미가 되고 있음을 이제야 눈치챈다.

아내가 클래식 음악을 듣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나한테 곡명을 물어오는 경우가 잦다. 나보다 음감이 뛰어나서 한 번 들은 곡인데도 곧잘 선율을 흥얼거리기도 하지만 곡명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내가 대꾸하듯 망설임 없이 무슨 곡이라고 말하면, 어떻게 단번에 맞추냐며 아내는 놀라기 일쑤다. 그러나 나도 유명한 작품이나 내가 즐겨 듣는 곡들을 알고 있을 뿐 모든 곡을 알지 못한다. 나도 곡명이 궁금하면 HoundSound 앱을 사용해서 알아내기도 한다. 앱이 검색에 실패하거나 앱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에 곡명을 모르고 지나치기도 하지만 말이다. 최근에 아내한테도 앱을 사용해서 곡명을 편리하게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아내는 신세계를 발견한 마냥 너무나 좋아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요즘 아내는 매일 앱으로 곡명을 알아내며 클래식 음악을 하나씩 익히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주만 해도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과 ‘꽃의 왈츠’, 리스트의 헝가리 랩소디 제 2 번, 헨델의 하프 협주곡, 코플랜드가 작곡한 ‘대중을 위한 팡파레’ 그리고 헨델의 ‘왕궁의 불꽃놀이’ 등을 감상곡 목록에 올렸다고 자랑했다. 귀에 익숙한 선율이지만 곡명은 생소하다고. 곡명을 생각하면 클래식이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곡명은 사람들이 편의상 붙여놓은 것이라서 몰라도 된다고, 어려운 이름 때문에 방해받지 말고 음악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내 생각을 말해주었다. 그럼에도 아내는 여전히 곡명과 씨름 중이다.

오늘 아침에는 선율을 흥얼거리면서 나한테 곡명을 물어왔다. 한편으로, 흥얼거리는 소리로 앱에서 곡명이 검색되는지 궁금해 했다. 내가 “꽃의 왈츠”라고 말하자 아내는 “설마” 하며 도무지 믿지 않았다. 며칠 전에 아내는 꽃의 왈츠를 들었다. 그런데도 곡명을 기억하지 못하고 유튜브에서 꽃의 왈츠를 찾아 듣고는 놀라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곡명을 맞춘 것보다 최근에 들은 곡인데도 자신이 곡명을 모른다는 것이 크게 자극이 되는 것 같았다.

클래식 음악의 곡명을 외우는 것이 어디 쉬운가. 특히 초보자한테는 더욱 어렵다! 나 역시 클래식 음악에 입문할 때 그랬었다. 아름다운 선율을 듣게 되면 나중에 다시 들을 수 있도록 방금 들은 곡명을 알고자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당시 하루 한 시간만 할애되는 FM 라디오의 클래식 프로그램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진행자가 알려주는 곡명과 연주자 이름을 놓치지 않고 받아적기 위해서 애썼던 때가 생각난다. 힘겹게 받아적은 이름이 틀린 줄도 모르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곡을 달달 외운 적도 있었다. 정말이지… 아내가 지금 그러고 있는 것이다. 한때 나의 초보 시절처럼 지금 아내 역시 초심자로서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발견하고 있으리라. 고진감래. 아내가 힘든 고비를 넘기를 기다리면서, 나처럼 클래식의 노다지 광맥으로 인생의 풍요를 느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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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9 13: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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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9 20: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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