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도
김정현 지음 / 역사와사람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10여년 전, 가정과 사회로부터 설 자리를 잃어버린 아버지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소설 <아버지>는 무려 100만이 넘게 팔린 베스트소설이 되었고 경제위기와 가족의 해체라는 시대상황을 배경삼아 위기의 아버지의 모습과 자식을 사랑하는 부정을 한가득 담고 살아가는 뜨거운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던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그 당시  ‘아버지 신드롬'과 함께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영화와 드라마로까지 제작되었던 기억이 난다.
이 <아버지>란 소설은 나에게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계기가 되었었다. 항상 의연한 듯 우뚝 선 아버지, 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눈앞에 둔 아버지가 그의 가족들에게 보여주는 눈물겨운 사랑을 가슴으로 느끼게 만들어 주었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애절한 아버지와 자식간의 사랑을 보며 가슴속이 먹먹해지며 눈물도 흘렸었다. 최근에 읽었던 


 <아버지의 눈물>이라는 작품에 등장하는 또 다른 아버지는 가족부양에 대한  책임감에 짓눌리어, 스스로 고립되어 가족과의 소통 부재로 진정한 가족의 소중함을 놓치고 마는 안타까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현재의 아버지들도  그때의 아버지나 크게 달라진것은 없다. 기러기 아빠니 펭귄아빠니 해서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살아가는 아버지도 여전히 존재하며  늘 안팎으로 시달리고 어디 하나 편히 의지 할 곳 하나 없는 아버지는 어쩌면 지금 이 시대를 대표하는 아버지상일지도 모르겠다. 두소설을 통해 한 가정의 아버지라는 위치에서 얻은 암이라는 불치병은 가장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기엔 여러 사람에게 치명적이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가장으로서 해야 할 일도 많을 뿐더러 그 많은 일의 역할 또한 한 가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암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주인공은 죽음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시점에서 자신의 지금껏 삶을 뒤돌아보는 일을 잊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그의 주변에 아내와 자녀들은 그 사실을 알기 전엔 그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어 했지만 그가 어떤 병을 앓고 있고, 그의 삶이 어느 만큼 남았으며 그로 인한 자신들 가슴속에 남편으로서의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자리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게끔 하는 이야기들이다.

 

소설 <36.5도>를 통해 만난 또다른 아버지의 상은 인간적인 아버지다. 중년의 세 남자와 세 여자의 사랑과 우정을 통해 지나온 인생의 가치를 재정립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어떻게 사는것이 진정한 삶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물음을 가지게 하는 소설이다.

어린 시절 경상도의 한 지방도시에서 자란 세친구는 끈끈한 우정을 이어왔지만 부모 세대의 인연에서 비롯된 상처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세 친구들의 삶을 통해 바라본 중년의 나이는 사랑이나 우정에 대한 가치를  확인하고 느끼기에는 쉽지않은 나이임이 틀림 없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친구는 늘 마음 한귀퉁이를 지켜주는 섬같은 존재들이다. 어린시절 가장 행복했던 그때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래서인지 중년의 나이가 되고 어느정도 안정된 위치에 다다르게 되면 그때서야 마음속에 늘 자리잡고 있었지만 꺼내지 못했던 어릴 적 친구들이 많이 생각나는것 같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나서는 그동안 살아왔던 환경들도 다르고 처했던 경험들도 다르지만 그들에게는 행복했던 그 기억을 마지막 보루같이 지키며 살았던것을 문득 깨닿게 된다.

 

이처럼 김정현작가의 소설에는 다양한 아버지가 등장한다. 아마도 지금까지 발표한 소설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것중에 제일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작가가 30대 후반에 쓴 아버지와 50대 초반에 느끼는 아버지는 분명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과거에 읽었던 작가의 아버지는 늘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아버지였다면 <36.5도>의 아버지는 중년남자들의 자신의 내면을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본 자아찾기의 여정이다. 소설을 읽어나가며 과거에 비해 조금은 여유를 느낄 수 있게끔 해준다고나 할까? 분명 과거의 아버지와는 차이가 있었다.  이 소설은 드물게 보게된  중년 남성을 위한 소설이었다. 중년의 나이에 자신의 인생을 재정립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한 인간으로서의 몸짓들이 어쩌면 전력질주를 하고난 후 숨을 고르며 느끼던 가슴의 통증과 같은 느낌이 느껴지기도 했던 몸안 깊은곳에서 부터 고요하게 울림을 느끼게 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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