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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탄실 : 김별아 장편소설,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 김명순의 삶 그리고 사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1
김별아 작가의 새작품.
2
[16.09.21 / p5-128]
한국 근대 여성 최초 소설가. 훔. 글쎄. 이 설명이 오히려 기대감을 낮춘다;; / ‘발가락이 닮았다’의 탄생비화. 와. 몰랐다. 당시 문인들이 서로 디스전을 펼쳤다는 것도 놀랍다. / 소설로 분류됐기에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그리고 김별아 특유의 그 화법이 이번 소재에서는 조금 거북하다. 그 점이 또 아쉽다.
[p104 중에서]
소설에서 ‘우연’이 얼마나 위험한 장치인지, 그녀는 안다. 원인없이 빚어지는 결과가 남발되면 소설은 유치하고 누추해진다.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 만든 이야기, 꾸며낸 이야기지만 그 엄연한 거짓을 독자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 우연은 소설의 치명적인 결함이라 일컬어지는 작위성을 극대화한다. 그런데, 때로 삶이 소설을 넘어버린다. 아니, 언제나 그런지도 모른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잘못 쓰인, 실패한 소설같은 우연의 발발.
[16.09.22 / p129-224]
탄실의 삶에 대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는 요즘 별로 없을 것이다. 특히 남자인 나는 더욱 더. / 처량하다. 처참하다.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탄실의 삶. 그 시절의 나였다면 어떻게 바라봤을까 궁금해진다.
[p187 중에서]
사교술의 기본은 자기의 감정과 생각을 숨기는 것이다. 그 ‘세련된’ 가면 위에 상대가 원하는 표정을 그려 넣는 것이다. 그녀로서는 흉내 내려 애쓰면 애쓸수록 실수와 잡음만을 빚어내는 기술이었다.
[p218 중에서]
울적한 마음이 의심을 부추긴 날에는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불행한 이에게 특별히 친절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남의 불행을 통해 자신의 행복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불행한 처지에 놓인 타인을 진심으로 가엾게 여기며, 최소한 저만큼 불행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안도한다. 인간의 이기심은 본능이다. 경계와 불안으로 가득한 만남의 뒷맛은 그들이 선물이라며 사 들고 온 과자처럼 수상스레 들큼했다.
[p221 중에서]
-아니 뗀 굴뚝에서 연기 날 리 있겠어?
(중략) 불을 때야 연기가 나는 건 분명하다. 그렇지만 불씨조차 제대로 일구어내지 못한 헛불질을 대화재인 양해서는 곤란한 일이었다. 더욱이 그것이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문제라면 허풍을 넘어 죄악일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함부로 말했다. 떠들었다. 소리쳤다.
-불이야!
[16.09.23 / p224-317(완)]
글로서 사람을 죽이는 이들. 그것이 칼부림인줄 모르는 이들. 그것이 칼부림인줄 알고도 휘두른 이들. 그 중에 우리가 흔히 아는 위인들도 있었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 / 조금 많이. 아픈 소설이다. 소설이라고 부르는데 어색한 기분. 여하튼. 이 작품은 두 가지 시선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 여성과 약자. 그리고 여성이면서도 약자. / 아까운 인재를 스스로 죽이는 조선. 그리고 대한민국. 지금의 여성부를 만든건 여성들이 아닌 남성들이 아닐까 하는 반성. 그리고 쌩뚱맞게 떠오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생각들.
[p234 중에서]
약자들이 동정을 받는 것은 약할 때뿐이다. 완전히 무력하여 조금의 위협도 되지 않을 때 구제받는다. 동정하고 구제하는 이들이 원하는 것은 약자들이 강해지는 게 아니다. 스스로 살아낼 힘을 얻어 동정과 구제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저항하는 약자를 원치 않는다. 약자가 경쟁자가 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 약자가 더 이상 약자가 아니기 전에, 도전이 위협이 되기 직전에, 동정과 구제의 보호막은 거두어진다. 그 미지근한 보호막 바깥은 칼바람이 몰아치는 혹독한 싸움터다. 선택지는 간명하다. 얼어 죽거나 맞아 죽거나, 투항해서 영원한 약자로 살거나.
소설에서 ‘우연’이 얼마나 위험한 장치인지, 그녀는 안다. 원인없이 빚어지는 결과가 남발되면 소설은 유치하고 누추해진다.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 만든 이야기, 꾸며낸 이야기지만 그 엄연한 거짓을 독자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 우연은 소설의 치명적인 결함이라 일컬어지는 작위성을 극대화한다. 그런데, 때로 삶이 소설을 넘어버린다. 아니, 언제나 그런지도 모른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잘못 쓰인, 실패한 소설같은 우연의 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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