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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문명 - 별과 우주를 사랑한 지동설의 시대
박용숙 지음 / 소동 / 2015년 4월
평점 :
이 책의 저자는 박용숙이란 분으로 동덕여대에서 미술사를 가르쳤고, 미술평론가로도 활동하다 2002년 정년퇴임한 것으로 나와 있는데, 소설가로도 등단하였다고 한다.또 인문학자로서 인류의시원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철학,고전,미술,역사,과학등 분야을 망라한 독서로 동양과 서양문명,샤머니즘과 근대문명(기독교,불교,유교 등)을 학문적으로 통섭하는데 천착해 왔다고 한다.
동아시아 문화의 원류라는 시베리아 샤먼에 관심이 있어 펼쳐 보게된 책인데, 샤먼문명에 대한 도상학적 고찰이라고 소개되었듯이 샤먼의 세계, 그 방대함과 동서양을 넘나드는 저자의 지식대방출에 혀를 내두르게된다. 그런데 너무 허무맹랑, 황당무계를 넘어 해괴망측하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기독교,불교,유교 등 고등종교이전에 지동설을 믿었던 샤먼의 시대가 있었고, 청동거울로 대표되는 청동기 문명이 곧 금성(비너스)문명이었는데 이 금성이 지구의 사계절을 지배했으며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이 문장은 '사람농사'를 뜻하는 메타포라는 주장이다.
이건 뭐 국수주의 사관에 집착해서 펴낸 허접한 책과 같은 부류인가 싶지만 그렇지도 않다. 상당히 그럴듯한 역사적 자료(동서양의 고분,동굴벽화, 유물,그림 등)을 자신의 주장에 맞춰 배열해 놓았는데, 안타까운 것은 읽는 독자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할 배경지식이나 반박할 능력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네덜란드의 에셔가 그린 뫼비우스의 띠(1963년, 게멘트뮤지엄)는 사실상 샤먼의 용을 조형화한 것으로 지구궤도가 만들어낸 비가시적인 중력장을 가시화했다고 할수 있다. 용은 4차원의 존재이며 이곳이 다름아닌 죽은 자의 혼백이 떠돈다는 구천이다. 그림의 개미들은 구천이 4차원의 원리로 되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행진으로 구천을 돌고 있다."(164,165쪽)라는 주장.
제7장 수의비밀이라는 항목 " 현대의 실존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는 상징이라는 말을 암호로 고쳐 썼는데 그는 이 말이 '초월자의 형이상학'이라고 했다. 샤머니즘 시대의 초월자인 샤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우주와 인체의 비밀을 말 할때 '수' 라는 암호를 사용하였다.<주역대전>은 이렇게 말한다. 이치가 있은뒤에 이미지가 있고 이미지가 있은 뒤에 수가 있다. 역은 이미지를 통해 수의 뜻을 알게되므로 이미지와 수는 한몸이다."(245쪽)
또한 두꺼비가 난자의 이미지라는 것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조개에서 태어나는 아프로디테 그림(기원전 7세기, 아테네 국립박물관)을 보여주면서 "아프로디테는 바다 속 조개에서 태어나는데 그 어원은 거품을 뜻하는 그리스어 '아프로스'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난자를 운반하는 의례를 '헤르세의 의례'라고 하는 것도 헤르세가 이슬의 뜻으로 어린동물의 난자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중국문헌에는 항아가 서왕모의 선약을 훔쳐서 달로 도망가 두꺼비가 되었다고 기술 되어있다".(363쪽)
뭐, 할 말이 없다. 그냥 덮을까...라면에 막걸리나 마실까 하다... 그림이라도 봐야지...
이미 전작 '샤먼 제국'에서 인류 문명의 시원인 샤머니즘을 역사의 본무대로 올리는 동시에, 역사의 중심에서 왜곡되었던 고대사의 얼개를 찾아 헤로도토스, 사마천, 김부식이 기술한 역사를 짚어나가며 오류를 바로잡았다고 하는 저자.(이 책에서는 중국의 진시황제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과 동일 인물이라 주장했다고 함) 젊은 시절 샤머니즘에 꽂혀 인사동 헌 책방과 고분 발굴현장,굿판을 쉼없이 찾아다니고, 동서양의 숱한 관련서적을 탐독하였다고 하는데 이에 기반한 미술평론으로 이미 미술평론계에서는 이단아로 취급받는 모양이다.
그러나,우리나라 역술계나 무속계에서는 이미 이름이 드높아 아이돌 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듯하다.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쇄도하는 강의요청에 출장강의 다니는 것으로 보아, 그 열정과 정력만큼은 인정해 드려야 겠다. 솔직히 이런 책이 우리나라 출판문화진흥에 얼마나 이바지할런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