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더 전에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마지막 노랫말을 들으며 나중에 결혼하면 이렇게 살아야지 생각했다. 연애는커녕 첫사랑도 하기 전일 만큼 이성에 늦게 눈떴는데 어찌 결혼에 대해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랬다. 


해가 저물면 둘이 나란히 지친 몸을 서로에 기대며

그 날의 일과 주변일들을 얘기하다
조용히 잠들고 싶어

돌아보면 이것이 내가 가진 결혼에 대한 로망이었다. 그리고 또 돌아보면 부모님의 결혼 생활이 그랬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 밤, 갑자기 잊었던 일이 생각나 안방 문을 벌컥 열었을 때, 뭐라뭐라 아이처럼 말하는 엄마와 그걸 들어 주는 아빠의 모습의 모습에 놀라 문을 살며시 닫은 적이 있다. 그림 엽서같이 남아 있는 장면. 부모님의 생활에는 내가 미처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고 한편으로는 그 모습에 행복하기도 했다. 가끔 우리 앞에서 부모님의 신경전이나 말다툼이 있기도 했지만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건 그 기억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이 노래를 들었을 때 그날 그 모습이 떠오른 것도 우연은 아니었을 것이다. 신랑을 만나 연애하는 동안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어둔 공원에 둘이 함께 앉아 그의 노래를 이어 들으면서 나는 조금 울었다. 그리고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지만 슬퍼하는 내 옆에서 조용히 토닥여 주는 모습에 그의 노랫말처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의 노래가 아니었어도 미래에 대해 생각했을 것이고 꿈을 꾸었겠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람은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받고 살까. 피를 나누지도 않았고 일면식도 없지만 그는 내 인생에 참으로 큰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래서 나는 참 고맙고 미안하다. 최근 복면가왕에서 그의 노래가 이따끔 나올 때마다 눈물이 나고 웃음이 나고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원통하고 분노할 일이 이토록 많은 세상에도 감사하고 기쁜 일이 많이 일어난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자란 것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의 노랫말로 꿈꾸었던 것처럼 평범하지만 반짝이는 일상을 함께 만들어갈 사람을 만난 것도 얼마나 감사한지. 좋은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걸 기억하고 그에 감사하고 더욱 씩씩하게 살며 현실에 맞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음악대장, 당신이 누군지 첫 소절 듣고 바로 알았지만 모른 척하며 즐겁게 듣고 있어요. 멋지게 노래해 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당신의 노래도 실컷 자유롭게 부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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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출퇴근 지하철

잠자기 전 신랑 옆에서

휴일 낮에 뒹굴거리며 읽는 걸 좋아해요.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아직 전자책은 못 읽겠어요. 스마트폰도 꽤 늦게 쓴 편인데 전자기기에는 좀 보수적인 것 같아요.

읽으면서 좋은 구절이나 다시 찾아볼 부분 등은 꼭 접어 놔요. 다 읽은 뒤에 필사하면서 다시 펴놓구요. 신랑은 책장을 접거나 메모를 전혀 하지 않고 아주 깨끗하게 봐서 놀랐어요ㅎㅎ 저는 제 책은 참 지저분하게 보거든요. 어릴 때 다른 사람 물건을 내 것처럼 다루라고 해서 당황한 적이 있어요. 나는 다른 사람 건 조심해서 쓰고 내 건 막 쓰는데 어쩌지.. 하면서ㅎㅎ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다시 봄이 올 거예요

만물과학(두 꼭지 남겨 놓고 마무리를 못하고 있네요)

엉클 텅스텐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동생과 자취하면서 집이 좁으니까 시골로 보내거나 다른 사람 주거나 기증하거나 돈 없을 떈 팔면서 줄였어요. 절대사수해야 한다고 생각한 책들은 결혼 뒤에 다 가지고 왔는데, 다시 책들이 불어나고 있어 어째야 할지 모르겠어요. 신랑은 책장을 더 사라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또 끝이 없어서... 참고로 전에는 좋아하는 어린이책 그림책은 아이 있는 집에 다 나눠줬거든요. 시골에 보내면 엄마가 동네나 교회에서 나눠주셨고. 그러다 보니 같은 책을 몇 번이고 다시 사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이제는 정말 좋아하는 책은 한 권씩 갖고 있으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 공간이 더 모자란 것도 같네요.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역사책을 좋아했어요. 초등 고학년~중학교 때 아빠가 사신 가람기획의 <100장면 시리즈>를 특히 좋아했구요. 박은봉 작가님의 오랜 팬이었지요. 몇 년 전에 실제로 뵈었는데 굉장히 떨렸어요. 아빠는 제가 인생을 삐딱하게 보는 건 천성도 있지만 그 책들 때문이라고 하세요ㅋㅋㅋ

그리고 만화책! 제 인생의 8할까지는 아니어도 만화책은 큰 부분을 차지해요. 만화책에 대해 부모님이 전혀 야단치지 않아 자유롭게 봤고, 용돈 모아서 산 게 300권은 될 거예요. 지금도 좋아하구요.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박제가의 <묘향산소기>를 좋아해서 관련 자료를 찾다가 1964년에 '기행문선집'이란 제목으로 북한에서 출간되었다는 걸 알았어요. 헌책방을 돌고 돌아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구했는데 부모님이 보시고 이 책 가지고 있어도 되냐 하며 놀라셨어요^^;;;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박제가, 허균, 정도전

어릴 때부터 좋아한 분들이에요. 아빠가 너는 왜 처형당하거나 유배간 사람들만 골라 좋아하냐면서 천성이 반골기질인가 보다 하셨는데ㅋㅋㅋ 정말 매력적인 사람들이고 만난다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아요!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시간의 역사... 지금껏 몇 번을 시도했는데 넘나 어렵네요ㅠㅜ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다시 봄이 올 거예요.

끝내지 못한 건 아니지만 하루 한 편 이상 보지 못하는 책이에요. 그래고 다 읽으려고요.


빛의 물리학

어렵지만 재미있게 읽고 있었는데 잠시 벽에 부딪혀서 진도가 안 나가네요ㅠㅠ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시리즈가 된다면)                               시리즈가 안 된다면)

코스모스                                        코스모스

마녀 배달부 키키 시리즈                        신 이야기

은수저 시리즈                                   제노사이드


근데 무인도에 간다면 책 말고 사람 데리고 갈래요. 신랑이 있으면 책 백 권 있는 것보다 즐거울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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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이 올 거예요 -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 이야기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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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이나 <잊지 않겠습니다> 등등의 책들을 사놓고서는 거의 읽지 못했다. 읽어야지 하면서도 감당하기 힘든 슬픔에 책을 덮기를 여러 번... 책장 한켠에 꽂힌 책들을 볼 때마다 미안함이 더욱 밀려왔다. 그리고 이 책을 보자마자 주문을 하고, 도착한 책을 만져 보면서 이 슬픔과 미안함을 안고 다 읽어야지 생각했다. 첫 장을 읽을 때부터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는데 곁에 있던 신랑이 손을 꼭 잡아 줬다. 그 뒤로 하루 한 편씩 읽는 중이다. 오래 기억할 일이라는, 지인의 말이 떠오른다.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잊혀질 것이다.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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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 민주주의, 역사, 인권, 자유
이김 편집부 엮음 / 이김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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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다 어떻게 출력하지 고민하던 차에 정말 반가웠어요. 틈틈히 읽고 있는데 방송으로 못본 내용들 볼 수 있어 좋고,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역사의 한 페이지에 오래도록 남을 일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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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꼭 안아줄 것
강남구 지음 / 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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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란 아직 도착하지 않은 편지와 같다'는 구절을 십여 년 전 좋아하는 만화책에서 본 뒤,

지금 알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한 감정들이 언젠가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내 안에 차오를 수 있다는 걸, 삶에서 직접 겪은 뒤로 나는 누군가의 현재 모습 뒤에 감춰진 과거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아주아주 조금이라도 더 깊어지게 되었다면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리하여 둘만 남은 작가와 특히, 어린 아들이 어느 순간 겪게 될 깊은 상실과 슬픔이 벌써 안타깝고 가슴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이토록 건강하고 사랑이 넘치는 아내와 엄마를 가진 그들이기에 

언젠가 몰아쳐 도착할 감정들을 아프지만 꿋꿋하게 잘 견뎌 내리라는 확신도 동시에 들었다.

살아 있는 존재는 모두 스러져 간다.

아무리 사랑하고 사랑하는 존재일지라도 예외는 없다는 이 명제 안에서

그럼에도 우리는 누군가를 끝없이 갈망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

냉정한 현실에 결국 사라져 가는 나와 너의 소중한 존재들,

달리 보면 이 힘든 현실을 헤쳐가게 해 주는 힘의 원천들.

너무나 사랑하는 존재들이 갑자기 사라질까 두려워 우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아직 오지 않은 시련을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내 손을 잡고 있는 이들과 하루하루 힘껏, 행복하게 살아가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지금 꼭 안아줄 것,

지금 내 맘에 품은 사랑을 보여 줄 것.

조금 더 용감해지고 솔직해질 것.

엉엉 울면서 읽으면서도 웃게 만들어 준

이 책의 작가와 어린 아들, 그리고 가족들의 행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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