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후 시즌 1 : 초회판 (5disc)
KBS 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전지전능한 존재가 갑자기 나타나 시공간을 초월하는 여행을 시켜준다면, 내 수명의 몇 년쯤은 포기할 수 있겠다는 상상을 유난히 많이 하던 때가 있다. 인생의 암흑기는 아니었고 내가 가보지 못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극에 달했던 십대 중후반 시절. 지금도 그런 제안을 받는다면 기꺼이 응하겠지만 그럴 일이 없다는 게 함정. 여튼 닥터후를 처음 봤을 때는 그 시절 내가 찾던 바로 그 존재라는 생각에 무척 들떠서 엄청난 속도로 에피소드를 찾아봤다. 9대 에클닥 10대 테닥까지, 4시즌에 걸쳐 이뤄진 러셀후의 세계는 지금 보기에 조금 촌스러울지 모른다.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정말 유쾌하고 신나는 모험의 향연이다. 유난히 좋아하는 에피소드를 꼽을 수도 있지만 시즌 전체가 다 좋다. 듬직한 보호자 느낌의 에클닥도 다정한 남자친구 같은 테닥도. 맷 스미스가 연기한 11대 닥터는 아직 챙겨보지 않았는데, 나에게는 이 두 사람이 여전히 짙은 여운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스티브 모팻은 천재니까 아마 엄청 재미있겠지! 한 드라마가 이렇게 오랜 시간 진행되었다는 게 참으로 놀랍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긴 시간을 이어온 닥터후는 그 자체로 역사가 되었다. 부디 그 시리즈가 또 다른 사람들의 손을 거쳐 더 오래 이어지길. 무엇보다 50년이 된 걸 축하합니다! 그나저나 닥터는 언제쯤 행복해지려나ㅠ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주 호텔 - 초등 6학년 1학기 국어(가) 수록도서 생각숲 상상바다 3
유순희 지음, 오승민 그림 / 해와나무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 그림부터 제목까지 눈에 띈 책. 그리고 가슴에 깊이 남을 책. 오밀조밀 모여 있는 집들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모두 우주를 여행하는 외계인들이다. 그 안에서 다들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 하나하나가 새삼 궁금해진다. 모두 자기만의 우주에서 평안하길 바라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냥 내가 보지 말아야지.

알라딘이 한 사람이 아니듯 출판사도 한 사람이 아닌데. 

개인의 선택이니까 뭐라 참견할 수는 없지만, 어디가 나쁘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나는 안 그러는데 너는 왜 그래라는 가정이 깔려 있는 것 같아 불편하기도 하고. 내 오지랖도 태평양이긴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내일로 기차여행 - 대한민국 내일러의 위대한 멘토!
구지선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표절 시비 문제가 있는 걸로 아는데 정말 너무하네요. 출판사의 대응에 어이없고 화가 나는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에 가는 길 느림보 그림책 11
심미아 글 그림 / 느림보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잘 웃고 잘 울고 잘 먹고 싫증도 잘 내는 나는 감탄도 잘한다. 이번 생에 얻은 특기라면 특기인 것들이다. 감정의 오르내림으로 피곤할 때도 있지만 일상에서 기대하지 않은 반짝임을 마주할 때가 많으니 장단이 맞다고 생각한다. 

<집에 가는 길>을 봤을 때는, 그런 장단으로 흘러온 인생의 작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해는 그저 매일 뜨고 질 뿐일 터인데, 어쩐지 그날의 노을은 곱고도 고와서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입을 벌린 채 오래도록 바라본 기억이 나에게도 있으니까. 더 생각해보니 그런 순간 하나하나가 내 과거를 촘촘히 채우고 있다. 넓고 넓은 하늘에 천천히 떠가는 커다란 구름, 모내기가 끝난 논 위로 비치는 하늘, 나뭇잎을 흔들며 바삭바삭 노래하는 동네 어귀의 커다란 나무, 오월 봄날에 흩날리던 아카시아 꽃잎, 태풍 오던 날 엄청난 소리로 울며 부딪히는 모습이 격렬한 춤 같았던 숲, 별똥별 떨어지는 새벽 하늘, 가족들과 돗자리에 누워 보던 까만 밤하늘... 사실 특별한 일들은 아니었다. 넓은 논이 있고 작은 개울이 있고 낮은 산들이 있는 시골에서 놀며 학교 다니며 살아가던 일상 속에서 마주한 것들이니까. 다만 그 짧은 설렘과 떨림을 느낄 수 있던 것은 특별하다는 생각도 든다. 
고향을 떠나온 지 몇 년이 지났고 이제 그 기억들은 더욱 아련해지면서 한편으로 미화된 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서울은 견디기 쉽지 않은 일들이 참 많은 곳이니까. 그렇지만 '정동진이 별거냐. 어디에 있든 어떤 마음으로 느끼느냐가 더 중요한 거'라며 우리 동네 뒷산에서도 새해맞이를 할 수 있다는 아빠 말에 실망하면서도, 막상 해 뜨는 광경에 가슴 벅차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서울에서도 밤하늘에서 별을 보고 기뻐하던 순간이 있었지. 공원에서 개구리 울음소리에 작은 민들레에 반가워한 기억도 있구나. 그래, 어디에 있든 해는 뜨고 꽃이 피고 아름다운 일들이 내가 모르는 순간 순간을 채우고 있을 것이다. 시절이 괴롭고 가슴 답답하고 화가 나더라도 그 순간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잃지는 말아야지. 노을을 마주한 소년의 얼굴을 보며 살짝 눈물이 난 것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