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서 쑥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한동안 나는 가려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해야 할 것을 알아보고 노력하려 했는데 모르는 사이 부담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아니면 호르몬의 작용이거나. 엄마와 통화를 하다가, 이거 이거는 먹으면 안 좋대. 나 좋아하는데... 하며 말끝을 흐렸더니, 엄마는 약만 빼고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라고, 그런 걸로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너 가졌을 때 먹고 싶은 거 다 못 먹은 게 엄마 한이야..라고 했다. 그 말이 왜 그리 위로가 되던지, 나는 그 다음날 떡볶이와 초코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서야 내가 요 며칠 많이 우울했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에게 전화해 몰랐는데 우울했고 어제 통화하고 나서 실컷 먹고 기분 좋아졌다고 했더니 엄마는 그런 것 같더라고, 목소리가 기운 없고 그 내용도 어째 우울한 것 같았다며, 가려야 할 것도 있고 조심해야 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니 그것만 생각하라 하셨다. 약과 더불어 콜라는 안 먹었으면 좋겠다고도. 스무 살 적 콜라를 끼고 살던 때가 있었는데 엄마는 차라리 사이다를 마시라고 했지. 킥킥거리며 알겠다고 답했다. 

이런 마음에 대해 신랑에게 말했더니 이 다정한 사람은 자기가 몰랐다며 미안해했다. 나도 몰랐는데 자기가 어떻게 알았겠느냐고 미안해하지 말라고 하며 이 책을 보여 줬다. 요즘 신랑은 자기 전에 이 책을 조금씩 읽고 있다. 주말에는 나보다 먼저 일어나 탐독하기도 하고. 꼼꼼한 사람이라 꼼꼼히 읽으며 다짐도 하고 부담도 느끼고 그러는 것 같았다. 책을 덮으면 늘, 육아는 힘들구나, 엄마들이 고생이 많구나 하며 아빠가 해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고민하는 눈치다. 내가 먼저 읽고는, 그 제목이 셋이서 쑥대밭의 줄임말이래! 했더니 으아아 하며 커다란 눈이 더 커졌다.

자기 전에 10분이라도 눈 보며 대화하기로 하고 그걸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지키고 있는데, 임신한 뒤로 우리의 이야기는 조금 달라졌다. 아직 세상에 없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늘고 있다. 이렇게 살고 싶어, 저렇게 하고 싶어와 혹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만약 이런 때에는 등등 사소하고 구체적인 상황과 그에 대한 서로의 생각이 궁금하다. 늘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해도해도 재미있다. 

정신 없어서 너무 빠르게 지난다는 그 시간. 그치만 내 시간이 된다면 실감나지 않을 것이다. 지나고 나서야 그 말이 그 뜻이었구나 하겠지만 아직 우리에겐 멀기만 한 미래고 헤쳐가야 할 과정이니 온갖 생각과 부담이 교차하기도 한다. 그래도 나 혼자만 가는 게 아니니까, 우리 세 식구가 함께 걸어가는 길이니 함께 발걸음 맞춰 가야지. 가끔 느려지고 쉬어 가더라도 셋이서 같이. 그러다 보면 언젠가 셋이서 쑥 자라나겠지. 물론 우리도 싸울 테고 울기도 할 테고 때로 서로를 원망도 하겠지만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아이도 우리 두 사람도 함께 또 한 뼘 자랄 것이다. 그것만 믿고 간다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제 뭐 먹었어? 11
요시나가 후미 지음, 노미영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생에게 선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빌리 배트 17
우라사와 나오키 글.그림, 나가사키 다카시 스토리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꼬이고 꼬인 줄거리 속에 엉킨 실제 역사. 여전히 결말이 궁금한데 그 전 내용이 가물거린다ㅠ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용기의 별 1
야마다 요시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땅의 끝을 찾아 걸었던 사람들은 바다에 막혔지만 배를 만들었고

배를 만들어 바다를 건넌 뒤에는 하늘을 보기 시작했다.
결국 지구가 허공에 떠 있는 별임을 확인한 사람들은 이웃을 찾아 다시 탐험을 시작했고,
창백한 푸른 점 지구의 이웃들에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새로운 대항해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얼굴의 사람들이 서로 만났을 때 그들은 피를 흘리며 다투었고
그렇게 시작된 피의 역사가 지금까지 긴 오해와 불신을 낳으며 갈등하고 있다.
과연 우주에서는 어떻게 될까?
이 넓은 우주에서 지구인은 어떤 의미인지, 어떤 위치인지 나 역시 궁금하고 그래서 이런 만화나 책이나 영화 등등을 보는 것일 테다. 누구도 답을 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생각거리는 던져 주겠지.
<용기의 별>을 보며,
그 의도가 어떻든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다는 것과
그럼에도 그 땀과 노력이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예상보다 훨씬 진지하고 재미있는 이 만화의 결론은 어떤 것일까?
의도와 결과가 어떻든 결말이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사와 리쿠 - 상
호시 요리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내 마음에 훅 들어온 <인사이드 아웃>. 희노애락 어느 것이든, 네가 느끼는 감정은 모두 괜찮은 것이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하라는 귀여운 이 작품은 내 마음 어느 곳에 숨어 있던 그 시절 나를 불러들였고 결국 울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하는 그림책도 살펴보았다. '울면 바보다. 울지 말고 웃어라' 같은 노랫말처럼, 과거 의도적이든 의도하지 않았든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지던 어두운 감정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연스러운 일이고 한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흐름 가운데 이 만화의 주인공 리쿠는 또다른 안쓰러움으로 다가왔다. 예민하고 영민하여 부모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아채는 이 아이는, 사람의 진심을 믿지 않는 외로운 존재다. 거짓 눈물과 냉소로 무장했지만, 그 깊은 마음속에서 혼자 울고 있었을 리쿠가 생각지 못한 공간에서 생각지 못한 자신을 깨달아가며 감정을 해방시키는 모습은 세상 어디에 정말로 존재하는 사춘기 소녀의 모습 같아 마음 아프면서도 대견했다. 그걸로 이 만화는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먹었지만 여전히 어설퍼서 거짓으로 무장하고, 힘으로 누르려는 어른들이 불쌍하고 안쓰러워도,

그걸 다 참아 주고 봐주고 맞춰 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로 인해 때로 갈등하더라도 

너만의 생각을 갖고 너대로의 삶을 살면 된다고,

세상 모든 리쿠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