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연애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8
마키 사쓰지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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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늠할 수 없이 지나가버린 과거, 언젠가의 시간속 나를 내려다본다. 흐릿한 공간들. 내가 탐독하고 있는 한권의 책, 한페이지에는 사건현장의 그림이, 그 옆 페이지에서는 사건개요를 나타냈었었나? 희미한 기억이다. 아무래도, 한페이지안에 짧은 설명과 한장의 그림이 있고, 바로 그 뒷면에 추리에 대한 해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 아무래도 모르겠다. 어쩌면 기억들은 이다지도 '완전'하지 못할까. 다만, 기억할 수 있는 건 그때의 놀라움과 경이로움 이었을 것이다. 보여주지 않았지만 결국 보여지는 것들, 말하지 않았지만 결국 말속에 남아있던 것들. 도무지 알 길이 없을 것 같던 사실들을 여러가지 근거로 포착한 것들을 보며, (아마 그리 수준이 높진 않았으리라 생각하지만) 내가 느꼈던 그 마음속의 탄성은 여느 유년의 기억과 같이 아련하게 흩어져 있다. 미스터리소설을 자주 읽지 않는 내게 이 <완전연애>는 전혀 기억하고 있지 않던 그  향수를 불쑥 불러왔다. 본격적으로 책을 좀 읽기 시작하면서 처음 읽은 미스터리소설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완전연애'

 

상대에게 그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완전연애' 라는 책의 표현을 생각해보면, '짝사랑'과 비슷하면서도 약간은 다른면도 있는 것 같다. '짝사랑'은 상대가 알고있으면서도 외면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포괄하지만, 이 책에서 정의하는, '완전연애'는 그렇지 않다. 본인 외에는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 그것이 바로 '완전연애'다.

 

 

 

이야기

 

2차 대전이 한창일때 연합군의 폭격으로 가족을 잃은 기와무는, 후쿠시마의 작은 온천마을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큰아버지 댁에서 지내게 된다. 그 여관 별채에는 화단의 거장 고보토케가 묵고 있었고, 뒤이어 그곳으로 오게되는 그의 딸 도모네를 본 기와무는 마음을 빼앗긴다. 곧 일본이 항복하고, 미군이 진주하게 됨과 동시에 많은 것들이 바뀌어 가는 때에, 기와무가 있는 여관에 드나들며 도모네에게 치근덕대던 미군장교가 시체로 발견된다.

 

 

 

사회 - 개인

 

(침략국이든 아니든 국가의 권력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한 개인이 맞닥뜨려야 했던 전쟁의 잔혹하고 느닷없는 죽음에서 비껴난 기와무는 가타나카케의 여관에 도착함으로써 그 위협에서 실제적으로 멀리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큰아버지 집에서 만나게 된 실상은, 실질적인 유형의 무기가 횡횡하는 국가적 차원의 전쟁보다 더 직접적으로 피부에 스며드는, 내적 전쟁의 발발에 다름 없었다. 기와무에게 가타나카케 여관에서, 자신보다 여러면에서 (특히 실제적인 '힘' 에서) 월등한 어른들과 지내는 나날은,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지켜야만 하는 '전쟁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결국, (전후 세대를 제외한) 대다수의 삶을 파고드는 것은 거대한 세계사가 아니라, 일상적인 개인사 일 테니깐.

 

더 나아가, 이것은 한 개인, 한 시대의 이야기만은 아닐수도 있다. 2차 대전에서부터, 불과 몇년 전 (2000년대) 에 이르기까지 각 인물들의 개인사와 거대한 시대사는 이 이야기가 한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을 넘어서, 다양한 인간 군상들에게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며, 단순히 한 사건의 시작과 끝을 이야기함으로써 특정 사건의 해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한 사회와 개인간의 관계를 통해 보다 많은 것들을 이야기 하려는 듯 보인다. 명확히 분절될 수 없는 시대적 특성이 미묘하게 개인의 삶에 끼치는 영향 혹은 공통점 또한 분명 존재하는 듯 보인다. '누군가를 지킬 수 있는 힘' 이야말로 전쟁에서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 이니깐.

 

 

 

 

트릭 이상의 것들

 

첫번째 사건을 제외한 이후의 사건들은 모두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채 이야기가 진행된다. 또한 모두 주인공과 연결된 틀 안에서 일어나고, 작가(마키 사쓰지)는 마치 예고편처럼,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충분히' 언급하며(책 본문에서 언급된 '거짓말하지 않되, 다 말하지 않는' 미스터리 소설의 룰처럼) 진행한다. 그로인해 이 <완전연애>는 거의 서스펜스의 형식을 지향하면서도, 애초 캐릭터가 갖는 한계 (각 인물들의 직업과 관계)를 과잉 초과하지 않으며, 그로인해 긴장감을 깊게 고조시키는데 온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지 않는다. 즉 (참으로 인간적이게도) 주변의 산재한 다른 일들로 인해서 인물들이 사건의 해결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있지 않다. 

 

 이것은 구조적으로 본다면, 직/간접적으로 기와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의 틈에서 여러 서브플롯들이 메인플롯의 가장자리를 기웃거리며 독자가 '딴청'을 피울 수 있게 해주는 셈이다. (물론 그 사이에도 메인메뉴는 일정한 속도로 독자에게 달려오고 있다.)

 이것을 서사/문학적으로 본다면, 끝을 향하기 전까지 남겨진 여러가지 의뭉한 점들은, 기와무를 중심으로 한 인물들의 (심리보다 더 깊숙한 곳에 있는)내면에 집중하게 해준다. 이야기를 돋보이게 하고 이끌어 나가는 것은, 각 인물들의 내면과 사소한 행동, 곧 기와무를 중심으로 한 각각의 기구한 삶인 셈이다. 한 소녀를 향한 소년의 작은 순정에서 부터 시작한 기구한 삶 말이다.

 

미스터리 소설의 본질을 잃지않으면서도 연애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는 이 <완전연애>는 읽는 이에 따라서 '미스터리'가 장치가 될 것인지 '연애'가 장치가 될 것인지 나뉠 뿐이다.  대체 작가가 지향하고 했던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왜 한 인간의 긴 삶의 여정을 우리에게 펼쳐 놓았을까. 적어도, 이 책을 보며 지녀야 할 태도는 '자 어디 내가 쩔쩔맬만큼 굉장한 트릭들을 펼쳐놔봐!' 하며 혼자서 팔짱끼고 있는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분명, 이 <완전연애>는 사건을 해결하고 그 구조를 파헤치기 위해 폭주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풀어야 할 것은, 몇 개의 사건을 구성하는 복잡한 트릭이 아니라, 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한 인간이 (자신을 비롯한 타인에게 남겨놓은) 족적(足跡) 인 것이다.

 

 

 

영원불멸한 미스터리 

 

<완전연애>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실마리는, 인물들의 심리와 의도에 있다. 이야기를 관통하는 것은 정교한 기계적 트릭이 아니라, 개인을 휘청이게 하는 변화무쌍한 '심리적 트릭'이다. 곧게 뻗어나가는 한 인간의 순정이다. 결국 내가 책장을 덮고 확인한 것은, 단순한 사실이다. 진정한 미스터리는 살인에 있지 않고 '사랑'에 있다는 것. 곧 '사랑만한 미스터리는 없다.' 는 것. 모든것은 순정에서 시작되고, 순정에서 끝난다. 그리고 나아가, 그 '드러난 형체'가 있기까지의 과정으로 말미암아, (오로지) 유추해볼 수 있는, '감춰진 형체'의 그것이야 말로, 이 <완전연애>가 애잔해지는 이유이며 다른 것들과 차별되는 '트릭'인 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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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을 담뿍 머금은 듯 색이 빠져나가고 번져버린 추억들을 되짚어 본다. 내게 있었던 '완전연애'를 떠올려 본다. 내가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던 그 어린 시간들. 어쩌면 거기엔 (그러니까, 세상에는 우리가 결코 믿을 수 없는 일들도 왕왕 일어나니깐) 누군가가 나를 향했던 '완전연애' 도 있을지도. 짓궂은 친구들에 의해서 밝혀진 그런 것들이 아닌, 완전하기 때문에 너무나 아팠을, 먼지쌓이고 바랜 추억속에서의 나와 누군가를 음미해본다. 이제 서두에서 궁금해 했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다시 느낄 수 없을것만 같은, 결코 그때의 감정일 수 없을 그 '완전연애'의 추억, 희미해진 그 추억을 상기시키는 이 이야기가 그때의 나를 눈앞에 내놓았기 때문이리라. 당신의 '완전연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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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걸작 미니북 컬렉션 - 전6권 - 모랫말 아이들 + 아름다운 그늘 + 풍경과 상처 + 어린 왕자 + 연금술사 + 순례자
김훈 외 지음, 김화영 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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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 앙증맞은 사이즈.. 연말연시, 책을 사랑하는 분들께 분명 최고의 선물이 될 거에요. 두꺼운 책만 장식이란 편견을 버리고!ㅋ(읽기에는 쪼금 무리수가 따를지도 모르지만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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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 Travel Notes, 개정판
이병률 지음 / 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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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너'라고 쉽게 칭할 수 없는 것은, 그 '너'라는 것이 정말로 그때의 나에게 '너'였던 그 사람을 지칭하는지, 아니면 이 비누거품에 담갔다 나온 듯 뿌연 표지의 이 책을 말하는 건지 나도 좀처럼 모르겠기 때문이다. 이 책, 이병률이라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때 처음 들었다. 그저 좋았다. 열정에 관한, 청춘에 관한, 사랑에 관한, 이별에 관한, 여행에 관한, 삶에 관한, 결국... 사람에 관해서 셀수없는 별만큼 많은 이야기 보따리를 영원히 풀어낼 것만 같은 이 책이 좋았다. 이미 이성적 사고란 어딘가로 귀향보내고 바닥에 있던 감성들이 박박 긁어져 먼지처럼 날리던 그때, 그래서 쉴틈없이 재채기를 쏟아붓던 그때, 나는 그토록 나를 간지럽히던 감성입자들을 어딘가에 쏟아부을 것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것이 바로 이 책이었을 것이다.

 

지금보다도 더 시를 멀리했던 내게 이 책은 하나의 반짝이는 보석과 같았다. 언어가 이렇게 빛날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때 처음 느낀 황홀은 내게 깊게 배어있는 상처를 잠시나마 낭만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것은 단순히 세균이 침투하고, 딱지가 생기거나 혹은 덧나거나 최악이라면 흉터가 남을 수 있는 그런 상처가 아니라, 그 상처가 한 인간을 안으로 훌쩍 더 자랄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상상도 해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그것은 잠시였을 것이다. 초침에 한발씩 밀려 생이 앞으로 나아가고 결국, 해야할 일이 지난 몽상을 휩쓸어가면 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터. 그렇지만, 모르긴 몰라도 밤의 무게가 느껴지던 그 수많은 밤들 중에 분명 몇날 몇일을 나는 이 책으로 버텼으리라.

 

나는 아프면서도, 이 책이 나를 즐겁게 해줄 때 피식하며 웃었고, 행복한 이들을 봐도 질투내지 않았다. 글이 아파하면, 내 등뒤로 나를 받쳐줄, 나와 똑같은 각도로 서로의 등을 마주대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고마워했다. 한 단어로 곤궁하게 표현되던 것들이 이토록 간절하고 견고한 수식어로 포장되어 각양각색의 사유로 변신하는 것이 놀라웠고, 세계 어디에서든 인간의 감정사이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음에 놀라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참 좋았던 것은, 그 우연성이 아닌가 싶다. 방심하던 내게 던져주던 질문들, 사유들, 혹은 단상들, 혹은 편린들. 전 우주적으로 존재해왔기 때문에 당연히 저 하늘꼭대기 위에 걸려있을 것만 같았던 범 우주적 주제들이 중력을 받아 지상으로 내려왔고, 영혼을 부여받아 그 어디라도 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엇다. 그뿐인가, 마치 제각각 흐려지는 기억처럼 페이지 하나 표시되어 있지 않은 이 불친절함은 어떤가, 페이지를 뒤져보며 어디까지 읽었나 세어보던 (얼마되지 않던)나의 습관이 무력화 되었을 것이다. 이야기로 나눠두긴 했지만, 사실 페이지가 없는 마당에 그것으로 굳이 이야기를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그래서 이책은, 아주 우연히, 우연한 순간에 우연한 이야기와 만나게 해준다. 그저 무언가, 그의 이야기가 다시금 궁금해질때, 우리는 어느곳을 펴기만 해도 좋았다. 그가 정해준 곳도 없고, 우리가 정한 곳도 없다. 그저 우리는 우연에 기댈뿐이었다. 우연에 기대어 때로는 죽인다는 표현을 쓰고싶은 이야기를 만났고, 어떤때는 별 특별한거 없는 날이네 하고 이야기 하고픈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즈음 이 책을 이렇게 다시 만났을때는 왜인지 예전과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대부분 꽤 멋지고, 아주 가끔 평범했던 이 책이 바로 친구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마치 누구나 화장실을 가고 방귀를 끼듯, 이 책도 내겐 그런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다. 특별함과 평범함을 모두 간직한 오래된 벗 처럼. 어쩌다, 책을 펼쳤을 때 시시한 이야기라 해서 조금이라도 시큰둥 해지기만 한다면야 페이지 표시하지 않은 이를 향해 구시렁 거리고 싶건만, 그 평범함에서 그의 사람 내음이 더 진하게 풍기기도 하더라. 거기에서조차 아직도 그가 남기고 간 발자욱이 남아있는 것 같아서 마음 한켠이 쓸쓸하기도 하며 말이다. 때론 일상이 더 큰 존재감으로 밀려오듯 그랬다.

 

다시 한번,너를 만났을 때를 떠올린다. 수 많은 삶 중, 나의 삶, 그중에서도 폭풍과 같은 시기, 그 중에서도 그 여러 서점에서, 그 수많은 책들 중에서 이 책이 내 손에 쥐어지게 됬었음을 알게된다. 어딘가에 갈무리 하지 않고, 어딘가를 펼쳐봐도 그의 일기같은 독백도 좋고, 가을밤 같은 사색도 좋다. 그저 우연의 어딘가에 그 문장들이 있어서 좋다. 나처럼 모호해서 다행이고, 나만큼 짠해서 반가우며, 나보다 순수해서 좋고, 나보다 앞서 그 아픔과 불안을 쓸어담았기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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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가족 레시피 - 제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
손현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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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소리 같지만, 일단 책을 읽기전의 들었던 생각은, 과연 이들 가족은 얼마나 불량한가! 라는 것이 가장궁금한 화두였다. 사실 문학에서 불량한 가족사야, 심심찮게 혹은 자주 등장하는 화두지만 청소년소설이라는 한정된 범위안에서 얼마나 불량하고, 또 그것들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가 궁금했던 것이리라.

이야기는, 학생들에게 어쩌면 가장 필요하면서도 교육정책의 면에서 꽤나 등한시되는 도덕 이라는 과목의 선생님이 자서전을 써오라는 숙제를 내주면서 시작된다. 자서전이라 함은, 그래도 나름 자랑할 거리라던가, 자신의 생에 자부심이 있는 이들이 쓰는 것일텐데 (그것도 때로는 대필작가까지 동원해서) 파란만장한 가족들 품에서 살고있는 여울이는 과연 어떻게 그것을 풀어낼 수 있을까?

자서전에 대한 여울이의 고민으로 인해, 대략적인 이 가족의 내력을 살펴볼 수 있다. 이미 두집살림을 차려놨던 할아버지에게 속아넘어갔던 할머니, 세 부인을 거쳐갔지만 결국 아무도 남지 않은 아빠, 그런 아빠와 크게 다르지않은, 정말로 길 잃은 기러기 신세가 된 삼촌, 첫째부인이 낳은-기저귀를 차고있어야만 하는 오빠-와 둘째부인이 낳은-배가 삼겹이 되는 언니- 그리고 셋째부인이 낳은-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는 고등학생 여울이. 게다가 여울이또한 고등학생 신분에, (나이트)클럽도 가고, 술도 하고 식권 위조도 해본.. 그야말로 콩가루 집안의 이야기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팔순이 넘었지만 따발총같은 잔소리를 늘어놓는 할매와 항상 충돌하는 언니로 시작하는 이 가족으로 인해 여울이는 언젠가 가출이 아닌 '출가'를 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울이가 충동적인 마음을 누르고 차근차근 출가를 준비하는 모습은 피식하고 웃음이 나올뿐만 아니라 대견할 정도였다. 사실, 이정도의 가족사였다면 나는 아마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어디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법한 가족사 아닌가? 그러면 사실 여울이의 참을성또한 보통의 현실에선 보기드문 인내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것은 내가 겪지않은 현실에 대한 오만함 이라고도 충분히 생각된다. 항상 현실은 허구보다 더 끔찍하니깐) 그 인내심의 근원은, 명민한 현실인식과, 고등학생의 선을 넘긴하지만 그래도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는 좋은친구들, 그리고 코스프레 라는 것을 통해 잠깐씩 현실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던 점이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파국이라면 파국이라도 할 수도 있는 어느 지점으로 치닫는 파란만장한 시기에, 여울이가 버틸수 있던 점들은 많은 청소년들에게, 그리고 나아가 그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에게 (매우 상투적인 표현으로 치자면) 시사하는 바가 많다. 


조금은 불량한, 조금은 괜찮은 친구들

 여울이의 친구들과 여울이의 행동은 사실.... 못말린다. 음주를 하고, 나이트를 가서 춤을 추고.. 그럼에도 친구들과 여울이는 어떤 선을 넘지는 않는다. 한 멀쩡한 가정에서 본다면 어지간히 속썪는 일일테지만, 제각기 그 반항의 이유도 있음직한 그 친구들은, 소박한 탈선은 했을지언정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은 하지 않을줄 아는 현명함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것들은 여울이가 콩가루 집안에서, 먼지처럼 떨어져나가지 않고, 가끔 바람같이 떠돌다가도 이내 돌아오고야 말게끔 해주는 좋은 버팀목이다.


현실의 캐릭터 벗기


 이야기의 중심 소재이기도 한, 코스튬플레이. 여울이에게 코스튬플레이는 자신이 주어진 가정의 한계를 잠시 벗어나는 일이었다. 현실이란 옷을 입고 학교에 다니는 17세의 여고생이 아닌, 모두가 캐릭터 복장을 하고선 개인의 이력에 대해 아무것도 따지지 않는 코스프레의 세계에서 말이다. 여울이에게 이 세계는, 현실안에 존재하지만 현실의 바깥이기도 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코스튬플레이는 그렇게 현실의 도피이기도 하면서도, 먹먹한 현실에서 쉽게 거머쥘 수 없는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현실을 좀 더 '잘' 바라볼수 있게 해주었을 것이다.


밉다밉다 해도, 긴시간을 함께한 가족

 사실상 오빠와 삼촌간의 충돌은 거의 없다고 비교될 정도이지만, 아빠와 할머니, 언니와의 충돌은 여울이의 고백을 빌리면 정말 못봐줄만한 수준인데.. 그럼에도 여울이가 그들의 테두리에서 버틸 수 있던점은, 그들이 실은 따뜻했다, 라기 보다는 그들이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를 여울이가 차차 조금씩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종국엔 서로 뿔뿔이 흩어져서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가족의 연은 끊지못하는 그들의 가족애(?) 를 통해 자신의 나아갈 길 또한 엿봤기 때문이리라.


꽉 부여잡고 있는 순수

 사실 여울이가 빗나가도 빗나가도, 아예 튕겨나가지 않을 수 있던 점은, 근본적으로는 여울이가 본질적으로 착하고 배려있는 심성을 가졌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둘러싼 여러가지 험한 요건들이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하려는 시도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막장 드라마를 한편 본 느낌이다. 답답한 가슴을 펴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는데 아래층 계단 끝에 오빠의 파란색 티셔츠가 보였다. 오빠는 담배를 피우며 창너머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의 그 모습은 지금까지 본 모습 중에 가장 외로워 보였다. (127p)



이해를 시도하는 이야기..

사실 코스튬플레이는 나도 소싯적에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던 동경의 놀이였다. 지금은 사회적인식이 아주 약간 나아진 상태인진 모르겠지만 (사실 폄하하는 시선은 여전할뿐이고, 그것들을 다소 이해할 수 있는 세대들이 점점 사회에 발을 들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어쨌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이야기에서 그런 소싯적의 관심사를 발견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었다. 사실 여울이는 코스튬플레이에 대해서 어떤 어려운 이해를 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것은 자신에게 잠시 나갔다가 들어올 수 있는 비상구로써 그 역할을 충실히 했고, 여울이는 그것을 인정하고 꿰뚫어서 적절히 이용할 줄 알았던 것이다. 나같은 경우엔 그저 동경하는 만화캐릭터에 스스로 몰입하고, 삐까뻔쩍하고 뭔가 폼나는 그들이 부러웠을 뿐인데, 여울이가 코스튬플레이에 대해 갖는 생각은, 오히려 그때의 내가 부끄럽게 생각될 정도였다.

여울이의 코스튬플레이에 관해서는 조금 더 이야기 할 거리가 많다. 여울이에게 그 놀이는 어떤 터닝포인트라고 부를정도의 힘은 없었을지 몰라도, 만만찮은 어떤 사유를 가능케 한 큰 중심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엔, 천사옷을 입은 사십대의 아줌마가 있고, 여울이가 짝사랑했던 세바스찬이 있다.

코스프레 행사장에서 우연히 달라붙은 천사코스튬의 아줌아에게 추천받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를 읽고서 여울이의 반응은 이랬다.

"누군가 내게 묻는 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영원한 생명이며, 인간의 내부에 있는 것은 욕심이며, 결국 인간은 자기 자신의 힘으로 살아간다. 우리 가족을 생각하면서 얻은 답이다. 모두들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지,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으로 살아가는 인간은 단 한명도 없다"
(104p)

그럼에도, 후에 다시 천사코스튬의 아줌마를 다시 만났을때 여울이는 이렇게 깨달은점도 있다고 얘기한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 해도 남들이 관심을 보여 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요. 그건 서로 사랑하라는 아주아주 고리타분한 교훈이기도 하죠. 제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건요, 사람들 마음에 사랑이 있다는데, 어른들을 보면 사랑이 없는 것 같아요." (180p)

거기에 아줌마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게 말이야, 어른이 되면 얼마나 말이 늘어나는지 아니? 말이 잔뜩 늘어나서 자기가 내뱉는 말들에 발목을 잡혀 얽매이게 돼. 말을 통해서만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하지. 그러다 보면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마음을 전달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눈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 하지만 그 사람들도 알고 보면 마음 깊숙한 곳에 사랑이 숨겨져 있어."(180p)

여울이의 깨달음은 지극히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씁쓸하다. 하지만 그 아이가 어떤 과정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지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조용히 거기에 동의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에, 가족의 대부분이 '출가'를 하고, 아빠가 하는일은 이제 정말 '끝물'이 되어가고, 할머니는 양로원을 알아보러 다니는 와중에서, 아이는 그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떤 특별한 상황에서 얻은 깨달음이 아닌, 최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황들의 연속적인 연결의 틈에서, 그녀는 가족에게, 사람에게 관심-즉 사랑의 가장 큰 표현방법 이기도 할- 이야말로 얼마나 서로를 지탱해 줄 수 있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의지할 수 있는지 조금씩 알아갔던 것이다.

천사코스튬의 아줌마 말마따나,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말에 갇혀버리는 지도 모른다. 많은 어휘와 수사를 배우면서 점차 타인의 말, 그보다 타인의 진심에 귀기울이는 법을 잃어버리는 것이이다. 오직 말로써만 타인을 판단하는 것이다. 말로써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언젠가 그 한계에 부딪힌다. 그래서 우리는 여울이네 가족처럼 끊임없이 오해하고 충돌하고, 안타까워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만큼, 말이란것이 중요함은 간과할 수 없고,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앞으로도 그런식으로 살아갈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에 어쩌면 역설적으로 우리는 그 말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찾아야만 할지 모른다. 어쩌면, 현란하고 논리적인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즉, 말로 표현하다 잃어버린 '진심의 표현법'을 찾아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타인의 '입을 통한 말'이 아니라 '마음을 통한 말'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언젠가는, 나의 말도, 타인의 말도, 진심과 조금 더 닿아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그때야 말로, 한뼘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는건 아닐까? 그러니깐 나는 여울이가 아주 대견하고, 여타의 어느 어른들보다도 낫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공주는, 왕자님의 키스로 마법에서 깨어나... 한뼘 자라났답니다.

세바스찬을 향한 첫사랑의 실패는 여울이가 이미 예견했던 일이었다. 마치 자신이 처한 가족이 현실처럼, 피하고, 피하고 싶었던 진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바스찬 이라는 왕자는 결국, 키스로 인해서 그녀를 현실로 되돌려 놓는다. 물론 세바스찬의 이런 행동은.. 단순 실패한 사랑에서 보자면, 못된 짓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녀가 그것을 통해서 현실바깥에서 자신을 위로해주던 판타지에서 깨어날 수 있던 것이다. (물론 다소 상징적으로 말이다) 현실을 좀 더 똑바로 바라보기 위해서 말이다. 어느 책의 표현을 빌려서 이야기하자면, 비록 그것이 판타지나, 여타의 현실과 괴리감 있는 경험을 통해서였을지라도, 현실이라는 산의 능선을 한바퀴 돌아서 올라왔다면, 비록 같은 방위에 서 있을지라도, 그곳은 전혀 다른, 더 높은 성숙함을 바탕에 둔 현실이 아닐까. 어쩌면 '성장'이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에서 시작 할 테니깐.


그리고 그 '시도'는 우리와 항상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그 존재를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아온 '가족'이란 존재에게 먼저 드러서야 할 것이다. 여울이가, 자신의 '불량가족' 을 통해서 그 모습을 매우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니깐 말이다. 그래서 여울이는 콩가루가 산산이 흩어진 가족위에서 다시 소생을 꿈꾸며, 자신의 엄마를 기다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곧 신뢰할 수 있을테니깐.



파란만장 가족사, 사춘기 소녀의 일기장(혹은 17년 인생의 자서전)을 덮으며..

<불량가족 레시피> 는 놀랍도록, 소녀의 감수성이 극명하게 사실적으로 드러나있다. 어떨 땐 정말 (서사의 구조등이 아닌, 캐릭터의 대사나 생각의 표현을 미루어봤을 때) 이 작가, 정말 청소년이 아닐까?  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맨 뒤에 작가의 말에서 그 궁금증이 풀어진다. 작가는 직업때문에 청소년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들이 만난 청소년을 통해서 그들을 좀 더 가깝게 이해하고, 이 이야기를 써내려 갔으리라 추측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한 기성세대 작가가 쓴 이야기보다는, 파란만장 가족사를 지닌, 방황하는 사춘기 소녀의 일기장, 나아가 조금 특별한 17년간의 자서전 이라고 느껴졌던 것이리라. 그래서 나는 한편의 소설이 아닌, 좌충우돌 그 시절 한 소녀의 솔직한 일기장을 엿봤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어느정도 의구심이 들때도 있다. 개인적 경험에 입각해보자면, 17세에 이렇게 성숙할 수 있나? 혹은, 이 가족을 정말 이뻐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 ... 그렇게 생각해보고 나니, 나의 청소년기는 왜 이렇게 성숙하지 못했는지 책망도 들었다. 하지만 그러고보니 난 이만큼의 위기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남들만큼 고만고만했던 청춘은,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숙해질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솔직히 그 기회를 부러워하진 않겠지만..) 더욱이, 비슷한 환경이라면 나는 아마 이만큼 버티고 나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분명 지구 어딘가에서는 수많은 아이들이 이런 비슷한 가정속에서 고민하며 방황하고 있을 것이다. 그 아이들이, 이 책의 여울이만큼 조금 더 지혜롭고, 타인에 대한 이해의 시도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나는, '사회는 언제까지고 너희들의 환경을 측은해하지 않는다. 그러니깐!....' 이라고 밖에, 배부른 소리밖에 해줄 수 없지만, 그들을 온전히 이해했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겠지만.. 그들이 이렇게 성장했으면 좋겠다.

일전에, 아는 초등졸업생 에게 여기 <불량가족 레시피>에서도 언급된 <홈리스 중학생> 을 선물해준 적이 있다. 이책을 미리 읽었더라면, 대신 이 책을 선물해주었을 것이다. <홈리스 중학생>도 권장도서라 하니 좋은 책이겠지만, 이 책을 덮은 시점에선 조금의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아마 그 아이를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깐 그것은, '위태로운 가족안에서 타인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법' 을 만나는 것은.. 그 가족이 챙겨야 할일 일 것이다. 그 가족이 꼭 이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도, 그 일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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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터 1 : 식이조절 편 - 건강한 생활을 위한 본격 다이어트 웹툰 다이어터 1
네온비 지음, 캐러멜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미인' 이라는 기준의 변천사는 곧 그 시대에 걸맞는 이상적인 여성의 변천사라고 볼 수 있다. 현대인의 기준으로 보면 고도비만인 여성이 이상적인 여성상처럼 여겨졌던 아주 고대시절의 유물들을 보면 지금과는 다른 기준을 조금 짐작해 볼 수 있다. 농경사회, 사냥과 채집을 하는 옛날에는 다산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풍만한 몸매를 가진 여성들을 추앙했지만, 점차 한 가정에서 필요한 자식의 수가 줄어들고 힘으로 많은것을 해결했던 산업구조가 변화함으로써 여성들은 자기 만족과 더불어 남성들이 원하는 '시각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날씬해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역사가 기록되어있는 아주 옛날에도 미인의 기준에 날씬한 몸매가 들어가긴 하지만, 그렇다고 풍만한 몸매가 지금처럼 무시되고 힐난받는 시절까지는 아니었다는 기준에서 한 이야기다) 어쨌든, 의학의 발달과 미적 기준의 변화로 인해 날씬한-균형잡힌 몸매가 대세인 요즘, 이제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균형잡힌 몸매를 가져야만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으레 '다이어트' 라는 과정이 붙기 마련이다.

 

사실 균형잡힌 몸매란 결국 이상적인 몸매다. 그런데 그런 균형잡힌 몸매를 위해서 운동을 하는 것이야 부지런하면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쉽단 얘긴 아니다;) 보통은 살을 빼야 하는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살-지방이라는 것은 현대의 식습관을 인위적으로 절제하지 않으면 결국 쌓일수 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의학의 발달로 겉으로만 날씬한 몸매가 무조건 좋은게 아니라 체지방과 근육이 적절한 비율을 맞추는 것이 필요함에 따라 식습관 조절과 운동의 균형도 필수덕목이 되었다.

 

늘 다이어트를 끼고 살아야만 하는 것은 어쩌면 현대인의 비애다. 채소류나 가공되지 않은 고기등을 접했던 예전과 달리, 늘상 가공된 식품의 홍수에서 살아가면서도 그것을 적절히 조절해야 하니, 어쩌면 불운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게다가 그런 살들이 여러 성인병을 유발하기도 한다니, 우리는 결국 생존을 위해서라도 이 풍요로운 시대가 갖는 단점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이어트 라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중 하나인 식욕을 억제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고달픈 문제이다. 특히 거리에 넘치는 각종 고칼로리 식품과 더불어, 포화상태가 되다시피한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서 식욕을 억제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결국 이제는 시대가 원하고, 자신이 원하고, 건강이 원하는 몸을 만들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다이어터>라는 만화는 그 중에서 하나이다. 차고넘치는 자기계발서 마냥 차고넘치는 다이어트 방법중에서도 이 만화는..... 일단 재밌다. 그것도 꽤.

 

 

1. 만화적 재미를 읽지 않기

 

살이 찌는 속도와 살이 빠지는 속도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찌는 것은 소리없이 편하고 또 즐겁다. 먹고싶은 음식을 먹기만 하면 자연적으로 결과가 나오니깐. 하지만 빼는 것은 어떤가. 먹고싶은 욕구를 참고, 또 힘들게 운동을 해야한다. 그러니 살을 빼는게 즐거울리 없다. 시중에서 볼 수 있는 각종 다이어트 방법들도 효과적이라고 선전하지만 재밌다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그렇다고 이 <다이어터> 만화가 그 다이어트를 마냥 재밌게 해줄 순 없다. 결국 우리의 다이어트는 만화책을 덮었을 때 시작되는 거니깐. 다만, 일단 재밌게 두뇌-워밍업 할 수 있게 해준다. 다이어트를 주제로 하지만, 결국 만화적인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에 대해 알려주지만 재미를 잃지않는 스토리를 따라가는 동안, 다른 것들보다 비교적 쉽게 다이어트 상식들을 접할 수 있다.

 

모든 다이어터 들의 비슷할... 모습

 

우선 우리는 수지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늘 내일 시작 하겠다는 다짐, 이것만 먹고 내일 하겠다는 다짐, 대부분은 그렇게 다이어트를 오늘이 아닌 내일로 미룬다. 물론 모두 내일도 오늘처럼 그렇게 먹으리란 것을 이성적으로 알지만 그것을 애써 부정하면서 말이다. 어찌됐건, 주인공인 수지가 수많은 음식들의 유혹에 굴복하며 다이어트를 미루고, 그럼에도 살을 빼고싶다는 욕구는 공통인지라 현혹될 수 밖에 없는 각종 광고에 의해 다이어트에 돈을 쏟아붓는 것도 목격할 수 있다. 수지의 모습이, 경중의 차이는 있더라도 결국 많은 다이어터 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수지와 찬희의 만남

 

 

그런 수지 앞에 찬희 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헬스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자신을 거둬주고(?)있는 헬스장 사장이자 트레이너 에게 많은 불만이 쌓인 상태다. 그 찬희가, 사장이 자리를 비운사이 작정하고 수지에게 접근해서 `살을 빼주겠다`라는 명목으로 돈을 가로챈다. 하지만 결국 얼마안가서 찬희는 붙잡히고, 재기를 노리는 찬희는 다시한번 수지에게 접근하여 이번엔 진짜 살을 빼주기로 하고, 그녀를 코치하기 시작한다. 다이어트를 통해 날씬한 몸매가 되길 원하는 수지, 그 수지의 다이어트 감량을 자신의 업적으로 삼아 유명 트레이너가 되길 꿈꾸는 찬희, 상부상조, 윈-윈 하는 다이어트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아마) 단행본에만 있을 화실 후기

 

이런 스토리라인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만화는 다이어트를 주제로 하고 있지만 '만화적' 재미를 잃지 않는다. 아무리 다이어트에 대한 상식이 풍부하다고 해도 그것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보통의 다이어터 들의 일면을 보여주며 시작해서, 멘토와 같은 찬희를 만나 동거동락하며 다이어트를 하게되는 과정에서 울고 웃는 수지를 보며 우리는 우리와 비슷한 그녀를 응원하게 되고, 또 우리가 어떻게 다이어트 해야할지 생각해 보게 된다.

 

 

 

2. 과학적 유익함을 잃지 않기

 

 

 

 

물론 재미있는 스토리를 가졌다고 해도, 그것이 다이어트와 너무 동떨어져있으면 안될 것이다. 다이어터가 유익한 이유는 재밌는 스토리 속에서 다이어트의 기본이 되는 상식들과 더불어,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근거까지 만화적으로 잘 풀었단 것이다. 특히 근육과 지방의 관계를 의인화 함으로써 외워야만 하는 다이어트 상식 대신 그 원리를 공부하게 된다. 그로인해 왜 다이어트를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 손쉽게 알 수 있게 해준다. 겉으로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속까지 알게됨으로써 다이어트 방법 뿐만 아니라 지식과 원리까지 습득하게 되는 것. 그뿐만 아니라 수지의 회사에 있는 부장과 벌어지는 에피소드 등으로 인해 잘못된 다이어트 습관들이나 지식들을 바로잡아 줌으로써 각종 다이어트 지식들을 섭렵하게 된다.

 

 

만화의 특성상 휙 넘겨버릴 수 있는 정보들을 위해, 각 파트뒤에 나오는 상세설명

 

 

 

3. 이어서 하기!

 

 <다이어터>1권은 본격적으로 수지가 운동을 하게되면서 끝이 난다. 정확히 보면, 운동을 하면서 끝이 나는게 아닌, 찬희가 없는 사이에 폭식을 해버린 수지를 다시 일으켜 근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말이다. 식이조절편인 1편이 끝나는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다이어트는 이 책을 덮고 서야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만화)를 읽음으로써 '제대로' 알고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실 효과적인 다이어트 법이야 많이 있겠지만, 이렇게 '재밌고' 효과적으로 그려낸 게 어디 흔할까 싶다.

 

각 음식에 맞는 핑계를 만들어가며 섭취중인 수지

 

물론 이 책이 전문적으로 완벽한지는 모르겠다. 전문가가 아니니깐. 하지만 적어도 일반인에게 필요한 전문적 지식은 거의 다 녹아들어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책에서 많은 도움을 얻긴 하지만, 특수한 상황은 거기에 맞게 필요한 것들을 더 스스로 알아봐야 할 때가 있기도 함을 잊지는 말아야 겠다.

 

생활패턴이 불규칙한 나는 두어달전 결국 운동을 시작했다. 거기에는, 결국 야외에서 운동하는 것은 여러모로 더 강한 정신력을 필요로 한다는 이 만화의 조언이 많은 역할을 했다. 사실 난 아직 제대로 다이어트를 한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어떨땐 채소값이 너무 비싸고, 어떨땐 그렇게 만들어먹는게 너무 귀찮기도 하며, 일하다보면 규칙적이거나 혹은 음식을 가려먹거나 골라먹기 힘들때가 많다. (사람은 참 버라이어티한 핑계를 만들 수 있음을 새삼 느낀다) 어쨌든 그럼에도, 한번에 질릴때까지 먹는 과자를 1일 권장량에 따라 먹으려고 노력한다든지, 저칼로리 식품의 환상을 버렸다든지 하는 사소한 것부터 조금씩 습관이 들기 시작했다.

 

 

 

저칼로리 식품의 불편한 진실 

 

 

(어쩌다보니 세번째 언급하는데;;)결국 진짜 다이어트는 이 책을 덮으면서 시작되겠지만, 이 만화를 읽으면서 상승한 다이어트에 대한 욕구와, 즐겁게 습득한 깨알같은 상식과 정보들은 여전히, 수많은 다이어터들에게 든든한 멘토가 되어줄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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