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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억 속의 색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권장도서
미셸 파스투로 지음, 최정수 옮김 / 안그라픽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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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란 것은 적어도, 아니 정말로 우리 일상과는 때어놓을 수 없는 요소가 아닐까. 불을 끄고 컴컴한 곳에 있다면 오로지 형태만을 감지하겠지만, 자연빛이든 인공빛이든 그 아래에 있는 한, 우리는 늘 매일같이, 아니 어쩌면 항상 색을 만나고, 색과 함께한다. 하다못해 우리의 머릿결, 눈동자, 우리의 살갗에도 '색'이라는 것이 존재하니깐 말이다. 

이렇게 보편적으로 항상 우리와 만나는 것이기 때문인지, 혹은 항상 어떤 일정한 형태 속에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기 때문인지, 색은 우리에게 너무 가까워서 그것에 대해 특별하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흥미로웠다. 옷을 고르거나, 무언가를 살때도 색은 분명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무지해왔기 때문이다. 색이 갖는 어떤 일정한 상징에 대해 개괄적으로, 어렴풋하게 알고있는 것 이상으로 색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항상 색을 선택하고, 색에 감탄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던 수많은 색들을 생각하며.. 

기억에서 색의 문제에 대해 편파적이 되는 것은 비교적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 88 

하지만 이런 내 기대와 다르게 이 책은 색에 대한 개괄서는 아니다. 이 책을 고르려는 이들은, 이 책의 제목 <우리 기억 속의 색> 에 조금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색에 관한 개론이나 연구서보다는 기억속의 색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란 것이다. 그렇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저자인 미셸 파스투로의 기억을 중심으로 색을 더듬어가는 '에세이'다. 다만, 우리네 삶의 요소요소들을 따뜻하게 다뤄보는 여타의 에세이들과는 조금 다른, '색'에 관한 에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다른 에세이와 같이 쉽게 읽히지만, (저자의 직업과 관련한) 역사적, 과학적으로 접근한 색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러니 어떤 치밀한 분석적 방법으로의 색의 접근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조금은 고개를 갸우뚱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색에 관한 연구보다, '기억 속의 색' 그러니깐, 사람과 색의 관계를 다각적으로 다룬다. 

이런 형식 때문일까, 처음에는 예상과 달라 다소 당황했다. 색에 관한 어떤.. 과학적인 접근만을 예상해온 내게, 미셸 파스투로는 너무 쉽게 색에 관해 이야기 했다. 그는 자신의 기억, 혹은 누군가의 기억속의 색을 이야기 하면서도, 그 기억의 불확실성에 대해서 솔직히 고백하고 인정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색에 관련한 자신의 강렬한 경험을 토대로 풀어나가기 시작하는 이야기는, 온화하고, 때로는 세심하다. 또 틈틈히 깊이있고, 무엇보다도 개인적 인식이 만나는 색과 더불어, 충분히 역사적,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개인이 만나게 되는 색에 대한 경험, 기쁨, 두려움, 미신, 그리고 그 개인 주변의 인물들의 색에 대한 선입견이 끼치는 영향, 시대의 변화와 색에 대한 인식의 변화, 나아가 사회가 생산하는 색에 대한 정의, 개념의 변화, 적용, 대륙별 색에 대한 접근 태도.. 그리고 색에 대한 선택에 관한 문제를 다각도로 풀어나간다. 그것도 아주 꽤 잘 읽히게끔 풀어나간다.  

단어는 색에 무한한 힘을 행사한다. 색과 관련된 단어들은 그 색에 특별한 색조를 부여하며, 그 색을 학문이나 산업 분야의 색견본들보다 훨씬 더 몽환적인 색으로 만든다. 우리들 각자도 시인의 상상력과 화가의 감수성을 결합해 새로운 색을 창조할 수 있다. - 294

그래서 오히려 전문적인 지식이나 분석을 기대한 독자라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분명 저자인 미셸 파스투로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색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지만, 정리된 개념이라고 하긴 힘들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그녀의 이야기 속에 색에 관한 개인적, 사회적, 과학적, 역사적 담론이 충분히 녹아있다. 에세이 형식속에 녹아든 전문적 지식들은 너무 자연스럽게 그녀의 고백과 연결되어 있어 실제로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버리는 것이다. 다만, 이런 쉽게 읽히는 내용이기에 전문적 지식도 쉽게 간과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 조금은 주의할 점이랄까. 

책날개에 적힌 아래 글이 이것들을 가장 잘 설명해 주고 있기에 적어본다. 

미셸 파스투로가 60여 년을 사는 동안 보아온 색들에 관해 이야기 한다. 때로는 세심하게, 때로는 몽상적으로, 그러나 언제나 주의 깊게 증언한다. 그는 인간들의 '색에 관한 변덕'을, 색들에 관한 선호를, 시대와 나라, 개인에 따른 색에 관한 미신을, 색들에 관한 기피를 이야기 한다. 어린시절의 느낌들, 소소한 즐거움, 색에 대해 느낀 반감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늘 경쾌하고 정확하게 색의 복잡한 유희들을 해독해내며 결코 싫증을 내지 않는다. 그의 책 덕분에 우리는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색을 생각하게 된다. (라 캥젠 리테레르) 

생각해보니 색에 대한 굉장히 종합적인 접근을 꾀한 이야기들을 읽었다. 특히 어째서 우리가 선호하거나 꺼려하는 색이, 시대별, 지역별로 다른지, 색에 관해서 우리의 시각이 우선하는지 혹은 의식과 정의가 우선하는지 등등.. 워낙 종합적이고 다양한 이야기를 했고, 또 그것이 전문적이 지식이라 길게 풀어놓기는 그렇지만, 확실히, 복잡하고 많은 이야기들을 쉽게 접한 기분이 든다. 아마 진짜로 내가 색에 관한 개론서를 접했다면 머리터지게 책을 읽어야만 했을 것이다. 다만 이야기 했듯이, 전문적인 접근(사실 과학적이라고 하기보단 용어적, 언어적으로 전문적이었던 적이 있다)을 너무 가볍게 스치고 지나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천천히 기억속의, 일상속의 색을 음미하며 읽다보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리라 생각한다. (단, 색에 대한 선호도와 기준또한 개인, 국가마다 차이는 있는지라 우리나라의 실정과는 조금 다른 부분들도 더러 있다. 우리나란 최근까지도 약국에서 여전히 녹색 십자가를 쓴다던가, 하는 것들?)

어쨌든, 부담스럽지 않게, 색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가 정의하고 생각하는, 그저 심미적, 상징적 색의 의미를 넘어, 몽환적인 동시에 정교한 색의 세계를.  

나에게 색은 살아 움직이는 존재, (......) 우주의 진정한 주민이다. 선은 지나가기만, 화폭을 가로질러 이동하기만 할 뿐이다. 선은 그저 통과만 할 뿐이다. - 177 (이브 클랭의 말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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