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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
안도 다다오 지음, 이기웅 옮김 / 오픈하우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사진전, 미술전, 영화제, 만화축제 등은 사실 숱하게 많다. 시대를 거듭할수록 그런 예술들은 대중들 곁으로 다가오려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그런 반면에 왜 평소에는 건축을 예술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너무 가까이 있어서일까. '어디에 가면 볼 수 있는'이 아니라 어디에도 존재하는 것이 건축 아닌가. 매일 집에서 밥을 먹으면서 푸드스타일리스트처럼 밥을 장식하지 않듯, 그저 거주의 목적으로 매일 우리가 만나고 또 보는 건축들을 보노라면, 역시 건축은 실용이라는 가치가 우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철근과 콘크리트로 표방되는 현대의 건축에서, 거주의 목적으로 지어지는 건축들에서 뚜렷한 개성을 찾는 것은 힘들다. 각 나라마다 조금씩 그 디자인과 분위기의 미묘한 차이는 있을지라도, 이전의 건축들의 차이점 들과 비교해서 본다면 그것은 차이의 축에도 끼지 못한다. 안도 다다오 또한, 이런 면에서 이런 획일적인 건축술에 대해서 언급하고 넘어가기도 하는데, 그가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엄연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가 인지하든 아니든, 어디에서, 누군가는, 건축을 자신의 열정을 다바칠 예술로써 만나고 있다.  

안도 다다오는 그런 사람이었다. 푸드스타일리스트에게 음식의 표현이 곧 예술이 되 듯, 건축가인 그에게 건축의 구상과 설계는, 실용과 맞닿은 하나의 예술이었다. 건축가의 책이라 해서 나는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모른다. 건축가가 하는 얘기니 분명 공간을 떠올리게끔 하는 이야기가 많을 테고, 그런 부분에서 다소 취약한 내게 그것은 또 한번 난감한 문제였다. 더욱이 이 책은 중간과 끝에 일정부분을 할애해서 그의 작품사진들을 포함시켰기에, 29가지로 나뉜 이야기들을 명확히 따라가기에는 조금 난해한 감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가 말한, 그가 상상하게끔 하는 건축의 이미지를 멋대로 상상하며 책을 읽어보려 했더니, 곧 다른 이야기가 보였다.  

이 책은 그의 여행에세이 이자, 예술에 관한 담론, 건축에 대한 상념들로 이루어져 있다. 스무살 무렵, 이곳저곳을 때로는 어느 예술가를, 어느 작품을, 혹은 그저 그 지역을 만나기 위한 그의 여행은 차곡차곡 그의 내면에 쌓여, 그를 건축가로 만들어 버렸다. (물론 그가 본격적으로 건축가가 되기 전의 짧게 언급되는 그의 이력들도 흥미롭다)  

(여행에세이라는 시각에서 본다면) 보통의 여행 에세이가 그 지역의 사람들과 여러 상념들과 감정에 주목한다면, 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은 확실히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행이야기가 있다. 그렇다고 표현적인 부분에서 특별히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 부분을 통해서, 건축에서 느껴지는 딱딱한 느낌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의 열정과 도전정신은 그의 건축에 충실하게 반영되고 있었다.  

그의 건축중에 오사카에 세운 교회의 설명을 읽으며, 사실 별로 특별한 감흥을 느끼진 못했다. 그런데 그것을 잠시 잊고, 다른 여행기를 읽고, 다른 건축을 그려보다, 만난 몇페이지에 걸린 그 교회의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소문으로 듣던 것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아마 그 사진부분에서 그의 작품들을 몇개 짚어보며, 나는 그 안도 다다오라는 인물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하게 되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그의 글들은, 건축가의 열정에 맞추어 설명해야 옳겠지만, 그와 못지 않은 예술과 삶에 대한 고찰을 만났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어느것이 우선이 되느냐 라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지 못하겠다. 다있다. 다들어있다. 건축도, 예술도, 삶도. 그가, 그의 건축이, 지금까지의 위치에 자리잡기 위해서 그가 오로지 설계에만 전념한게 아니 듯(그의 여행기가 증명하듯) 그는 건축물은 당연하거니와, 다른 수많은 예술가, 예술작품 들을 만났고, 또 그만큼 자신의 건축과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있었을 테니깐. 실용적 목적, 현실적 제약이 결코 배제될 수 없는 건축의 (그는 이미 그런 과정을 건너뛰었지만) 창조에 있어, 그런 고찰이 없었다면 그만한 작품들이 나올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건축에 대한, 건축을 통한, 건축을 넘는 그의 통찰에서 나는 예술적 열정과 집착을 보았다. 그의 예술의 대한 태도는 곧 삶의 대한 태도 였고, 방황은 있을지언정, 포기나 안일함은 없었다. 건축가를 있게한, 그리고 건축가가 생각하는 여행을 좇는동안 수많은 과정들을 생각했다. 완성된 건축보다 오히려 완성되기 전의 건축을 더 좋아하기도 하는 그 처럼, 나 또한 수많은 과정의 가치들과 거기에 덧씌워질 열정을 반문했다. 

총체적인, 예술을 향한, 삶을 향한 열정을 건축이라는 창을 통해 바라볼 수 있는 이 책은, 안도 다다오의 팬, 건축 미학에 흥미를 갖고 있는 이들 외에 일반인들이 읽어도 충분히 무리가 없을만한 책이다.    

 

마치면서.. 책의 디자인에 관하여..

이 책의 디자인또한 매우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보이는데, (처음엔 표지를 펼치면 포스터가 되는 줄 알았다) 그 노력과 가치는 책을 읽기전보다 책을 읽은 후에 더 뚜렸했다. 물론 책의 그 본래적 목적 (기존의 형식에 대한 익숙함과 가독성) 에는 다소 어긋나는 지점들이 있다. 모든 페이지의 글자는 사각프레임 안에 구성되어 있고, 때로는 글자색이 반사되어 읽는 자세를 조금씩 고쳐야 하기도 한다. 투덜투덜 읽고나니, 안도 다다오의 고백이 떠오른다. 좁은 집을 설계하고 건축한 후, 그 건물주에게는 미안하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그 자신이 의도한 것의 가치와 신념을 버리지 않는 태도. 아마 그런것이 이 책의 디자인에 녹아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것 보니.. 어느새 이 건축가에 좀 빠져들었긴 한가보다. 책의 디자인을 보편적으로 하여 단가를 조금이라도 낮추어 판매지수에 유리하게 하던지, 혹은 이렇게 컨셉츄얼하게 가던지 그것은 출판사의 판단이겠지만, 이런 시도도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불편한 감도 있었지만, 큰편도 아니었고, 결국 스페셜한 디자인의 책으로 기억될 듯 하다. (다만 여기서 조금 더 과해진다면 그건 재고할만한 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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