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없는 세상 - 개정판
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중 옮김, 최재천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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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만 해도 여름이 요즘처럼 살인적으로 덥지도 않았고, 따뜻한 남부지방에 살았음에도 겨울에도 자주 눈이 내려 자동차 바퀴만한 크기의 눈덩이를 굴리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세상은 변했고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2020년에 불어닥친 바이러스공포인 코로나19를 포함하여, 각종 폭염과 홍수는 지구의 심각한 미래를 예견하고 있는 듯 보였고, 이 모든 것들의 주범은 다름 아닌 인간이라는 것을 우리는 인지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이 모두 사라진다면, 지구에서는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라는 도발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2007년의 문제작 <인간 없는 세상>이 13년 만에 새롭게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출간이후 '21세기 인류에게 계시록으로 남을 책', '인간이 사라진 미래를 그려낸 21세기 살아 있는 고전'등의 찬사와 함께 '미국 최고의 과학저술상', 환경주와 교육과학기술부 선정 우수과학도서, <타임>선정 올해의 논픽션 1위 및 APCTP선정 올해의 과학도서로 선정되면서 그 우수성을 증명받은 책이기도 하다.

책의 저자인 앨런 와이즈먼은 한국의 비무장지대와 체르노빌 원전 폭발지역, 아마존이나 북극 등 인간들이 살지 않는 지역을 직접 조사하면서, 인간이 없는 지역들이 멸종위기이거나 야생 동식물의 안식처이자 동식물이 살기좋은 희망의 장소임을 알게 되면서 기후변화 및 생물의 다양성 감소등에 우리 인간이 저지르는 온갖 환경파괴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생물학자들이 주장한 '인간 없는 세상'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일찍 도래할 것이라는 사실과 함께 우리가 걱정하는 지구는 우리가 사라지면 오히려 공기와 물은 맑아지고 동식물들이 살아가기 훨씬 더 좋은 곳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좀 더 구체적이면서 사실적인 과학적 논거를 바탕으로 '인간 없는 세상 연대기'라는 상상력을 동원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지구에서 인간이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는 가정으로 창조적인 실험을 제안하고 있다.

총 4개의 챕터로 나누어진 이 책은 인간없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현대를 살기 이전의 세상을 살펴보는 '미지의 세상으로의 여행'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뉴욕맨허튼의 도로와 배수시설은 물론 식물원과 센트럴파크 공원이 인간들이 사라짐으로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알려주는 부분은 정말로 흥미진진했다. 인간이 사라지면 어떠한 동물들이 인간들을 대체할 것인지 그리고 인간이 오래 점거하고 살았던 아프리카는 어떠한 모습으로 변화될지 역시도 너무도 사실적이게 그려져 개인적으로 놀라우면서도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chapter 2 '그들이 내게 알려준 것들'에서는 키프로스섬이나 카파도키아, 플라스틱의 역사와 텍사스 석유화학지대를 통해 보는 지구의 현재의 모습들을 통해 보는 암울한 지구의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chpater 3 '인류의 유산'에서는 세계불가사의, 한국 비무장지대, 체르노빌 지역의 방사능 유산 등을 통해 보는 인간의 탐욕이 기후와 자연에 대해 얼마나 많은 해를 끼치는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마지막 chapter4 '해피엔딩을 위하여'에서는 우리가 야생 동식물과 공존하며 멋지게 살아가는 세상을 상상하며 앞으로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 자연학자로서 대형포유류의 짐승뼈에 관련된 일화를 소개한 부분은 참신하게 느껴졌으며 인간이 없어졌을 때의 모기역할 소개글 역시 흥미로웠다. 또한 아연과 납, 수은 중독의 위험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게되었으며 체르노빌 원전 폭발로 아무도 접근을 꺼리는 가운데서도 동식물들의 생존본능에 대한 욕구에 놀라움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다.

'인간 없는 세상'에 대한 상상은 우주의 끝을 상상하기 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마야문명의 붕괴는 실제 우리가 겪었고 우리에게 일어난 역사였듯이 우리가 자발적인 인류멸종의 희생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가진 지성이 우리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준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과 자원을 동원해 제대로 실천해 나갈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공감이 되었다. '우리가 없어지더라도 지구는 계속 남는다. 하지만 지구가 없다면 우리는 존재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말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무시무시한 말이면서도 공감이 가는 문장이었다. 끝이 보이는 결론이고 끝이 보이는 생명이라고는 하지만 인간들이 지금처럼 애써서 그 시기를 앞당겨 자멸할 필요는 없으므로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만이라도 이 세상을 좀 더 소중히 여겨 좋은 기억으로 살다 가길 희망해보게 된다.

- 유일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생명이 계속되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흥미로울 것이라는 점입니다. (p.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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