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가랑비메이커 단상집 1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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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대학로의 대표서점 '책방이음'의 폐점은 도서정가제 폐지정책에 대한 재논의와 맞불려 독립출판사는 물론 독립서점 및 동네책방의 생존문제와 직결되어 출판업계에 대한 우리 모두의 활발한 관심과 이슈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였다. 단순히 출판물의 유통하는 중간매체로서의 역할보다는 책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을 위한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만큼 독립출판사의 책에 대한 관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뮤지컬 배우 카이의 추천도서로, 독립출판사의 5년간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이번에 10쇄 개정증보판으로 재출간한 가랑비메이커님의 단상집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의 소개에 이렇게 내가 공을 들이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기도 하다. 집필에서 편집, 디자인, 유통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상황의 무명의 작가에게 독립출판사의 재출간 제의가 축복의 시간으로 느껴졌음을 누구보다도 공감하고 나 역시도 기쁜 마음이 들게 된 것 역시 당연하게 여겨졌다.

이 책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은 가랑비메이커님이 밝고 환한 곳보다는 조금은 어둡지만 아늑한 곳에서 자기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하고자 쓰기 시작한 글이라고 한다. 자신을 위로하고 안아주기 위해 시작한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 때 진정한 '가랑비메이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하고 있는 부분은 독특하면서도 참신하게 다가왔다.

총 5부로 나뉘어진 이 글은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있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인연들에 대한 사랑이 그려져 있으며, 때로는 그리움이 묻어있기도 하고, 때로는 외로움도 가득하다. 청춘에 대한 열정을 통해, 가끔씩 만나는 실패와 아픔도 담담히 담겨있으며 삶에 대한 고뇌도 가득하다. 깊은 내면의 슬픔도 순수하면서도 꾸밈없이 담담하게 그려져있어서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아파하라고 말해주는 부분은 많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삶이라는 것은 우리가 주목하는 것에 따라 희망적일수도 절망적일수도 있는 하루가 될 수 있듯 어떠한 시선으로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할지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시간이었다. 완전하지 않아도, 조금은 돌아가더라도 우리 삶은 어느 한 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아닌 순간은 없다는 말에 깊은 공감과 위로가 되는 시간을 갖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너무도 좋았던 부분이었다.

책 속에 좋았던 글들을 따로 발췌해본다.

- 출발점에서 멀어진다고 목적지와 가까워지는게 아니었다. 멀리 나아갈수록 되돌아가는 길을 찾기란 더욱 어려웠다. 긴 시간을 되돌아가며 나는 깨달았다. 젊음의 때에 경계해야 하는 것은 방향을 잃은 채 내달리는 수고에 중독되지 않는 것이다. ('돌아가는 길' 중에서 -P.56)

- 시인이 말했다. / 산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 나는 당신이 부디 그 시간을 / 견뎌내려고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산다는 것은'중에서 - p.57)

- 우리는 모두 아직 그저, 청춘이기에 자랑할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다. 그저 가만히 서로를 다독여주면 된다. 우리가 짊어진 두 글자가 조금 버겁지만 다시 일어서는 법도 배우지 않았느냐고, 쉬어가도 괜찮다고 서로를 안아주면 된다. ('그저 청춘'중에서 - p.102)

- 살다보면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까마득하고 아득해서 그저 간신히 마른 침만 삼킬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믿는다. 보이지 않는 곳, 만질 수 없는 곳, 그 곳에 해답이 있다는 것을. ('보이지 않는 곳'중에서 - p.111)

- 나는 당당히 문턱을 넘는다. 앞서 나아간 뒷모습을 바라본다......영원할 것 같은 모든 시절에도 끝이 있음을 알기에 나는 다시 걸어간다. ('다시, 문턱'중에서 - p.148)

- 가장 귀한 것은 언제나 지금, 여기. 손 닿고 마음 가는 곳에 있는 걸. 왜 그렇게 지난온 시간에 나를 구겨놓고는 사라질 것들을 찾아 헤맸는지.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중에서 -p.151)

-생각해보니 그랬다. 내가 나를 안아주지 못하면서 내 속에 뭉친 응어리 하나 풀지 못하면서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겠다고. ('내가 나의 이름을 불러야 했다'중에서 -p.164)

-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아는 사람에게는 헤매는 시간도 소중한 여정이다. 목적지는 같아도 저마다 나아가는 삶의 지도는 다른 모양으로 주어진다는 사실이 눈물나게 깊은 위로가 되어 찾아오던 새벽을 기억해야만 한다. ('삶의 지도'중에서 - p.187)

요즘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이들에게 이 책을 통해 작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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