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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 - 속고 배신당하고 뒤통수 맞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로버트 펠드먼 지음, 이재경 옮김 / 예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무작인 몇백명을 뽑아 실험한 결과 평균 10분에 세번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드러난 사실. 그러나 이걸 가지고 모든 걸 단정지을 순 없다. 어쨌든 사람들은 너도 나도 모르게 무의식중에 또는 의식중에 거짓말을 한다. 선의의 거짓말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되 남을 속여 재산을 갈취하거나 심적, 육체적으로 고통스럽게 한 거짓말은 엄연히 지독하게 나쁜 거짓말이다. 사람들은 이런 나쁜 거짓말 때문에 무조건 거짓말은 나쁘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자신 또한 거짓말을 하루에도 몇댓번 하는 줄도 모르고. 정직은 미덕이라고 누구나가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지나친 정직은 역시나 사람을 떠나가게 만든다. Bye Bye~~!

 "오늘 나 어때?"라는 말에 "이상해. 보기 싫어." 라고 말한다면, 이 말이 사실인데 어떡할 꺼란 말인가. 또, 어떤 실수에 대해 "나 정말 바본가봐. 난 왜 이리 모자란 걸까."라고 자책하는 친구에게 "어. 그러게." 라고 말하면 위로는 못받을지언정, 조용히라도 있어주면 얼마나 좋겠다는 생각이 들겠는가. 민망한 상황과 어려운 자리에서 속 마음을 정직하게 말한다고 해서 솔직해서 좋다는 대답을 듣진 않는다. 오히려 저 사람 뭐야. 재수없어. 라던가 융통성이 없고 분위기 파악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혀 그 사람은 사회 생활 좀 하기 힘들다.

 생각해보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입에 발린 말을 좋아하는지. 그것이 거짓말인지 알더라도 사람들은 칭찬을 듣고 싶어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그 책이 인기를 얻고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만 보더라도 선의의 거짓말은 지나친 정직보다 더 우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정직을 내세우는 많은 교훈적인 이야기들이 꾸며진 이야기라는 것 또한 아이러니한 상황일 수 밖에.

 [우리는 10분에 세번 거짓말을 한다]는 여러가지 실험과 통계,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거짓말이 본능적인 것인지, 인위적인 것인지 탐색한다. 선의의 거짓말과 나쁜 거짓말을 실제 있었던 사건이나 사례들을 들어 구분하고 때론 아이러니한 상황에 부딪히는 현실을 인식하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거짓말을 자주 한다고 해서 세상엔 믿을 사람 없이 오로지 나만 믿어야겠다. 라는 마음이 들게끔이 아니라 때론 이런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필요에 의한 거짓말을 긍정적으로 인정하게끔 만든다.

 기억에 남는 재밌는 사례는 동식물에 관한 것이었다. 포셔거미는 와이셔츠 단추만 한 크기의 털이 많은 거미로 아프리카와 호주, 그리고 아시아 등 여러 곳에서 서식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거미들은 대부분 날벌레를 잡아먹지만 포셔거미는 고도의 사냥 기술로 다른 거미를 잡아먹는다. 심지어 자신보다 두 배나 더 큰 거미를 공격하기도 한다. 포셔거미는 사냥 상대로 점찍은 거미의 거미줄이 낙엽이나 바람 등으로 흔들리기를 기다려 거미줄에 올라앉거나 거미줄을 타고 움직인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움직임에 따른 거미줄의 진동을 은폐하고 상대 거미는 적이 공격하는지조차 모르고 당하게 된다. 상대 거미는 자신의 거미줄에 날아든 것이 맛있는 먹잇감이나 연애 상대인줄 알고 아무 의심 없이 다가가다가 포셔거미의 습격을 받아 그대로 잡아먹히고 만다. 놀라운 것은 거미 종류마다 감지하는 거미줄 진동 종류도 다른데 포셔거미는 이를 알고 어떤 거미를 공격하느냐에 따라 진동을 달리 조작한다는 점이다. - 118,119 참고

 동식물은 다른 생물로 위장하기도 한다. 무해한 나비들 중에 독성이 있는 헬리코니드 나비와 똑같은 모양의 날개를 가진 것들이 있다. 독성이 있는 나비인 척해서 새의 먹이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또한 나비와 나방 중에는 날개에 검고 둥근 눈 모양의 반점이 있는 것들이 많다. 포식자에게 내가 널 지켜보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서 도망갈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다. - 123p

 남아프리카 저지대에 사는 검은색 도마뱀 새끼와 독성이 있는 우그피스터 딱정벌레는 흡사하고 거울 난초의 꽃은 암컷 말벌을 닮은 데다 암컷 말벌이 분비하는 페로몬과 비슷한 냄새를 풍기기까지 한다. 북미에 사는 주머니쥐는 워난 죽은 척과 아픈 척에 두각을 나타내 영어로 'play opossum'이 '죽은 체하다'라는 속어가 됐을 정도라고 한다. 돼지코뱀은 죽은 척할 때 몸을 벌러덩 뒤집으면서 배설물을 분비하고 고약한 냄새를 풍길 뿐 아니라 혀를 축 늘어뜨리고 입에서 피를 뚝뚝 흘리기까지 한단다. 그러고보면 이들의 이런 재미있고 우스꽝스런 모습은 진화론이 주축이 된다면,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생명체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거짓말은 의향과 통찰력이 필요한데 동물들에게는 없다고 보며 이들의 거짓 모습은 진화의 메커니즘을 통째로 떠받치는 강력한 엔진이라고 말한다.

 심리학자이자 사회과학자로써의 저자의 입장이라면 이 말이 훨씬 논리적이나 시각경험으로 봤을 때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일요일 아침 방송되는 '동물농장'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동물들이 하는 행동들이 그저 진화의 메커니즘과 자손 번식의 욕구로 볼수만은 없는 부분도 있다. 동물들이 우울증에 걸리거나 동료나 주인에게 충성 또는 집착하는 모습, 또는 개들이 웃거나 다른 개의 웃음 소리를 듣고 성질이 못된 개들의 성격이 순해지는 모습,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하이디'와 동물들이 소통하는 모습은 동물들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준다. 그저 욕구나 매커니즘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남는다.  

 우리는 때로 10분안에 세번보다 더 많이, 혹은 덜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입만 열었다 하면 거짓말을 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누군가는 너무 솔직해 옆의 사람이 떠나갈지도 모른다. 무겁지 않게 흥미를 적당히 돋우며 실험과 사례로 엮어진 이 책은 우리에게 적당한 선의의 거짓말을 허용한다. 그러나 아첨과는 분명히 구별한다. 무언가를 얻기 위한 거짓말은 이미 선의가 아니니까.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의의 거짓말. 이 정도는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요소이다. 죽은 채하며 피까지 뚝뚝 흘리는 채하는 돼지코뱀을 생각해보면 귀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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