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주의를 바꾸다
훙호펑 외 지음, 하남석 외 옮김 / 미지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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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China and the Transformation of Global Capitalism‘ 로 2009년에 출간된 이 책은 당시 뉴욕발 세계 금융 위기라는 시점에서 세계 자본주의에서 중국 경제가 갖고 있는 함의를 분석한 책으로 볼 수 있는데요. 미국의 존스홉킨스 대학과 캘리포니아 대학 등의 교수들이 주가 되어 앞으로 세계 경제와 자본주의에서 중국이 어떤 식으로 소위 판도를 바꾸게 될지에 대한 논의들이 들어가있습니다. 대체로 경제 분야 뿐만 아니라 국제 정치와 세계 노동주의와 관련해서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책의 서론에서 1978년 이후 중국이 본격적으로 세계 경제에 편입되면서 오늘날에 중국 경제가 끼쳐온 영향과 변화에 대해 이론적 분석을 시작한다고 밝히면서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서 일본과 중국의 경쟁과 (주로 미국과의 경제적 이슈겠지만) 그런 불협화음에 대해 논해보고자 하는 논문 참여자들의 의도이겠지요. 사실상 여기에 논의되는 글들이 중국 경제에 대한 다소간의 문제점과 불확실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경제의 성장과 세계 경제 시스템으로의 적극적 편입이 모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현재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 산소호흡기를 대고 있는 것이 중국의 자금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입니다. 미국과의 무역으로 막대한 흑자를 거두고 있지만 반대로 미국 재무부 채권에 다시 투자함으로써 이러한 미국과 중국의 비정상적인 경제적 이해가 서로 맞아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거대한 무역 흑자를 지속하자 미국 안에서는 위안화 절상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어 왔지만, 2005년 앨런 그린스펀이 위안화가 평가 절상된다면 중국에서의 수입은 줄어들겠지만 다른 아시아국가에서의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바 있습니다. 이처럼 미중간의 경제적 상호 관계가 서로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로물고 물려 단순하게 중국의 경제 성장을 부정적으로만 치부할 수 없게 되었죠.

그럼에도 이 책이 논하고 있는 주제에 크게 몇가지 부분이 흥미로웠는데요. 우선 애플이 해마다 자신들의 제품을 대만의 ‘폭스콘‘을 통해 하청 생산을 맡기는 것처럼,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다국적 의류 브랜드와 신발, 스포츠 용품 기업들이 중국발 하청 기업에 생산을 맡기는 형태로 종래에는 품목의 제조 산업 일체를 해당 기업이 스스로 해결했다면 이제는 중국의 고도화 된 노동집약을 이용해 일종의 국가간의 생산 분업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새롭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로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의 거대 화교 자본에 대해서도 중국이 기존의 관료 시스템에서 경제 기반을 구축해서 이를 공산당이 상명하달식으로 집중적으로 경제를 키워왔다면 여기에다 플러스 요인으로 중국계 화교 자본이 이를 뒷받침했다는 나름의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성장하고 있는 중국 내 산업을 위해 공급되어야 하는 여러 자원과 관련해 과거 미국이 선점하고 있던 자원 시장에 일본이 그 일부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한 것과 비슷하게 오늘날 중국도 아프리카와 러시아 등의 천연가스를 비롯한 석유, 광석 자원들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도 독자들이 충분히 객관적인 이론으로 받아들일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중국의 자원 확보 노력은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행적들로 익히 알려져 있지요.

정치적으로도 중국 공산당은 내부의 갈등 요인을 무마시키기 위해 지금까지의 양적인 경제 성장이 필요합니다. 상품을 내다 팔 세계 시장의 안정도 필요하고, 역설적이게도 자유 시장의 매커니즘이 보다 강화되어야만 하죠.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권위주의 정부하의 이런 경제적 부흥과 국가 부상이 심히 놀랄만한 일이긴 합니다만 반대로 이런 강한 정부의 주도 경제 계획은 다수의 국가들로부터 불공정 무역의 잣대가 될 수도 있고, 일종의 경제 모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급격한 경제 발전으로 인한 내부의 심각한 갈등 요인 들 이를테면, 빈부 격차와, 도농간의 격차, 농민공 문제, 권력층의 비정상적인 부패 문제, 동부와 서부간의 격차 등 어느 하나도 중국 정부가 수월하게 관리할 수 없는 문제들입니다. 물론 이러한 내부 모순을 잘 해결한다면 중국의 미래는 밝겠지만 무조건 낙관하기에는 어려운 일입니다.

다만, 국제 정치의 측면에서 중국이 경제적 발전을 통한 수준의 안정만을 바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난 역사에서 영국과의 아편전쟁으로 시작된 서구 열강들의 중국 진출에 대한 굴욕의 기억을 극복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중국 정치권과 중국인들로서는 그에 걸맞는 국가 지위와 대접을 미국을 비롯한 세계 체제에서 인정받으려 할 것이고 그 방법의 선택에 따라 중국이 평화적으로 부상할지, 그렇게 되지 않을지가 결정 되겠죠. 이와 관련해서 점차 세계 패권이 위협받고 있는 미국이 다소간의 여러 정치, 경제적 방법들로 중국을 견제하려 할텐데요. 며칠전에 이 곳을 통해 리뷰했던 옌쉐퉁의 ‘2023‘ 에서도 이런 가능성을 염두해놓고 러시아와의 동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중러 동맹 내지는 긴밀한 협력에 대한 언급이 나오더군요.

끝으로 책의 결론은 이처럼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은 중심부 강대국들의 상대적 비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소개하지만 사실상 이는 2008년 뉴욕에서의 세계 금융 위기로 인한 미국과 서구 유럽의 경제적 쇠퇴로 인한 것으로 봐야할 것입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뉴욕 세계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중국은 이제 ‘유소작위‘를 해도 되겠다고 판단한 것이죠. 많은 서구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 발전과 더불어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시행해 ‘실질적인 자유 민주주의 진영‘에 편입되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중국의 평화적 부상‘ 일텐데요. 과연 그렇게 될지는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봐야겠죠. ‘민주화‘가 없는 중국의 경제 발전은 이미 세계에 불안한 메시지를 주고 있고, 중국 정부 스스로 자신들의 이러한 정치 경제 모델을 수출할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세계 시스템, 즉 경제와 정치와 관련된 기존의 체제를 중국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개조하려 들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분석과 토론이 필요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이러한 중국의 세계 시스템적인 개입이 과연 좋은 결과로 나타날지 확신하기 어렵기도 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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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 세계사 불변의 법칙
옌쉐퉁 지음, 고상희 옮김 / 글항아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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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유명한 국제정치학자이자 정치 비평인인 옌쉐퉁의 ‘2023‘을 일독했습니다. 부제는 세계사 불변의 법칙으로 소개되어 있는데요. 중국인들에게 만큼은 꽤 의미심장한 표현일 듯 싶습니다. 여기서 2023년은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의 그것을 추월하게 되는 시기를 뜻하는데요. 요즘 중국 내에 회자되고 있는 ‘굴기‘ 라는 표현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전세계의 유일한 패권국이라는 미국을 경제 규모상의 지표에서나마 비로소 넘어서게 될지도 모르는 시점을 뜻하기도 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렇게 예측하고 있지요.

이 책의 추천사에는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인 이희옥 선생의 글이 실려있습니다. 저자인 옌쉐퉁이 분석하는 미국과 중국의 거짓 친구 관계와 이를 바탕으로 그가 풀어내는 글들이 국제 정치 관계에서 일종의 길라잡이로 유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요. 이희옥 선생의 평가라 나름 기대를 하고 읽어 나갔습니다.

저자는 앞으로의 미중 관계를 중점적으로 분석하고 그 외의 국가들과의 관계 설정을 지역별로 분석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는데요. 지금의 시기에서 중국 민족중흥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다고 믿는 시진핑 주석의 주장을 소개하며 자신 역시 그러한 흐름에 동조하고 일종의 분석적 조언이 가미된 주장들인데요. 개개의 주장들이 전부 이치에 맞는 해박한 분석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꽤 흥미를 끄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지금의 일본이 한국과 러시아, 중국 등과 동시다발적으로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1985년 뉴욕의 플라자 합의 이후 경제가 침체에 빠지기 시작해 ‘잃어버린 20년‘과 2010년 중국의 GDP가 일본의 GDP의 4044억 달러로 추월한 충격으로 일본 국민들이 2류국가로 전락했다는 일종의 충격과 그 반대급부로 우익들이 강성화 되면서 이러한 영토분쟁으로까지 번졌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꽤 흥미로운 해석인데요. 그러므로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할 수 밖에 없고 앞으로 중국을 여러 측면에서 견제하고 경쟁할 도리밖에 없지만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대두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습니다. 제가 흥미롭다고 말한 부분이 이 부분인데요. ‘결국에는 중국의 대두를 받아들일수 밖에 없을것이다‘ 라는 판단은 러시아를 비롯해 여러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국제 정치 체제에서 중요한 행위자로서 역할을 해오고 있던 영국과 프랑스가 지역적 2류 강대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것과 지금 크게 회자되고 있는 BRICs 의 주요 국가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가 앞으로 10년 내에 주요국으로 발돋움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10년 이후에는 중국이 미국과 세계 패권을 위해 경졍하게 되므로 더이상 브릭스에 중국이 포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오늘날 인도의 경제 발전이 주목되고 있는데요. 인도와 중국의 격차는 나날이 벌어져서 인도가 중국의 위상에 도전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앞으로 10년 내의 국제 정치 구조가 중국의 놀랄만한 성장이 지속되고 이는 세계 경제 전체의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하며 중국이 있는 동아시아 지역의 중요성이 증대될 것이고 앞으로 세계의 중심은 동아시아로 귀결될 것이라고도 주장합니다. 이러한 판단의 기준이 되는 지표는 거의 대부분이 경제 지표로 표현되고 있는데요. 즉 그 기준은 GDP입니다. 우리 나라를 따로 분석한 부분에도 한국은 아직까지도 일본의 GDP의 5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2류 강대국의 수준에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결론으로 나옵니다. 동아시아 전체 경제 규모로는 3위에 해당되지만 2위인 일본과의 격차도 크다고 보기 때문에 경제 규모와 그에 따른 국력의 크기로 봤을 때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거의 희박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다만, 한국은 북한의 핵 개발 문제로 인해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니 별다른 변수가 없는한 한국과 중국은 대체로 협력과 관계 확대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더불어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서 미국, 중국 양자 사이에 중립을 지킨다면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군요.

이처럼 앞으로 10년 이내의 미래에서 중국이 처하고 있는 자체의 모순 즉, 사회 전반의 부패 문제와, 빈부 격차, 도농간의 격차, 지속적인 경제 성장 등을 해결한다면 미래가 중국만의 장미빛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제가 앞서 열거한 문제들은 한마디로 말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열거한 중국의 내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의 정권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며 그것이 잘 되리라는 낙관적인 결론은 내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미 중국 내부의 민족주의적 발현이 어떤식으로 표출되는지는 프랑스와 일본의 사례를 통해 익히 알 수 있는 것으로 저런 모순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당의 권력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의 배타적 민족주의로 불만을 돌리게 될 것입니다. 과거 영국과의 아편 전쟁으로 청나라의 패착을 중국 공산당의 정치권 뿐만 아니라 지식인과 일반 국민들이 치욕이라 생각하고 이것에 대한 극복을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영향력의 확대로 결부짓고 있는 것 만큼 그것에 대한 중국인들의 배타성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일례로 지금의 일본 보수 우익의 발현과 대두를 지역의 안보와 질서를 어지럽히는 민족주의적 행태로 여기면서 ‘유소작위‘로 설명되는 주변국과 전세계에 미국과 비슷한 강대국 대접을 받으려고 하는 일종의 민족주의적 목표가 저로서는 저 일본의 보수 우경화가 어떻게 다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현재의 미국과 중국의 밀접하고 상호 보완적인 경제적 관계로 인해 기존의 패권국과 패권국으로서의 도전하는 국가가 일종의 전략적 균형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데요. 저자인 옌쉐퉁이 설명한 것처럼 현재의 미중 관계는 ‘거짓친구 전략‘으로 분석되는 것이 마땅한데요.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치인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자신들의 번영의 토대가 된 현재의 국제 정치 경제 시스템을 부정하고 중국의 입맛에 맞는 시스템을 재구축하여 미국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내의 국가들과 소위 ‘사활적 이익‘이라는 잣대로 현명하지 못한 행동을 보인다면, 과거 미국과 나토, 미국의 비나토 동맹국들이 대 소련 봉쇄에 나선 것처럼 그에 준하는 국제 관계의 경색이 시작될 것 입니다. 물론 전면적인 대 중국 봉쇄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하지만 무정부 상태의 국제 정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쉽게 예단하기 힘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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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시진핑 - 시진핑의 국가경영 리더십
케리 브라운 지음, 도지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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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케리 브라운은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라우 연구소 소장이자 중국학 교수이고, 채텀하우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아시아 담당 수석 및 과거에는 베이징 주재 영국 대사관 1등 서기관을 역임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그의 다른 책 ‘현대 중국의 이해‘가 2014년 번역 출간되어 있습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제19차 공산당 당 대회가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시진핑은 집권 2기를 위한 견고한 자신의 권력 체제를 구축했고, 해외에선 그가 장기 집권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예측하는 데는 자신의 사상을 홍보하고 알리는 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하고 이는 과거 마오쩌둥 식의 사상화 내지는 우상 작업의 일환이라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수단을 사용할 만큼 그의 권력 의지가 예사롭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듯 합니다.

전체적으로 총 7장의 챕터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마오쩌둥 시기 이후부터 현재까지 공산당과 중국 권력의 상황을 언급하고 2장부터 결론까지는 시진핑의 일생과 가족사 그리고 그의 정치적 행적, 이후 권력의 정점에 올라 앞으로 보일 행보에 대해 분석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1장의 중국 공산당과 중국 권력에 대한 미시적 접근과 유사한 분석 방법이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6장 시진핑이 구상하는 향후 20년은 주의깊게 보기 시작했으나 딱히 별다른 내용은 없더군요. 중간에 할애되어 있는 시진핑과 그의 아버지 시중쉰을 비롯해 자신의 인생사에 대한 이야기는 근래 여러 책으로 소개되어 있는 내용들이었습니다. 그의 가족사는 부친인 시중쉰의 여러 정치적 고초, 그리고 한때는 자신보다 유명세를 탔던 아내 펑리위안과의 두번째 결혼에 이르는 과정도 담겨 있는데요. 그의 가족사는 익히 알려진 바가 많습니다. 저자인 브라운은 이렇게 시진핑의 가족사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소위 그의 인생 역경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느끼게 하는 전략은 전임자였던 후진타오와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후진타오는 자신의 부인이나 가족사에 대해 거의 알려진 바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데요. 그에 비하면 시진핑은 여러 경로를 통해 소개되어 현재 국민들에게 이해되고 인식되는 모습이 꽤 흥미로운 점이라 분석합니다.

시진핑 자신의 가족사와 연관이 깊기도 한 1978년 마오쩌둥 사망 이후와 덩샤오핑이 비로소 정치적이로 일어선 그 이후를 구분하여 1978년 이전과 이후로 분리해 중국 정치사를 해석하는 방식과 분석에 대해 그는 전면적으로 동의하지 않고 있으며, 자신의 부친인 시중쉰을 정치적으로 고난을 당하게 한 원인이었던 마오쩌둥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의 여부를 떠나 1978년 이전의 마오쩌둥 통치 시기를 다시 재조명하고자 하는 의도에 대해 시진핑 그 자신도 마오쩌둥과 비슷한 정치적 행보를 걸으려 하는 것으로 브라운은 예측하고 있는데요. 즉, 덩샤오핑의 전면적인 개혁 개방으로 일종의 공산당 내부에서 이념적 수정주의가 주류가 되면서 과거 마오쩌둥 시기의 극도의 이념 투쟁적이고 1인 권력 시기에 대해 다소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는 분위기에 이런 시진핑의 마오쩌둥 재평가에 대한 의도는 여러 측면에서 의심을 살 만하기도 합니다. 그 스스로 상하이 등지에서 경제 발전과 국민들의 생활에 관심을 보이며 개혁 개방을 지지했던 입장을 기억하는 우리로서는 권력의 정점에 서자 가깝게는 마오쩌둥과 멀게는 북한의 김일성 부자와 같은 비타협적인 우상화와 같은 방법으로 장기 권력을 획책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그야말로 기우에 지나지 않길 바랄뿐입니다.

시진핑의 정치적 라이벌이라 불리우는 리커창과 리위안차오가 과거 성급에서의 작은 실수가 2000년 중반까지 국내외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시진핑이 이들을 제치고 권력의 우위에 서게 된 원인이라고 분석되고 있는데요. 그만큼 시진핑은 자신이 원하는 권력에 다가가기 위해 가급적 몸을 낮추고 실수를 하지 않는 매우 신중한 접근으로 불필요한 해석이나 적을 만들지 않는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아마도 부친인 시중쉰의 정치적 부침을 몸소 곁에서 느꼈던 경험이 그러한 신중함의 원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전임 통치자였던 장쩌민의 후계라고까지 알려지긴 했습니다만 중국 공산당의 핵심부의 정치와 중국 권력에 정점에 있는 정치 행위들이 오늘날까지도 잘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확실하지 않은 예측들 중에 하나였습니다.

더불어 브라운은 중국 공산당이 흡사 기업과 유사한 행태를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중국 정치의 특수성인 여러 인맥들에 의한 모호한 관계들로 인해 발생되는 구조적인 부패 문제를 사실상 필요악 내지는 쓰레기 처리장의 필수적인 존재성으로 해석해 일정 부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식의 이해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더욱이 시진핑이 그렇게 강조하는 권력층에 대한 부패 해소에 대한 의지에 상반되는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검소한 관리로 알려졌던 원자바오 총리의 일가의 재산이 어마어마한 것으로 드러났을때, 공산당 특권 계층과 엘리트 일가들의 다소 도가 지나친 경제적 부 문제는 중국 내부에서도 중국 공산당의 권력의 정당성에 큰 해가 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외에도 시진핑의 권력과 공산당의 지배 체제에 심각한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이 고위층들의 부패 문제 뿐만 아니라 티베트로 설명되는 중국내 소수민족 문제, 홍콩과 타이완, 심각한 빈부격차와 국민들의 민족주의적 배타성 등입니다. 선거를 치르지 않는 중국 공산당의 독재 권력체제가 여러 내외에 문제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입니다. 다만 이러한 국내적 문제를 외부로 돌려 주변국과의 물리적 갈등 등으로 해소하려는 매우 손쉽고 이해타산적인 행태를 보인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지역 내의 불안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은 과거 서구 열강에 의한 굴복을 최대의 수치로 여기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는 것만이 제일 중요한 선결과제로 취급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분열과 갈등 요인이 앞으로 2025년 이후의 중국과 그들이 속해있는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 상황의 불안한 요소 자리매김 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다 자신들이 강대국 지위와 그에 수반되는 대접을 받으려 몰이해적인 행동을 보일 가능성도 지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근래 호주의 학자인 휴 화이트를 비롯한 조너선 펜비, 로버트 케이건 등의 오늘날 중국 관련 분석은 그만큼 해외의 전문가들이 중국의 행보를 유심히 보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읽은 니시무라 시게오와 고쿠분 료세이의 ‘중국의 당과 국가‘와 같이 읽으면 좋을 정도로 브라운의 이 책은 나름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의 권력 체계에 대한 이해에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시진핑의 집권 2기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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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 그리고 동아시아 (반양장) - 신흥 강대국의 부상과 지역질서
김재철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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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로 재임중인 김재철 교수는 국내에서 이미 국제정치학계의 권위있는 학자인데요. 그는 강단에서 중국의 정치 외교와 국제 관계에 대해 강의 하고 있습니다. 지금 소개 드릴 ‘중국, 미국 그리고 동아시아‘ 라는 이 책은 그런 김재철 교수의 학문적 성과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2016년에는 대한민국학술한 선정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더군요. 책은 두 가지 형태로 출간되었는데요. 신국판과 양장본 형태인데, 저는 좀 더 저렴한 비양장본으로 구입을 했습니다.

이틀전에 책을 받아서, 거의 3일 정도 천천히 정독을 했습니다. 빠르게 읽다가 두 번 읽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해야할까요. 제목으로 보이듯이 이 글의 전체적인 주제는 경제적 발전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과연 평화적으로 소위 ‘화평굴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동아시아지역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미국의 이익을 침식해 양국간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분석이라고 봐야 할텐데요. 결론에서 저자는 양국이 계속해서 갈등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데 이익을 함께할 가능성이 크다고 잠정적으로 논하고 있습니다. 양국 어느 국가도 충돌해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부연 설명과 함께 말입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립픽을 치루고 이후 뉴욕발 세계금융위기가 터진 지음에 중국 내부에서 중국이 이제는 세계에 국력에 걸맞는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다소 민족주의적 요구가 시작됩니다. 아마 복합적으로 이러한 자신감이 생겼는지도 모릅니다. 당시 미국은 대 테러 전쟁으로 인한 중동에의 여러 미해결 문제들로 동남아시아 및 동아시아 지역의 중국의 ‘유소작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는데요. 여기에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국방비를 큰 폭으로 감축해야만 하는 시점이어서 여력 또한 그 전과 같지 않았습니다. 이어 2010년에 아세안국가들과 우리나라와 일본에 적잖은 충격과 분노를 안겨줬던 중국의 외교적 공세에 ‘중국위협론‘이 크게 대두되고 일본, 필리핀, 베트남은 경제를 무기로 삼아 대응하는 중국의 공세에 정신을 못 차리고, 특히 일본의 민주당은 그 즈음의 센카쿠/댜오위다오 에서 중국 선장의 억류 문제로 인한 중국의 희토류 보복 때문에 정권까지 끝나게 됩니다.

이처럼 중국은 연례적으로 홍콩과 대만에 한정된 자신들의 이익이 이제는 남중국해의 거의 대부분이 중국의 영향력 범위라고 여기는 듯 합니다. 이는 싱가포르와 미국의 군사적 협력, 호주 북부의 다윈의 미 해병대의 순차적 주둔 등 중동에서의 원유와 각종 자원을 실은 자국의 배들이 유사시 상황에 차단될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이러한 남중국해에 대한 확장에 나섰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만 실상은 이 지역에 매장되어 있는 자원 때문인것으로 여겨집니다. 아세안의 회원국들도 이미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 매우 중요한 이익이 되고 있어서 책의 저자가 분석하다시피 이러한 중국의 배타적 확장에 연대하여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에 대한 중국의 자본 투입과 경제 협력은 사실상 분열을 낳고 있는데요. 아세안의 주요 행위국인 말레시이아와 인도네시아는 대체로 중립을 선호하고 태국은 미국과의 동맹이지만 위의 양국과 비슷한 입장이고, 베트남과 필리핀 만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벌이며 중국을 견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외교적 전략은 별로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지요.

2013년 일본은 방위백서에서 중국을 안보상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했습니다. 얼마전에 읽은 문정인 교수의 ‘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에서도 나오지만, 한국이 왜 자신들과 연대해 중국을 견제하지 않는지에 의구심을 보이는 것처럼 일본 내부의 입장은 대체로 중국을 견제하고자 합니다. 이미 일본이나 우리나라도 중국과의 교역이 중요해지고 말았습니다. 양국에게는 이미 중국이 제1교역국이 되었습니다. 얼마전에 저팬 핸들러로 유명한 리처드 아미티지는 왜 한국은 경제적 이익과 안보 안정을 위해 일본과 협력하지 않고, 오래된 역사 문제로 갈등을 빚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글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요. 일본과의 경제적 이익보다 역사와 과거 청산 문제에 있어서 일본에 대한 국민 감정이 썩 좋지 못하다는 것을 미국 관리나 지식인들은 다소 이해 하기 힘든 모양입니다.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그 진정성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자신들의 족쇄와도 같았던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지렛대로 삼고 있는 것을 미국이 모를리는 없겠죠. 거기에다 현격히 돌출된 미국의 경제적 문제로 인해 일본이 이 지역의 안보에 기여를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즉 재무장을 통해서요. 과거에 일본은 중국이 부상하기 전에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에서 강대국의 지위를 누려왔습니다. 돈과 외교적 영향력 수월하게 발휘했고 이 지역의 주도적 국가로 자임했는데요, 그것이 중국의 부상으로 다소간 뒷전으로 물러난 상황입니다. 이렇게 복잡한 변화가 일본이 중국에게 갖는 본심일지도 모릅니다.

미국에게 있어서 태평양은 거의 내해에 준하는 인식으로 되어 있는데요. 자신들의 안보를 위해서도 꼭 현상태를 유지해야만 하는 ‘사활적 이익‘입니다. 거기에 한국과 일본으로 대표되는 강력한 동맹 체제가 버티고 있고, 전통적으로 미국의 안보에 기대어왔던 아세안 국가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냉전 시대를 거쳐오는 동안에 미국 유일한 영향력이 있어 왔습니다. 그러므로 중국의 이러한 비약적 부상은 지역 내의 복잡한 변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이 요구하는대로 국제 사회의 이해당사자로서 평화롭게 이해관계를 조정하느냐 아니면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이 산재해 있는 지역에서 물리적으로 해결을 보려 할 것이냐는 앞으로 2025년 전후로 중요한 논쟁거리가 될 것입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상호 보완관계가 심화되고 있고, 미국은 중국이 자신들의 채권을 지속적으로 사주지 않으면 경제 전반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는 이런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2기 집권 기간에는 중국에 대한 유화책을 지속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제일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오바마 행정부의 기조를 따를지는 매우 의문이죠. 이미 오바마 색깔 지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트럼프의 행동을 봤을때 말입니다.

끝으로 근래에 읽었던 ‘한국인을 위한 미중관계사‘의 주재우 교수의 전망과 비슷하게 저는 중국이 앞으로 평화적으로 부상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현재의 중국 공산당 권력 체제가 내부의 민족주의 배타성을 제대로 관리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이 책에서도 언급되어 있지만 센카쿠/댜오위다오 에서 중국과 일본 전투기들의 우발적 접근이 다소 있었는데요. 비대칭 동맹인 일본과의 관계에서 미국이 연루의 위험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혹여라도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한다면 미국이 이를 방관할 것인지는 알 수가 없죠. 각국의 관계에서 전쟁이 명확한 시점과 적대행위로 벌어지는 것만은 아닙니다. 지난 세계 역사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례들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숱하게 많죠. 애초에 우발적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고 관리하려는 의지와 전략적 협력이 지속되지 않으면 위험한 것인데, 반대로 미국과 중국은 전략적 신뢰가 전혀 없는 관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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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남용 - 9/11 이후의 정치와 종교의 부패 21세기를 위한 주제 7
리처드 J. 번스타인 지음, 류지한.조현아 옮김 / 울력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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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철학 학계에서 대표적인 학문의 실천적 학자인 리처드 J. 번스타인의 ‘악의 남용‘을 일독했습니다. 구글에서 저자인 번스타인을 검색해봤는데요. 약력과 여러 사진들, 언론사에서 다룬 기사들이 많이 나오더군요. 학자가 갖고 있는 자신의 사유체계 틀에서 사고하여 분석하는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밝히는 실용주의적 가류주의의 입장에서 현실 세계에도 이러한 학문적 태도를 접목해 활발히 활동하는 케이스인데요. 우리식으로는 일종의 현실참여적 지식인의 형태라고 봐도 무방할 듯 보였습니다. 물론 아주 긍정적인 의미로써 입니다.

앞서 설명했지만, 이 책에서 거의 처음 시도된 ‘가류주의‘는 가장 소중히 간직해 온 개인의 신념들이 논박되었을때 그것을 개조하고 수정하며 폐기시킬 수 있는 일종의 용기 내지는 주의라고 볼 수 있는데요. 과학적 경험주의와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과학에서의 가치 사유체계는 반대 논리가 증명으로 입증되었다면 그것이 논리적으로 합당하다고 여기는 소위 증명 경험적 태도일텐데요. 마찬가지로 철학과 같은 인문학 범주와 그것을 벗어나는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분야에서도 이러한 체계를 확대 포함 시킬 수 있는 것이 저자의 해석대로 가류주의의 의미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저자는 특이하게도 이러한 사고의 확장 측면에서 무분별한 실용주의적 입장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학문의 가치 체계가 근대를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각 학문에서 이러한 실용주의적 입장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전통주의적인 학문의 역할에 대한 저자의 여론 환기 정도로 이해가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악의 남용‘은 9/11 이후의 미국의 국내 정치적 환경과 변화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시도로 꽤 의미심장합니다. 제가 이렇게 느낀 연유는, 인간 사회 혹은 개개인들이 영향을 주고 받는 가치 체계는 기본적으로 선과 악의 이분법만으로는 해석이 되지 않으며, 요즘 같은 복잡한 사회 현실에서 이러한 전형적인 도덕 신념적 체계는 맞지 않다고 보는데요. 개인들의 자유적인 의지를 오용함으로서, 그런식으로 악을 꺼내어 일방적인 방식으로 선의 입장의 측면에서 과대 주장하는 것은 바로 ‘악의 남용‘ 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이미 제가 앞서 설명한대로 그것의 합리적 해석이 어려운 현실인데, 오로지 이러한 도덕적 이분법으로 해석하는 무리들이 오히려 더 위험하고 배타적이라는 입장을 글 전체에서 변함없이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4장인 ‘악과 민주 정치의 부패‘ 5장인 ‘악과 종교의 부패‘ 가 매우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실에서의 정치가 도덕적 가치를 오남용하는 부분에서 말이죠. 그런 정치학적인 개념을 자꾸 도덕적 잣대로 해석해서 뭔가 절대불변의 주의처럼 대중에게 주입하는 행태 말입니다. 그것을 9/11 이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죠. 5장은 아마도 부시에게 아주 걸맞는 해석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당시에 부시는 테러에 대한 거의 신교주의적 입장을 자주 표방한 연설들이 지금도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레오 스트라우스와 연원이 연관되어 있는 네오콘들이 바로 저러한 현실 정치에서 자신들의 윤리 도덕적 입장을 교묘히 은폐해 그것을 선악 이분법적인 태도로 주입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글들을 보니 그런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더군요.

끝으로 민주주의는 ˝삶의 방식˝이자, 적극적이고 무단한 관심을 요구하는 윤리적 이상이라는 다소 철학적인 해석에 큰 관심이 생기더군요. 선과 악의 이분법은 애초에 가류주의를 받아들이기 힘든 가치 구조이고, 그런 기준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과 학자들은 거의 대부분의 측면에서 배타적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해 저는 꽤 흥미롭고 독창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뭔가 과거 부시 대통령에게 (뭔가 어두운) 종교 지도자 같은 아우라를 느꼈었는데요. 번스타인의 일목요연하게 해석한 이 글을 다 읽고 나니 전자의 의구심이 조금 해소 되더군요. 이렇게 일방적으로 시도되는 ‘악의 남용‘ 현상에 우리들에개 진지한 경종을 울려준다고 봐야겠죠. 더불어 번역도 나무랄데 없었기에 저로서는 꽤 만족스러운 일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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