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남용 - 9/11 이후의 정치와 종교의 부패 21세기를 위한 주제 7
리처드 J. 번스타인 지음, 류지한.조현아 옮김 / 울력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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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철학 학계에서 대표적인 학문의 실천적 학자인 리처드 J. 번스타인의 ‘악의 남용‘을 일독했습니다. 구글에서 저자인 번스타인을 검색해봤는데요. 약력과 여러 사진들, 언론사에서 다룬 기사들이 많이 나오더군요. 학자가 갖고 있는 자신의 사유체계 틀에서 사고하여 분석하는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밝히는 실용주의적 가류주의의 입장에서 현실 세계에도 이러한 학문적 태도를 접목해 활발히 활동하는 케이스인데요. 우리식으로는 일종의 현실참여적 지식인의 형태라고 봐도 무방할 듯 보였습니다. 물론 아주 긍정적인 의미로써 입니다.

앞서 설명했지만, 이 책에서 거의 처음 시도된 ‘가류주의‘는 가장 소중히 간직해 온 개인의 신념들이 논박되었을때 그것을 개조하고 수정하며 폐기시킬 수 있는 일종의 용기 내지는 주의라고 볼 수 있는데요. 과학적 경험주의와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과학에서의 가치 사유체계는 반대 논리가 증명으로 입증되었다면 그것이 논리적으로 합당하다고 여기는 소위 증명 경험적 태도일텐데요. 마찬가지로 철학과 같은 인문학 범주와 그것을 벗어나는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분야에서도 이러한 체계를 확대 포함 시킬 수 있는 것이 저자의 해석대로 가류주의의 의미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저자는 특이하게도 이러한 사고의 확장 측면에서 무분별한 실용주의적 입장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학문의 가치 체계가 근대를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각 학문에서 이러한 실용주의적 입장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전통주의적인 학문의 역할에 대한 저자의 여론 환기 정도로 이해가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악의 남용‘은 9/11 이후의 미국의 국내 정치적 환경과 변화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시도로 꽤 의미심장합니다. 제가 이렇게 느낀 연유는, 인간 사회 혹은 개개인들이 영향을 주고 받는 가치 체계는 기본적으로 선과 악의 이분법만으로는 해석이 되지 않으며, 요즘 같은 복잡한 사회 현실에서 이러한 전형적인 도덕 신념적 체계는 맞지 않다고 보는데요. 개인들의 자유적인 의지를 오용함으로서, 그런식으로 악을 꺼내어 일방적인 방식으로 선의 입장의 측면에서 과대 주장하는 것은 바로 ‘악의 남용‘ 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이미 제가 앞서 설명한대로 그것의 합리적 해석이 어려운 현실인데, 오로지 이러한 도덕적 이분법으로 해석하는 무리들이 오히려 더 위험하고 배타적이라는 입장을 글 전체에서 변함없이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4장인 ‘악과 민주 정치의 부패‘ 5장인 ‘악과 종교의 부패‘ 가 매우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실에서의 정치가 도덕적 가치를 오남용하는 부분에서 말이죠. 그런 정치학적인 개념을 자꾸 도덕적 잣대로 해석해서 뭔가 절대불변의 주의처럼 대중에게 주입하는 행태 말입니다. 그것을 9/11 이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죠. 5장은 아마도 부시에게 아주 걸맞는 해석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당시에 부시는 테러에 대한 거의 신교주의적 입장을 자주 표방한 연설들이 지금도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레오 스트라우스와 연원이 연관되어 있는 네오콘들이 바로 저러한 현실 정치에서 자신들의 윤리 도덕적 입장을 교묘히 은폐해 그것을 선악 이분법적인 태도로 주입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글들을 보니 그런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더군요.

끝으로 민주주의는 ˝삶의 방식˝이자, 적극적이고 무단한 관심을 요구하는 윤리적 이상이라는 다소 철학적인 해석에 큰 관심이 생기더군요. 선과 악의 이분법은 애초에 가류주의를 받아들이기 힘든 가치 구조이고, 그런 기준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과 학자들은 거의 대부분의 측면에서 배타적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해 저는 꽤 흥미롭고 독창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뭔가 과거 부시 대통령에게 (뭔가 어두운) 종교 지도자 같은 아우라를 느꼈었는데요. 번스타인의 일목요연하게 해석한 이 글을 다 읽고 나니 전자의 의구심이 조금 해소 되더군요. 이렇게 일방적으로 시도되는 ‘악의 남용‘ 현상에 우리들에개 진지한 경종을 울려준다고 봐야겠죠. 더불어 번역도 나무랄데 없었기에 저로서는 꽤 만족스러운 일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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