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 세계사 불변의 법칙
옌쉐퉁 지음, 고상희 옮김 / 글항아리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중국의 유명한 국제정치학자이자 정치 비평인인 옌쉐퉁의 ‘2023‘을 일독했습니다. 부제는 세계사 불변의 법칙으로 소개되어 있는데요. 중국인들에게 만큼은 꽤 의미심장한 표현일 듯 싶습니다. 여기서 2023년은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의 그것을 추월하게 되는 시기를 뜻하는데요. 요즘 중국 내에 회자되고 있는 ‘굴기‘ 라는 표현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전세계의 유일한 패권국이라는 미국을 경제 규모상의 지표에서나마 비로소 넘어서게 될지도 모르는 시점을 뜻하기도 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렇게 예측하고 있지요.

이 책의 추천사에는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인 이희옥 선생의 글이 실려있습니다. 저자인 옌쉐퉁이 분석하는 미국과 중국의 거짓 친구 관계와 이를 바탕으로 그가 풀어내는 글들이 국제 정치 관계에서 일종의 길라잡이로 유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요. 이희옥 선생의 평가라 나름 기대를 하고 읽어 나갔습니다.

저자는 앞으로의 미중 관계를 중점적으로 분석하고 그 외의 국가들과의 관계 설정을 지역별로 분석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는데요. 지금의 시기에서 중국 민족중흥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다고 믿는 시진핑 주석의 주장을 소개하며 자신 역시 그러한 흐름에 동조하고 일종의 분석적 조언이 가미된 주장들인데요. 개개의 주장들이 전부 이치에 맞는 해박한 분석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꽤 흥미를 끄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지금의 일본이 한국과 러시아, 중국 등과 동시다발적으로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1985년 뉴욕의 플라자 합의 이후 경제가 침체에 빠지기 시작해 ‘잃어버린 20년‘과 2010년 중국의 GDP가 일본의 GDP의 4044억 달러로 추월한 충격으로 일본 국민들이 2류국가로 전락했다는 일종의 충격과 그 반대급부로 우익들이 강성화 되면서 이러한 영토분쟁으로까지 번졌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꽤 흥미로운 해석인데요. 그러므로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할 수 밖에 없고 앞으로 중국을 여러 측면에서 견제하고 경쟁할 도리밖에 없지만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대두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습니다. 제가 흥미롭다고 말한 부분이 이 부분인데요. ‘결국에는 중국의 대두를 받아들일수 밖에 없을것이다‘ 라는 판단은 러시아를 비롯해 여러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국제 정치 체제에서 중요한 행위자로서 역할을 해오고 있던 영국과 프랑스가 지역적 2류 강대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것과 지금 크게 회자되고 있는 BRICs 의 주요 국가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가 앞으로 10년 내에 주요국으로 발돋움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10년 이후에는 중국이 미국과 세계 패권을 위해 경졍하게 되므로 더이상 브릭스에 중국이 포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오늘날 인도의 경제 발전이 주목되고 있는데요. 인도와 중국의 격차는 나날이 벌어져서 인도가 중국의 위상에 도전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앞으로 10년 내의 국제 정치 구조가 중국의 놀랄만한 성장이 지속되고 이는 세계 경제 전체의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하며 중국이 있는 동아시아 지역의 중요성이 증대될 것이고 앞으로 세계의 중심은 동아시아로 귀결될 것이라고도 주장합니다. 이러한 판단의 기준이 되는 지표는 거의 대부분이 경제 지표로 표현되고 있는데요. 즉 그 기준은 GDP입니다. 우리 나라를 따로 분석한 부분에도 한국은 아직까지도 일본의 GDP의 5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2류 강대국의 수준에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결론으로 나옵니다. 동아시아 전체 경제 규모로는 3위에 해당되지만 2위인 일본과의 격차도 크다고 보기 때문에 경제 규모와 그에 따른 국력의 크기로 봤을 때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거의 희박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다만, 한국은 북한의 핵 개발 문제로 인해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니 별다른 변수가 없는한 한국과 중국은 대체로 협력과 관계 확대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더불어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서 미국, 중국 양자 사이에 중립을 지킨다면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군요.

이처럼 앞으로 10년 이내의 미래에서 중국이 처하고 있는 자체의 모순 즉, 사회 전반의 부패 문제와, 빈부 격차, 도농간의 격차, 지속적인 경제 성장 등을 해결한다면 미래가 중국만의 장미빛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제가 앞서 열거한 문제들은 한마디로 말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열거한 중국의 내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의 정권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며 그것이 잘 되리라는 낙관적인 결론은 내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미 중국 내부의 민족주의적 발현이 어떤식으로 표출되는지는 프랑스와 일본의 사례를 통해 익히 알 수 있는 것으로 저런 모순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당의 권력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의 배타적 민족주의로 불만을 돌리게 될 것입니다. 과거 영국과의 아편 전쟁으로 청나라의 패착을 중국 공산당의 정치권 뿐만 아니라 지식인과 일반 국민들이 치욕이라 생각하고 이것에 대한 극복을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영향력의 확대로 결부짓고 있는 것 만큼 그것에 대한 중국인들의 배타성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일례로 지금의 일본 보수 우익의 발현과 대두를 지역의 안보와 질서를 어지럽히는 민족주의적 행태로 여기면서 ‘유소작위‘로 설명되는 주변국과 전세계에 미국과 비슷한 강대국 대접을 받으려고 하는 일종의 민족주의적 목표가 저로서는 저 일본의 보수 우경화가 어떻게 다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현재의 미국과 중국의 밀접하고 상호 보완적인 경제적 관계로 인해 기존의 패권국과 패권국으로서의 도전하는 국가가 일종의 전략적 균형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데요. 저자인 옌쉐퉁이 설명한 것처럼 현재의 미중 관계는 ‘거짓친구 전략‘으로 분석되는 것이 마땅한데요.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치인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자신들의 번영의 토대가 된 현재의 국제 정치 경제 시스템을 부정하고 중국의 입맛에 맞는 시스템을 재구축하여 미국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내의 국가들과 소위 ‘사활적 이익‘이라는 잣대로 현명하지 못한 행동을 보인다면, 과거 미국과 나토, 미국의 비나토 동맹국들이 대 소련 봉쇄에 나선 것처럼 그에 준하는 국제 관계의 경색이 시작될 것 입니다. 물론 전면적인 대 중국 봉쇄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하지만 무정부 상태의 국제 정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쉽게 예단하기 힘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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