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민주주의를 조작하다 -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어떻게 여론을 만들고 역사의 경로를 바꾸는가
크리스 샤퍼 지음, 김선 옮김 / 힐데와소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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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크리스 샤퍼는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메리 워싱턴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과 디지털 과학을 연구하고 오픈 소스로 비롯되는 전방위적인 인터넷 시스템 하에서의 보안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러시아 대통령인 푸틴의 최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친 (Yevgeny Prigozhin)이 소유한 IRA (Internet Research Agengy)의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에 대한 공격적인 해킹에 대한 연구와 분석으로 명성을 얻은 바가 있습니다. 러시아의 해킹에 대한 문제는 뒤에 다루겠습니다만, 일찍이 미국의 CIA는 해킹을 당한 쪽이 어리석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러시아와 이란 등의 광범위한 해킹 능력은 단순히 정보 유출이나 기밀 문제를 연계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실망감과 불신을 해당 국민들에게 가중시키는 것으로서 이러한 권위주의 국가들의 소위 해킹 작전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분명 있어 보입니다. 따라서 이 글은 원제 ˝Data versus Democracy : How Big Data Algorithms Shape Opinions and Alter the Course of History˝로 2019년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다소 최근인 2020년 10월 번역 출판 되었습니다.

우선, 저자인 크리스 샤퍼는 이 책을 설명하는 중요한 주제인 ˝주의력 경제 (attention economy)를 먼저 언급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층층이 구축된 웹 세계에서의 총 망라된 이윤 활동이 ˝프로파간다˝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그는 수많은 정보들이 범람하고 있는 정보의 바다에서 개개인의 주의를 끌만한 요소들을 데이터화해 무작위로 살포하는 등의 일련의 행위들이 사실상 매우 교묘하게 제안된 일종의 프로파간다 활동이라고 보는 듯 했습니다. 이와 같은 내용이 이 글의 1장부터 3장까지의 분량이었는데요. 특히, 오늘날과 같은 무분별한 정보 과잉의 시대에서 개개인이 비판적 인식을 갖고 해당 정보들에 대한 분별력을 가질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이것은 단순히 책을 많이 읽거나 다양한 인터넷 정보에 접근해서는 가질 수 없는 능력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보 처리에 대한 분별력이 없는 상황에서 거대 인터넷 기업이 이윤 목적으로 제공하는 여타 정보들이 어떤 식으로 개인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최종 단계에서 어떻게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지에 대한 꽤 솔직하고 현실적인 비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개인들의 축적된 데이터들에 대한 거의 무제한적인 접근을 원하는 인터넷 기업들의 의도는 이미 재런 러니어와 스티븐 베이커 등이 경고한 바가 있습니다. 구글은 물론 페이스 북과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업체는 자신들이 자선사업의 목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이익을 거두기 위함입니다. 물론 이러한 가운데 마누엘 카스텔 등과 같은 학자들이 이렇게 개인들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세계에 대한 얼마간의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는데요. 소비 패턴을 파악해 상품과 쇼핑몰을 연결해주는 등의 알고리즘과 같은 수많은 연결고리들이 반사회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인종차별집단과 반페미니즘 및 나치주의자들의 양지화에도 기여하고 있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라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도 많은 나치주의자들이 히틀러에 의한 유대인의 학살이 날조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더 정치적으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는 트럼프의 거짓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행태까지 이들 반정치 세력의 토대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이 지점에서 많은 분들이 저런 극단의 정치 세력까지 포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정치라고 믿고 있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활동의 근간이 아주 극소수라거나 일부에 불과하다라는 논점에 긍정할 수 없는 것은 점차적으로 민주주의에 해악이 되는 자들이 과잉 정보의 시대에 판단력과 분별력이 어려워진 시기를 틈타 횡행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글의 다음 4장부터 6장은 다른 한편으로 티모시 스나이더의 주장에 대한 근거가 되는 분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나이더는 그의 논저인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에서 지난 미국 대선에서의 전방위적인 러시아 측의 개입에 대해 주장을 한 바가 있습니다. 샤퍼 역시, 이에 대해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 투표에 러시아가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고 언급하며, 특히 지난 대선에서 러시아 군사정보국 내의 팬시 베어 Fancy Bear 라는 해커 팀이 ˝트럼프를 지지하고 클린턴을 폄하하는 식으로˝ 미국 선거 운동에 개입해 영향을 끼친 일련의 공작 활동에 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의 공작은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을 해킹해 그녀의 지도력과 정치적 능력의 큰 타격을 안김과 동시에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는 지지자들과 공화당에 환멸을 느끼는 중도층이 클린턴에 투표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샤퍼가 강조하듯이, ˝개표 결과를 바꾸거나 선거일에 기계를 고장내는 것은 미국의 민주주의 체계에 대해 대단히 파괴적인 공격일 수 있고, 무엇보다도 효과적으로 선거결과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 일 수 있다˝고 언급합니다. 결국 이것은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의 민주 정치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낮추는 파급력을 갖게 하고,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이 자신들의 국가 정당성을 갖고 위상이 떨어진 미국의 민주주의와 베팅에 내설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우려가 될 만하다고 여겨집니다.

앞선 부분과 관련해, 샤퍼는 ˝이미 일곱개의 대표적인 권위주의 국가들은 여론 공작과 프로파간다를 위한 예산을 별도로 배정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여기에는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이란 등이 소위 서구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전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대외적으로 민주주의 체제를 표방하고 있습니다만 정석적으로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한 국가는 불과 20여개국에 불과합니다. 그외 나머지는 겉 껍데기만 민주주의를 표방한 채, 그 속은 철저한 권위주의 체제의 국가들이 바로 본질입니다. 즉, 러시아와 같은 경우는 EU의 무능과 NATO의 공격성을 조작해 자신의 입맛대로 유럽의 시민들에게 공격적인 프로파간다로서 작용하고 그 결과로서 우크라이나와 스웨덴에 벌인 공작이 이러한 정치적 의도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확실히 이 점은 수많은 권위주의 국가들이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주장할 수 있는 부분으로 이를 통해 자신들의 국민들에게 민주주의가 실상 국가를 나약하게 만드는 정치체제라는 등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적 위기 상황에서 수많은 시민들에 대한 제언으로서,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가짜뉴스와 그리고 사회적 편견과 양극화를 유발하는 메시지 증폭과 싸우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수적인 자질은 자신이 소비하고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공유하고 생산하는 것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들 가짜뉴스와 양극화를 첨예화 시키는 과도한 자유 시장주의와 극단의 정치 지지자들이 주를 이룬 ‘대안 우파‘ 뿐만 아니라 만연한 인종차별주의자들과 무분별한 반페미니즘주의자들과 같은 반정치의 문제에 대해 시민들의 끊임없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 이 글 1부 중간에 저자의 ˝우리는 모두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라는 주장에 대해서 다시금 수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지식과 정보의 범람에도 우리 스스로 지독한 편견을 벗어나지 못한 점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날 가짜뉴스는 극심한 양극화와 편향 및 사회적 불신을 일으키는 주범이라 할 수 있다

(러시아의 해킹 공작팀에 의한 미국 선거) 개표 결과를 바꾸거나 선거일에 기계를 고장내는 것은 미국의 민주주의 체계에 대해 대단히 파괴적인 공격일 수 있고, 무엇보다도 효과적으로 선거결과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 일 수 있다.

광고 업계가 원하는 만큼 우리를 조종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면 완전히 개인화된 광고는 우리의 행동과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심지고 광고 업계가 의도하지 않았고 생각해보지도 않은 방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인종차별주의, 성차별주의, 동성애 혐오, 트랜스젠더 혐오, 외국인 혐오 이 모든 것은 낯선 것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낯선 것을 위험과 위협에 연관 짓는 우리의 오래된 습관에서 유래한다.

대안 우파의 본질을 간단히 요약해 본다면 자유 지상주의자들과 극단의 정치 지지자들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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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1-11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사실 빅 데이타의 큰 유용성 중의 하나는 Decision making을 가능케 한다는 점이라 생각합니다. 그동안은 애매모호하거나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문제들을 객관적인 증거라 일컫어지는 데이타를 이용해서 가능한 최대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고 효율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답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패러다임인 것 같아요. 과거에도 물론 데이타에 대한 신봉은 존재했지만, 현상들을 데이타와 하는 실제적인 기술이 뒷받쳐지지 않았고, 또 원하는 만큼의 다량 데이타를 추출 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했기 때문에 그 한계를 인정하고 매우 신중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러한 한계들이 극복되어가는 상황에서 데이타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한정 커져가는 느낌입니다.

베터라이프 2020-11-11 13:34   좋아요 0 | URL
우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쓰신 요지는 누적된 데이터가 현재로선 신뢰할만한 수준이라고 긍정하시는 듯 한데요. 인간의 행위 자체에 대한 어떤 알고리즘 및 웹 기반의 상품 판매와 같은 데이터는 기업들이 관련 자료를 이용해 사용할 만한 수준은 되겠지요. 다만, 일반적인 지식 데이터와 관련해 아직도 검증되지 않은 지식들이 사실인양 오도되고 있는 상황이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서도 일부 비도덕적인 무리들이 가짜뉴스를 양산하는데 쓰고 있는 관계로 현재로선 무엇보다 데이터(광의적인 측면에서)에 대한 일말의 변별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리라 여겨집니다. 아주 원칙적으로는 개인의 누적된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이 과연 올바른 것이냐에 대해서도 사법당국과 행정 전반에서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연 객관적인 함의를 갖춘 데이터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 또한 마찬가지겠죠. 물론 그 분야에 있는 전문가분들은 뭔가 새로운 먹거리로 여기는 것에는 십분 이해합니다. 다만 일개 시민의 입장에선 매우 우려스러운 점을 감출 수가 없군요.

han22598 2020-11-13 02:32   좋아요 1 | URL
저도 그 분야 있는 사람인지라 요즘 돌아가는 추세를 가능하면 중립적으로 써보려했는데, 제가 다시 읽어보니 긍정적인 방향으로 쓴 것 같네요. 베터라이프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특히 개인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에 대한 부분은 매우 염려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상품화된 개인 유전자 분석( gene analysis) 같은 경우는, 동의하에 개인/또는 가족 유전자를 분석해 특정 질병에 대한 발생률을 예측하는 유용한 기술 혁신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정보들을 만약 보험회사와 공유되었을때 개인의 유전정보자체가 하나의 계급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몇년 전부터 구글, 아마존, 애플등의 회사들이 이러한 개인 건강과 관련된 데이타를 무작위로 모으고 있고, 이를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 애플 와치가 가장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 데이타가 곧 힘이라는 말이 현실화된 시대인 것 같습니다. 많은 논쟁거리가 있는 부분인데, 베터라이프님 덕분에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