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메마르면 병이 된다 - 만성 질환의 고리를 끊는 근본 치료 혁명
손원록 지음 / 푸른숲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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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겪는 질병과 고통의 근본 원인이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메마름증에 있다고 보는 책이다. 우리의 몸이, 생명 활동 그 자체가 지나치게 타오르며 고갈되고 있는 상태 즉 몸이라는 토양 자체가 사막화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저자(약리학 박사/ 약사인 ‘현강; 玄江‘ 신원록)는 세 가지 지나침을 이야기한다. 1) 숨이 얕고 빨라지는 과호흡, 2) 신경이 항상 곤두서 있는 과흥분, 3) 몸이 쉼 없이 에너지를 태우는 과대사가 그것이다. 저자는 2000년 전의 화(禍)와 지금 우리가 겪는 열(熱)은 그 근본 결이 다르다고 말한다.

 

현대 의학은 병든 잎사귀를 떼어내는 데 집중하고 한의학은 숲 전체의 기운을 말하지만 정작 잎사귀를 병들게 한 오염된 토양 즉 현대인의 삶 그 자체를 바꾸는 데는 구체적인 답을 주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현대 의학이 인체를 바라보는 관점에 뿌리 깊게 존재하는 데카르트의 기계론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생명체는 기계와 결정적으로 다르다. 기계는 부품을 갈아 끼우면 새것처럼 작동하지만 생명체는 전체적인 환경과 관계를 고려하지 않으면 아무리 비싼 새 부품을 넣어도 금방 다시 망가진다.

 

우리는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의 모양이 어떤지, 어떤 유전자가 암을 유발하는지까지 알게 되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너무 작게 쪼개어 보다 보니 정작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전체 그림은 놓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너무 많이 먹어서 혈관에 기름이 끼는 대사증후군, 24시간 쏟아지는 정보 자극으로 인한 뇌의 과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경쟁사회의 압박감 등이 우리 몸에 열을 만든다.

 

책을 읽으면 현대인들이 얼마나 편의주의적이고 자기 몸을 망치는지 알게 된다. 두통이라는 것은 뇌가 지쳤으니 쉬라는 신호인데 진통제를 먹고 밤새 야근을 한다. 이것은 불이 났는데 불을 끌 생각은 하지 않고 시끄럽다고 화재경보기의 전선만 잘라버리는 것과 같다. 집은 타고 있는데 경보음만 끄고 안심하는 꼴이다. 저자는 높은 혈압, 높은 혈당, 높은 염증 수치가 새로운 정상으로 굳어버리는 것, 몸이 비상사태를 일상으로 착각해버리는 것이야말로 바로 우리가 겪는 만성질환의 뿌리이자 자신이 말하는 메마름증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병원에서 말하는 자율신경실조증을 생명력의 고갈이라 부른다. 저자는 닫힏 계 안에서 에너지가 계속 투입되면 압력이 높아지듯 우리 몸속에 갇힌 에너지는 필연적으로 열로 변질된다고 말한다. 이 열은 장작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외부 감염에 대항하는 건강한 실열(實熱)이 아니라 엔진 오일이 바닥난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 엔진 내부에서 마찰로 인해 뿜어져 나오는 파괴적인 고열과 같다. 물(진액; 津液)이 고갈된 솥에서 은근하면서도 집요하게 배어 나와 솥 자체를 달구는 마른 열이다. 한의학에선 이를 허열(虛熱) 또는 조열(潮熱)이라 정의한다.

 

한의학에서 진액은 우리 몸속의 모든 정상적인 수분을 통칭한다. 현대 의학적으로 표현하면 혈액, 림프액, 뇌척수액, 관절액, 점액, 침, 눈물, 세포 내액, 세포 간질액 등을 모두 포함한다. 진액이 부족해지면 관절이 뻣뻣해지고 위장이 손상되며 눈이 건조해진다. 진액이 부족하면 영양 공급이 차단되고 독소가 축적된다. 진액이 부족하면 체온 조절에 실패하고 열이 축적된다.진액이 부족하면 조직이 손상에 취약해진다. 진액이 부족하면 산성화가 진행되고 뼈가 약해진다.

 

종합하면 진액이 부족하면 혈액이 순환이 나빠져 고혈압과 동맥경화가 생기고 점막이 마르고 손상되어 위염, 식도염, 건조증이 발생하며 관절액이 줄어들어 관절염과 통증이 수반되고 뇌척수액이 감소하여 두통과 인지기능 저하가 일어나며 림프 순환이 막혀 부종과 면역력 저하가 일어나고 몸속의 열을 식힐 수 없어 몸은 계속 뜨거워지고 세포는 타들어간다.(56 페이지) 메마름증의 열은 체온계로는 측정되지 않는다. 체온을 재도 정상 온도인 36.5도가 측정된다. 하지만 메마름증 환자는 열감을 느낀다.

 

얼굴은 화끈거리는데 손발은 차갑고 밤에는 식은땀이 난다. 이것이 바로 허열, 마른 열이다. 체온계는 피부 표면 또는 구강 점막의 온도를 측정할 수는 있어도 조직 깊숙한 곳 즉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대사 열이나 염증 열은 측정하지 못한다. 현대 과학은 이를 산화 스트레스로 설명한다. 세포 안에서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생성되면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되고 세포막이 산화되며 DNA가 공격받는다. 이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지만 체온계로는 잡히지 않는다.

 

저자는 냄비 뚜껑을 열어 놓고 가스 불을 최대로 한 경우를 생각하라고 말한다. 냄비 뚜껑을 활짝 열어놓았기에 수증기가 거침없이 빠져나가는 것을 과호흡에 비유한다. 가스 불을 최대로 키웠기에 물이 격렬히 끓어오르는 것을 과흥분에 비유한다. 냄비 안에 물 외에도 첨가물을 넣은 것은 물이 걸쭉해진 상태로 빠르게 말라붙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를 과대사에 비유한다.

 

이산화탄소는 적혈구가 산소를 효율적으로 내려놓게 하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 저자는 대부분의 현대인이 숨을 헐떡이지 않더라도 세포 단위에서는 매 순간 보글보글 끓으며 스스로를 태우는 끓는 냄비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본문에 한 여성 요가 강사의 사례가 나온다. 머리가 깨질 듯 아픈 증상(편두통)과 손발이 찬 증상(수족냉증)으로 상담을 받게 된 사람이다. 정밀검사 결과 그녀는 혈중 이산화탄소 분압이 정상치 이하로 떨어진 상태였다. 습관적으로 몰아쉬는 과도한 들숨과 잦은 한숨이 원인이 된 것이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적혈구가 산소를 내려놓기 위해 이산화탄소가 필요한데 과한 들숨 등으로 그런 촉매제 역할을 하는 이산화탄소 수치가 부족해진 것이다. 헤모글로빈은 주변 환경에 따라 구조가 변하는 단백질이다. 이산화탄소가 없으면 헤모글로빈은 산소와 결합하려는 성질이 아주 강해져 산소를 내려놓지 않는다. 그래서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품은 채 조직을 그냥 지나쳐 조직은 저산소 상태에 빠지게 된다. 요가 강사의 폐와 동맥혈에는 산소 포화도가 99%로 차고 넘치지만 정작 산소가 필요한 뇌세포와 손발 끝의 말초 조직들은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는 역설이 발생한 것이다. 이를 발견자인 크리스티안 보어의 이름을 따서 보어 효과(Bohr effect)라고 한다. 이렇게 작위적인 것은 좋지 않다.

 

저자는 과호흡은 단순한 호흡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음양 밸런스를 무너뜨려 전신을 사막처럼 건조하게 태워버리는 재앙의 불씨라고 말한다. 저자는 과흥분 상태는 자율신경계의 동적 평형(dynamic equilibrium)을 완전히 붕괴시킨다고 말한다. 과흥분은 우리 몸을 사막화시키는 주범이다. 과대사는 과호흡, 과흥분과 연동되는 연쇄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좋은 장작(탄수화물, 지방)을 적절한 산소와 함께 태우면 깨끗한 물과 이산화탄소만 남지만 젖은 장작(단백질, 불완전 연소)를 마구잡이로 태우면 독성 찌꺼기가 남는다고.

 

과대사는 필연적으로 엄청난 양의 젖산, 암모니아, 요산, 케톤체, 활성산소를 만들어낸다. 저자는 주말 내내 쉬어도 피곤하다, 자고 일어나도 몸이 두들겨 맞은 듯 아프다고 호소하는 것은 단순한 체력 저하 때문이 아니라 몸속에 가득 찬 독성 매연인 담음, 어혈, 뼛속 진액을 태우는 허열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몸이 스스로 균형(항상성)을 맞추려는 노력을 현대 의학은 종종 질병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약물로 강제 진압하려 든다고 말한다. 가장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가 치료를 위해 먹는 화학약품들 자체가 우리 몸을 물리적으로 메마르게 한다는 것이다.(88 페이지)

 

몸이 건조해지면 우리 몸의 항상성은 깨지고 교감신경은 더욱 항진되어 다시 3과 현상을 부채질한다. 약이 병을 만들고 그 병 때문에 또 약을 먹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겪는 탈수가 단순히 마시는 물의 양이 부족한 상태라면 메마름증은 우리 몸의 수분을 세포 내에 잡아두는 능력을 상실한 상태를 의미한다. 아쿠아포린은 세포막에 존재하는 물 전용 통로다. 우리가 마신 물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 말 그대로 우리를 살리는 생명수가 되려면 반드시 이 물을 통과해야 한다.

 

스트레스 상태 즉 과흥분이 지속되면 우리 몸은 긴장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세포막을 경직시키고 아쿠아포린의 활성도를 떨어뜨린다. 문이 닫힌 상태에서 물만 부으니 물은 세포 밖인 혈관과 조직 사이에 고여 부종을 만들거나 그대로 신장으로 배출된다. 또한 물을 잡아 두는 힘은 미네랄 특히 전해질 미네랄에서 나온다.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 적절한 농도로 존재해야 삼투압 원리에 의해 물이 세포 내외로 오갈 수 있다. 맹물만 과도하게 마시는 행위는 오히려 체내 미네랄 농도를 희석시켜 몸이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물을 더 빨리 배출하게 만드는 자발적 탈수를 유도한다.

 

진액이 고갈되면 가장 먼저 혈장의 수분이 줄어들어 피가 농축되고 끈적해진다. 필요한 것은 억지로 피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끓어오르는 냄비에 불을 끄고 과열된 혈액을 식혀주며 말라버린 혈관에 맑은 물을 채워주는 정적(靜的) 치유이다. 피가 끈적해지면 심장이 더 강하게 펌프질을 한다. 이것이 고혈압이다. 혈압약은 끈적한 피는 그대로 두고 심장박동을 줄여 압력을 낮춤으로써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게 해 뇌혈류량을 30~40%까지 감소하게 한다. 그래서 어지러움과 무기력증이 생긴다. 필요한 것은 혈압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피를 맑게 하는 것이다.

 

통상 위장 점막세포는 3~5일마다 완전히 교체된다. 그런데 혈류가 부족하면 재생이 멈춘다. 낡은 세포는 떨어져 나가지만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러다 보면 점막이 점점 얇아진다. 통증을 완화하고자 많은 사람들이 진통제나 근육 이완제를 먹는다. 하지만 진통제는 뇌로 가는 통증 신호만 차단할 뿐 메마른 근육에 물을 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약을 분해하느라 간과 신장의 수분을 다 써버려 근육을 더욱 말려 버리는 악순환을 만든다.(113 페이지)

 

골(骨)은 뼈를 비롯해 골수, 관절액, 뇌수(腦髓)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과대사는 체내에 산성 노폐물을 축적시킨다. 우리 몸은 ph 7.35-7.45의 약알칼리성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ph가 0.1만 벗어나도 효소 기능이 망가지고 0.2 이상 벗어나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골다공증을 칼슘 섭취 부족이나 노화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생리학적 관점에서는 현대인의 골다공증은 몸이 산성으로 변하는 대사성 산증에 대한 방어기제다. 혈액이 과대사로 인해 산성화가 되면 우리 몸은 약알칼리성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뼈에서 알칼리성 미네랄인 칼슘을 녹여내어 혈액으로 가져온다. 이를 골융해라고 한다.

 

메마르고 척박한 저산소 환경에서 살아남은 세포가 독하게 변형을 일으킨 것이 암이다. 골다공증약은 뼈가 부서지는 것은 막을 수는 있지만 새 뼈를 만들지는 못한다. 혈액은 영양과 수분을 실어 나르는 보급 트럭이다. 혈액이 끈적해져서 흐름이 막히면 보급로가 끊긴 근육과 뼈는 굶주리게 된다.(125 페이지) 놀라운 사실은 우리 뇌의 75~80%가 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근육(70%), 뼈(30%)보다 높은 수분 함량이다. 뇌가 이토록 축축한 물주머니여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생각, 감정, 기억이라는 모든 정보가 전기의 형태로 오직 물을 통해서만 흐르기 때문이다.

 

뇌세포 간의 소통은 전기신호로 이루어진다. 뇌가 메말라 수분이 부족해지면 전도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신호가 가야 할 곳에 가지 못하고 끊어지면 마치 전구가 깜빡거리다 꺼지듯 우울과 무기력이 찾아온다. 반대로 신호가 엉뚱한 곳으로 튀어 합선을 일으키면 제멋대로 불꽃이 튀듯 불안과 공황, 환청이 발생한다. 과호흡은 뇌혈류를 감소시키고 과흥분은 뇌를 과열시킨다. 과대사는 뇌에 노폐물을 축적시킨다. 수면은 뇌의 온도를 떨어뜨리는 체온 항상성의 일환이다.

 

잠이 들면 체온이 1도 정도 떨어져 뇌가 쉬는데 메마름증 환자는 뇌가 항상 과열되어 있어 온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뇌세포가 식지 않으니 피로 물질인 아데노신이 아무리 쌓여도 잠들지 못한다. 저자는 치매, 파킨슨병, 우울증, 공황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를 메마름이 부르는 5대 뇌질환이라 규정한다. 뇌가 과열된 원인 즉 3과로 인한 메마름증 자체를 해결하지 못한 채 억지로 수치만 맞추는 강제된 평형은 약을 끊는 순간 언제든 다시 무너질 수 있다.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속에서는 여전히 불이 타고 있는 상태다. 뜨겁고 건조한 뇌를 시원하고 촉촉하게 바꿔주면 신경전달물질은 저절로 균형을 찾는다. 이것이 바로 뇌의 신경가소성이다. 과거에는 뇌세포가 죽으면 재생되지 않는다고 믿었지만 최신 연구에 따르면 뇌는 환경만 갖추어지면 죽을 때까지 변하고 새로운 회로를 만들고 회복할 수 있는 놀라운 장기다. 이 회복의 열쇠가 바로 진액이다.(158 페이지)

 

저자는 통합의약학의 첫 번째 원칙은 증상이 아닌 사람을 보는 것, 두 번째 원칙은 숫자가 아닌 감각을 보는 것이라 말한다. 저자는 항상성은 38억 년 생명 진화가 선물한 위대한 지혜라고 전제하며 병은 단순한 세균의 침입이나 암세포의 발생만 의미하지 않고 근본적으로는 내 몸에 항상성 유지 능력이 한계치를 넘어 붕괴된 상태라고 말한다. 3과는 항상성을 깨뜨리는 주범들이다.(169 페이지) 메마름증의 치유도 우리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이 스스로 진액을 채우고 과열을 시키며 항상성을 회복하도록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저자는 잠에서 깨어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따뜻한 물 300~500ml를 천천히 마실 것을 주문한다.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물 한 잔은 간밤에 쌓인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내라는 첫 신호다. 저자는 청열 해독(淸熱解毒)의 대표 식품으로 녹두차를 권한다.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과호흡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고 말한다. 1분간 호흡 횟수가 16회 이상이면 과호흡이다. 오늘날 과흥분을 일으키는 최대 원인은 디지털 기기다.

 

저자는 잠들기 2시간 전에 모든 디지털 기기를 끌 것을 주문한다. 처음에는 불안하고 무료할 수 있지만 2주가 지나면 오히려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평온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또한 스마트폰 없이 식사할 것을 권한다. 식사 중에는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음식의 맛, 식감, 향에 집중한다. 바로 마음 챙김 식사다. 천천히 씹고 음식의 온도를 느끼고 입안에서 맛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한다. 이렇게 먹으면 소화도 잘되고 과식도 방지한다.

 

바싹 마른 몸을 윤택하게 하려면 단순히 물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부족하다. 세포 하나하나가수분을 머금고 있을 수 있도록 진액을 채워주어야 한다. 저자가 추천하는 식품은 제철 채소와 과일, 마, 연근, 오크라, 미역, 다시마, 매생이 등의 점액질 식품, 발효 식품 등이다. 이런 음식을 먹어 메마름증을 치료하는 것을 자윤(滋潤)이라 한다. 저자는 진정한 치유는 무엇을 더 먹느냐가 아니라 우리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되찾아주느냐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208 페이지) 

 

저자는 고혈압이든 당뇨든 암이든 상관없이 모든 만성 질환의 깊은 뿌리에는 처절한 메마름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는 몸이라는 숲을 가꾸는 현명하고 부지런한 정원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치유는 병원이 아니라 우리의 식탁, 침실, 마음 속에서 일어난다. 저자는 평온함이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적막이나 죽은 듯한 고요가 아니라고 말한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세상 속에서도 내 몸과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고 유연하게 흔들리며 균형을 잡는 힘, 어떤 시련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라 말한다.(217 페이지)

 

[몸이 메마르면 병이 된다]란 책의 출간 소식을 처음 접하고 망설이지 않고 구입했다. 어제(2026년 6월 30일)까지 대부분 과학책 특히 지구과학책으로 구성된 76권의 책을 읽은 2026년 상반기를 보내고 드물게 읽게 된 책이다. 책을 사서 제목이 보이지 않게 포장을 할까 망설였다. 나는 책이 말하는 메마름이 살이 마른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지만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내 몸을 보고 내가 체중을 늘리기 위해 책을 사 읽는 것이라고 생각할까 보아서였다. 다행히 혼자 근무하는 날인 오늘 책을 모두 읽고 서평까지 썼다.

 

책을 읽으며 나는 책에 나오는 사례자들 만큼 심한 상황은 아님을 알고 안도했다. 하지만 나는 나대로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으니 알맞은 긴장으로 해결에 최선을 다해야 하리라 생각한다. 또한 책이 저자의 어린 시절의 스트레스로부터 비롯된 메마름증으로 인해 세상에 나오게 되었으니 저자에게 감사해야 하리라. 책은 의외의 진실들을 알게 해주었다. 감사하다. 재독할 만한 책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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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없이 이해하는 지진의 과학
홍태경 지음 / 김영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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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가라앉고 있다는 말 만큼 비상식적인 말이 우리나라는 일본이 막아줘서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각판을 움직여 지진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은 맨틀 대류다. 지구 내부의 열이 고갈되면 외핵이 고체가 된다. 지구 중심부는 엄청난 무게로 짓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체가 되지 않는 것은 열 때문이다. 그런데 열이 사라지면 압력만 남아 고체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자기장이 사라져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이 된다. 정리하면 열의 차이 때문에 맨틀이 대류하고 그로 인해 지진이 일어나기에 열을 원망할 수 있지만 열이 사라지면 외핵이 고체화되어 자기장이 없어지게 되어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이 된다. 지구 자기장은 외핵의 액체 상태의 철, 니켈이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거대한 발전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긴다. 지진(과 화산)이 특정 지역을 파괴하는 재앙이라면 지구 자기장이 사라지는 것은 지구 전체의 생명체적 기반을 무너뜨리는 행성급 대재앙이다. 비유하면 지진(과 화산)은 지구라는 행성이 숨을 쉬며 생기는 상처라면 자기장 소멸은 지구의 심장이 멈추어 모든 생명 줄이 끊어지는 것과 같다.

 

초기 지구는 불균질한 물질들이 뒤섞인 거대한 고체 덩어리였으나 시간이 흐르며 물질의 밀도 차이에 따라 층상 구조로 분화되었다. 그에 따라 내핵과 맨틀 사이에 액체 상태의 외핵이 생겨 지구는 마치 작은 공을 품고 있는 큰 공처럼 독특한 구조를 갖게 되었다. 지진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지구 내부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다. 지진은 대부분 지각판의 경계에서 일어난다. 판 구조론에 따르면 지구 표면은 여러 개의 지각판으로 나뉘어 있으며 맨틀 대류의 영향을 받아 끊임없이 움직인다. 판 구조론에 따르면 지각판은 다양한 방향으로 계속 이동한다. 해양 판과 대륙 판이 충돌하면 밀도가 높은 해양 판이 대륙 판 아래로 내려가지만 인도 판과 유라시아 판처럼 둘 다 대륙 판일 경우 밀도가 유사해 수평 이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히말라야 산맥과 티벳 공원은 지속적으로 고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지각판의 충돌과 변형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각판의 이동은 맨틀 대류와 중앙 해령에서의 판 생성 속도뿐 아니라 인접한 판들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형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각 충돌대마다 침강판의 모양과 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지구 내부의 순환 운동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변화의 중심에는 지각판의 움직임에 따라 형성되는 단층이 있다. 매우 깊은 곳에서는 높은 온도와 압력 때문에 암석이 연성 변형을 일으킴으로 응력이 해소되어 지진이 일어나기 어렵다. 모든 단층이 지진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에는 많은 단층이 있지만 과거에 지진을 일으켰던 단층이라도 현재의 응력 환경이 달라졌다면 더 이상 활동하지 않을 수 있다. 지진이 발생할 때 단층은 한꺼번에 파열되기보다 순차적으로 파열되는 경우가 많다. 단층 파열은 단층에 쌓였던 응력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대부분은 단층의 일부에서 시작해 국소적으로 진행된다. 응력이 한꺼번에 해소되지 않고 작은 파열로 나뉘어 발생하면 여러 번의 작은 지진이 일어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북북동 - 남남서 방향의 주향이동단층에서 주로 지진이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 판 내부에 위치하지만 주변 판들의 상호작용으로 끊임없이 밀어내는 힘을 강하게 받고 있다. 인도 - 오스트레일리아 판이 유라시아 판을 북동쪽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태평양 판과 필리핀 해판은 유라시아 판 아래로 섭입하며 서쪽 방향으로 강력한 힘을 가한다. 이 두 거대한 힘이 한반도 주변에서 상쇄, 중첩되면서 현재 한반도 지각 내부에는 동서(또는 동북동 서남서) 방향의 최대 수평 압축 응력이 일정하게 작용하고 있다. 동서 방향으로 강력하게 쥐어짜는 판의 힘이 한반도에 가해지는데 마침 비스듬하게 누워 있던 과거의 북북동 - 남남서 방향의 단층들이 물리적으로 가장 미끄러지기 쉬운 조건이 되어 이곳에서 지진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방출된다.

 

지진은 지구 내부에 쌓이는 보이지 않는 힘인 응력에서 비롯된다. 응력은 작용 방향에 대한 상대적 위치에 따라 해당 매질에 압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장력(張力)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즉 압축력은 플러스 응력에 해당하고 장력은 마이너스 응력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응력 증가라고 하면 이러한 압축력이나 장력의 크기가 커지는 것을 말한다. 압축력은 물질을 안쪽으로 밀어붙여 단단하게 만들고 장력은 바깥으로 잡아당겨 팽팽하게 만난다. 이 두 가지 힘이 지구 내부에서 균형을 유지하지 못할 때, 특히 암반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설 때 약한 부분이 파열되며 단층 운동이 일어나 지진이 발생한다. 단층이 움직이면서 수축이 일어난 곳에서는 압축력이 더욱 증가하고 팽창이 일어난 곳에서는 기존에 작용하고 있던 압축력이 감소한다. 응력이 증가한 지역은 지진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능력이 감소한 지역은 지진 발생 가능성이 낮아진다.

 

역사적으로 대규모 지진은 강력한 응력 전이를 일으키며 연쇄적인 지진을 촉발하거나 화산활동을 유발했다. 응력 전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지각판 운동과 같은 지질학적 원인뿐 아니라 물과 같은 외부 요인에서도 찾을 수 있다. 물은 단층대의 압축 응력을 낮추어 지진 발생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유발지진(induced earthquake), 촉발지진(triggered earthquake)이 있다. 유발 지진은 원인 요소의 자극 범위 내에서 발생한 지진, 촉발 지진은 자극 범위 밖에서 발생한 지진이다. 정리하면 유발 지진은 지진 발생 가능성이 크지 않았던 기존 단층에 인간 활동이 직접적이고 지배적인 영향을 미쳐 발생한 지진이고, 촉발 지진은 이미 응력이 임계점에 도달한 단층에서 외부 요인이 작은 방아쇠 역할을 하여 발생한 지진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대부분은 주로 5-15km 사이의 깊이의 판 내부에서 일어나는 천발지진이다. 판 내부에서도 응력이 축적되면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지구 자전은 지구 시스템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 지구의 초대륙 분리와 충돌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맨틀 대류의 열원 역할을 하는 액체 외핵이 지구 자전의 영향을 받는다. 최근 연구에서는 엘니뇨와 같은 기후변화가 지구 자전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기후변화가 다시 지구 자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55 페이지) 초대형 지진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연속적인 변화를 촉발하는 시작점이다. 지각판이 받는 응력은 열대류에서 온다. 판의 경계에서 오랜 시간 축적되어 지진, 화산 분화, 산맥 형성의 결과를 낳는다. 1) 상부 맨틀의 연약권이 열대류로 인해 수평으로 움직일 때 그 위의 지각판이 함께 끌려갈 때 응력이 발생한다. 2) 해령에서 중력에 의해 새 판이 미끄러져 내려올 때 기존 판에 응력이 가해진다. 3) 차갑고 무거워진 판이 해구에서 맨틀에서 가라 앉을 때 중력에 의해 판 전체를 아래로 강하게 잡아당긴다. 이는 판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지진의 주기와 빈도는 지질학적 단서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복잡성과 변동성 때문에 완벽한 예측이 어렵다. 규모는 지진 발생으로 방출된 에너지의 절대 양을 나타내는 척도다. 진도는 어떤 장소에서 사람이 느끼는 흔들림의 크기를 나타내는 상대적인 척도다. 지진동(地震動)이란 지진파가 지표면에 도착했을 때 발생하는 지반의 흔들림을 나타내는 말이다. 지진 재해는 지진동의 크기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지진 규모가 클수록 지진파의 진폭이 커지고 거리가 멀어질수록 진폭은 감소한다. 또한 진원의 깊이가 깊을수록 지표에서 관측되는 지진파의 진폭은 작아진다. 지진의 매질은 암석과 토양이다. 지진 피해를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는 액상화 현상이다. 액상화(liquefaction)란 지반 내 공극에 포화된 물이 지진 진동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배출되며 매질이 진흙처럼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매질의 전단 강도가 급격히 감소하고 지반의 강도 역시 약화된다. 그 결과 건물이 기울거나 전도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지진은 다른 자연재해와 결합될 때 피해가 더욱 심각해진다. 쓰나미라고도 하는 지진 해일은 지진이 해저에서 발생할 때 해저 지반이 크게 흔들리면서 바닷물이 이동하며 발생하는 대형 해일이다. 해저 지형에 따라 이동속도가 달라지며 특히 해안가 근처에서는 파고(波高)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지진 해일은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이 해저 지반을 크게 흔들어 그 위의 바닷물을 이동시키면서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바닷물은 부피 변화를 일으키며 그로 인해 무게도 변한다. 이때 발생한 중력파가 해일을 일으킨다.

 

지진 재해와 관련해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작은 지진이 많이 발생하면 단층면의 응력이 해소되어 지진 위험이 줄어들지 않느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진이 발생하면 해당 단층면의 응력이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작은 지진들이 해소하는 응력량은 매우 적다. 하지만 단층면을 약화시키는 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은 지진들이 단층면 여기저기를 조금씩 파괴하며 결과적으로 큰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약한 단층면을 만들어낸다. 약해진 단층면 한 곳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단층면 전체가 연쇄적으로 부서지며 대규모 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작은 지진이 많아지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더 큰 주의가 필요하다. 지진학적으로 작은 지진의 빈도가 높아지면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진광은 지진 발생 전후에 대기 중에서 관측되는 발광 현상이다. 지각에 작용하는 응력에 의해 특정 광물들이 반응하면서 발생한다. 이 현상은 주로 규모 5.0 이상의 지진 발생과 관련이 있으며 기록도 많이 남아 있다. 한반도는 지각판의 경계에서 멀리 떨어진 판의 내부에 위치해 있다. 판 내부 환경에서는 응력이 누적되는 속도가 판 경계부에 비해 느리고 같은 규모의 지진이 다시 발생하는 시간도 길다. 이로 인해 한반도가 일본과 같은 판 경계부보다 지진 발생 빈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큰 지진은 모두 길게는 수천 년 동안 누적된 응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는 대부분의 지진이 5-15km 깊이에서 발생하며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으면 단층은 지표에 드러나지 않을 확률이 크다.

 

한반도의 지각은 오래되고 단단한 암석으로 구성되어 있어 강한 지진파가 멀리까지 전달된다. 이는 한 차례의 강진으로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반도의 지진 잠재성을 평가하고 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활성 단층에 대한 조사와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한반도는 고생대에 형성된 세 개의 육괴(陸塊)와 이들 사이에 놓인 습곡대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견고한 암반 지역에서는 지진파가 먼 거리를 전파하더라도 진폭이 크게 감소하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이는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강한 지진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경주와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의 영향을 수도권 지역에서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지표 퇴적층이 있는 지역에서는 지진파가 증폭되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퇴적층이 지진파를 더 강하게 만들기 때문에 지진 피해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한반도와 그 주변 해역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한반도와 동해의 형성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중생대 말기 지구조(地構造) 운동으로 한반도와 일본 열도가 분리되었고 이 과정에서 동해가 형성되었다. 동해가 생겨남으로써 현재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에 존재하는 고열개(古裂開) 구조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이 고열개 구조는 수평 장력에 의해 만들어진 정단층 구조인데 지금도 태평양 판과 유라시아 판이 충돌하면서 동해 지역에는 압축력이 가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동해 지역에서는 역단층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규모 5 이상의 중규모 지진도 자주 발생하며 앞으로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령도 근해에는 한반도의 형성과 관련된 충돌대가 존재하는데 이곳에서는 남북 방향의 수평 장력이 작용하여 동서 방향으로 주형을 가진 정단층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단층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은 응력이 점차 누적됨에 따라 대규모 지진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내륙지역에서도 지질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특히 양산단층은 영덕에서 양산, 부산을 있는 170km에 이르는 거대한 단층으로 이 단층에서 이미 여러 차례 지진 활동이 관측된 바 있다. 양산단층 전체의 활성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지역적으로 특정 구간에서 지진 활동이 확인되고 있다. 강원도 북부와 수도권을 지나가는 추가령 단층대도 중요한 지질 경계면으로 이 지역에서도 지질 활동이 관측되고 있다. 이러한 지질 경계면들은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145 페이지)

 

판 경계 지역이 아닌 판의 내부에 자리하는 한반도는 지진 발생 주기가 긴 지역이다. 지반이 튼튼하고 안정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힘이 가해져도 웬만해서는 끊어지지 않는다. 임계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결국 지진 주기가 긴 것이다. 추가령은 지구대(地溝帶; rift valley)가 아니라 구조곡(構造谷: tectonic valley)이다. 지구대는 땅이 양옆으로 잡아당겨지는 힘을 받아 지각이 갈라지면서 가운데 부분이 통째로 내려앉은 거대한 골짜기이다. 구조곡은 단층이나 습곡 등의 지각변동으로 인해 암석이 부서져 단층선(약해진 선)을 따라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여나간(차별 침식을 받은) 골짜기이다. 추가령에는 땅이 꺼진 흔적이 없다. 추가령은 땅이 벌어진 것이 아니라 남북으로 서로 엇갈려 미끄러진 주향 이동 단층이다.

 

단층 운동으로 암석이 심하게 부서져서 만들어진 틈새를 따라 한강과 임진강, 한탄강 줄기가 흐르며 그 부위만 집중적으로 깎아냈다. 1900년대 초 일본의 고토 분지로가 한반도 지형을 처음 조사할 때 서울 - 원산 사이의 길고 평평한 골짜기만 보고 구조적 조사 없이 추가령 지구대라 불렀다. 현재 학계에서는 추가령 구조곡 또는 추가령 단층대라 부른다. 지구대를 만드는 인장력의 출처는 맨틀의 열대류와 지각판의 이동이다. 구조곡은 인장력과도 어느 정도 관계가 있지만 핵심 동력은 부서진 틈새를 골라 깎아내는 물과 바람의 침식작용이다.

 

지진이 드물게 발생하는 지역일수록 큰 지진의 발생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수도권도 큰 지진의 예외 지역일 수 없다. 수도권에서는 미소지진이 빈번히 발생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응력이 축적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서울 북서부와 북한산 일대, 경기도 연천 지역에서는 미소지진이 지속적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 주요 원인으로 추가령 단층대와 연결된 심부 단층이 지목된다.(155 페이지) 추가령 단층대는 단지 지표면의 스크래치가 아니라 심부 단층이다. 신생대 제4기의 화산활동을 보면 알 수 있다. 옛날 방식인 1기, 2기, 3기는 고생대, 중생대, 고제3기, 신제3기로 바뀌었고 인간의 시대인 제4기만 그 특별함을 인정받아 오늘날까지 신생대의 마지막 단계를 뜻하는 용어로 공식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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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은 이렇게 일어난다 - 지진의 발생 원인, 피해 사례, 예측과 방재 대책 ㅣ 뉴턴 하이라이트 Newton Highlight 106
뉴턴코리아 편집부 지음 / 아이뉴턴(뉴턴코리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전 세계 육지 면적의 0.3 %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일본이 받는 전 세계에서 방출되는 지진 에너지의 비중은 10~20%라고 한다. 이를 감안하면 지진과 화산활동은 특정 장소에 편중되어 발생한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초거대 지진이 주로 발생하는 곳은 환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이다. 이들은 모두 판이 침강하는 곳이다. 일본은 전 세계 지진, 화산 활동의 90%가 집중되는 환태평양 조산대의 중심지역이다. 지구 부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암석층인 맨틀의 심층에서 끓어오르는 상승류와, 지표면에서 가라앉는 하강류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맨틀이 지구 내부의 열을 외부로 달아나게 하도록 대류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맨틀 대류는 좌우 사방으로 대단히 불균형적으로 발생한다. 지구 내부의 온도 분포, 물질의 성분, 판의 운동 상태가 지역마다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맨틀 대류는 매우 비대칭적이며 불균일하다. 핵과 맨틀의 경계면 온도가 균일하지 않아 아프리카, 태평양 하부 등 특정 지역에서만 초대형 상승류인 수퍼 플룸이 발생한다. 맨틀 내부의 화학적 조성과 밀도가 구역마다 달라 점성에 차이가 생겨 대류와 형태에 변화가 생긴다.

 

남비에서 물이 가열되어 대류하는 것과 맨틀이 대류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수퍼 플룸은 맨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거대한 물질의 상승 흐름 자체이고 핫 스팟(열점)은 플룸이 지표면과 만나 마그마를 분출하는 국소적인 지점을 뜻한다. 2011년 3월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거대 지진은 해양 판과 대륙 판의 경계에서 일어난 판 경계 지진이다. 평상시에 이 영역은 단단히 붙어 있는데 해양 판이 대륙 판을 억지로 끌어들여 뒤틀리게 된다. 마침내 대륙 판의 반발력이 한계를 넘어서면 일시에 튀어 올라 거대한 지진이 발생한다.

 

단층은 지층이나 지형이 어긋난 곳을 말하며 활성 단층은 장래에 지진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단층을 말한다. 단층을 만드는 힘은 판이 서로 미는 힘(압축력), 당기는 힘(인장력), 엇갈리는 힘(전단력; 剪斷力)의 작용에 의해 생긴다. 전단력은 가위로 종이를 자를 때 날 두 개가 엇갈리며 종이를 끊어 끊어내는 힘과 같다. 거대한 암석층이 수평으로 서로 스쳐 지나갈 때 전단력이 작용한다.

 

일본 열도는 네 개의 판(북아메리카 판, 유라시아 판, 필리핀 해판, 태평양 판)이 서로 미는 한복판에 자리한다. 땅의 단층을 발견하는 방법에는 항공 사진 판독, 굴착 조사, 물리 탐사 등이 있다. 액상화(liquefaction)는 강한 지진 흔들림 때문에 단단했던 땅이 순간적으로 흙탕물처럼 걸쭉하게 변하는 것을 말한다. 판끼리의 접착이 강한 곳과 강하지 않은 곳이 있다.

 

판과 판이 만나는 경계면에서 어느 곳은 본드로 붙여놓은 것처럼 강력하게 맞물려 있고, 어느 곳은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흘러간다. 경계면의 거칠기, 온도와 압력, 물의 유무 때문에 나타나는 차이다. 대륙 판 아래로 파고드는 해양 판에 거대한 해양 산맥이나 울퉁불퉁한 암석 돌기들이 많으면 서로 깍지를 끼는 것처럼 꽉 맞물리게 된다. 이러면 판이 강력하게 맞물리게 된다.

 

표면이, 부드러운 평원이거나 매끄러운 퇴적물들로 덮여 있으면 판이 미끄러져 들어가게 된다. 지하 약 10~30km 깊이는 온도와 압력이 적당히 높아서 암석이 매우 단단하고 강한 마찰력을 갖는다. 이 구간이 가장 강하게 접착되어 에너지를 모으다가 한 번에 터지는 거대 지진의 중심지가 된다. 경계면에 수분이 없고 건조한 상태라면 암석끼리 서로 맞닿아 엄청난 마찰력이 생긴다. 서로 꽉 붙잡고 떨어지지 않는 상태가 된다. 물이 풍부한 곳에서는 접착력이 약해진다. 판과 함께 땅속으로 끌려 들어가면서 엄청난 압력을 받는 바닷물이 암석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면 판 사이를 살짝 띄워 마찰력을 줄여 미끄러지게 한다.

 

일반적으로 암석은 광물의 입자가 모여 생긴 것이다. 따라서 암석의 내부에는 입자끼리의 틈이 무수히 존재한다. 물이 풍부한 환경이라면 이 틈에 물이 스며든다. 이 물의 압력을 간극(間隙) 수압이라고 한다. 암석의 간극 수압이 높을수록 광물 입자 사이의 틈을 벌리려고 하는 작용이 강해져 광물 입자끼리의 결합이 느슨해진다. 판 경계 등 단층의 암석의 간극 수압이 높은 경우에는 단층의 마찰이 작아져 지진이 발생하기 쉬워진다.

 

일반적으로 판 내부 지진의 특징은 판 경계부에서 발생하는 지진과 비교해 지진이 시간적, 지역적으로 불규칙하고 산만하게 발생하며 빈도도 상대적으로 낮고 크기도 작다. 이는 판 내부의 경우 단층의 활동 주기가 길어서 수만 년 또는 수십만 년에 한 번씩 움직이면서 지진을 발생시키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판 내부 지진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은 세 가지다. 1) 판의 경계부에서 판이 서로 밀거나 당길 때 발생하는 거대한 힘이 내부까지 거미줄처럼 전달된다. 2) 땅속 깊은 곳에는 수억년 전 판이 합쳐지거나 찢어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옛 단층들이 숨어 있다. 평소에는 붙어 있던 이 약한 틈새가 판 경계에서 밀려온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끊어지며 지진이 발생한다.(판의 경계도 넓은 의미에서 단층이다.) 3) 빙하가 녹아 지각의 무게가 가벼워져 땅이 솟아오르거나 강한 침식작용으로 지형의 무게 균형이 깨질 때 지각이 수직으로 움직이며 내부 단층을 자극하기도 한다.

 

지진은 70km까지 천발 지진, 70km~300km의 중발 지진, 300~800km의 심발 지진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주는 지진은 진원의 깊이가 수십 km 이내에서 발생하는 천발 지진이다. 진원이 깊으면 지진파가 지표까지 도달하는 동안 에너지가 약해져서 큰 지진이라고 해도 피해를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판의 접촉면 가운데 특히 접착이 강한 영역을 에스페리티(asperity)라고 한다.

 

에스페리티 영역은 접착면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 끊어질 때 순식간에 엇갈려 움직임으로써 격렬한 요동의 발생원이 된다.(asperity는 가혹함을 의미) 거친 콘크리트 바닥 위에 무거운 벽돌을 올려놓고 고무줄로 묶어 잡아당긴다고 생각하자. 고무줄을 당겨도 벽돌은 바닥과의 마찰력 때문에 한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벽돌 바닥과 콘크리트가 물려 있는 그 지점을 에스페리티라고 한다. 고무줄을 계속 당겨 고무줄의 탄성이 마찰력을 이기는 순간 벽돌이 옆으로 튕겨 나간다. 이렇게 튕겨 나가는 현상을 지진이라 한다.

 

2010년 1월 거대한 지진이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를 습격했다. 지진은 약 200만 명이 생활하는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강타했고 발표된 사망자 수는 23만 명을 넘었다. 지진은 1995년 일본에 막대한 피해를 준 한신-아와지 대지진과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아이티 지진이라는 말에 왜 거기에서 지진이 일어났는가 하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카리브해에서 과거에 대지진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들은 기억이 없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카리브해 주변에서 1977년~2007년의 30년 사이에 발생한 지진을 나타낸 그림을 보면 이 일대가 결코 조용한 곳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예를 둘러싸듯이 많은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이 지역은 지진이 드문 것이 아니라 반대로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지대다. 카리브해의 주변에서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데는 판이 관계한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때 성공이 전리층이 교란되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원인은 쓰나미로 간주된다. 달에서도 지진이 일어난다. 이를 월진(月震; moonquake)이라 한다. 달은 지구와 달리 판구조 운동이 일어나지 않지만 다른 원인으로 지진이 일어난다. 1) 달이 식으면서 쪼그라드는 열수축. 2) 지구 중력이 잡아당기는 힘인 조석력. 3) 낮과 밤의 극심한 온도차.(낮은 120도, 밤은 영하 130도) 4) 대기가 없어 막지 못하는 운석 충돌 등이다.

 

지열의 절반은 지구 탄생 무렵의 흔적이라고 한다. 지구 탄생 무렵의 흔적과 지구 내부의 방사성 물질에 의한 열이 양대 요인이다. 지구 내부의 방사성 붕괴열의 대부분은 맨틀에서 유래한다. 이는 맨틀이 지구 전체 부피의 8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핵에서는 방사성 붕괴 열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우라늄이나 토륨 같은 방사성 원소는 산소와 친한 원소여서 철과 니켈 중심의 핵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핵의 열은 대부분 지구가 처음 만들어질 때 갇힌 원시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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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정복 만화, 지학툰 - 우리 주변의 과학을 정복하다
콜프 지음 / 사회평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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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정복 만화, 지학툰]의 우주는 우리 주변이란 의미다. 저자 콜프는 콜드 프론트(cold front) 즉 한랭 전선의 약자(略字)라고 한다. 한랭 전선이 왔다는 것은 곧 비가 물러나고 맑은 날씨가 찾아올 것이라는 의미라며 저자는 인생의 힘든 일 또한 한랭 전선처럼 곧 지나가리라 약속된 것이라 믿고 싶다고 말한다. 저자는 다른 과학들이 원리를 바탕으로 현상을 예측하는 학문이라면 지구과학은 현상을 바탕으로 그에 맞는 원리를 짜맞추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AI는 지구과학은 단순히 현상에 맞춰 원리를 짜맞추는 학문이 아니라 현상을 바탕으로 원리를 역추적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귀납적, 연역적 통합과학이라 말한다. 지구, 우주, 과거의 역사는 실험실에 집어넣고 재현할 수 없다. 인류에게는 이미 완성된 지구라는 결과가 주어졌다. 지구과학이 현상에 맞춰 원리를 짜맞추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기후 변화, 지층 등 나타난 흔적을 보고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역으로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수긍할 수 있는 점은 지구과학은 오직 지구와 우주에서의 현상만 다루기에 범위가 많이 좁다는 점이다. 저자는 백두산 이야기를 한다. 화산이 폭발할 때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요소는 크게 네 가지다. 용암, 화산이류(泥流), 화산쇄설물(瑣屑物), 지진 등이다. 지진 해일을 뜻하는 쓰나미(つなみ; 津波)는 일본어다. 많이 느려진 앞의 파도와 느려진 중간 파도와 조금 느려진 뒤의 파도가 겹치면서 어마어마한 높이의 쓰나미가 완성된다.

 

깊은 바다에서 해안가로 갈수록 수심이 급격히 얕아진다. 파도의 속도는 수심에 비례하므로 가장 앞 부분이 가장 먼저 느려진다. 뒤따라오는 파도는 여전히 빨라 앞 파도와의 간격(파장)이 좁아진다. 갈 곳을 잃은 거대한 에너지가 위로 솟구치며 벽처럼 높아진다. 깊은 바다에서 시속 700~800km였던 쓰나미는 해안가에 도달하면 시속 30~40km로 느려지는 대신 높이는 수십 배 이상 증폭된다. 이를 천수효과(淺水效果; shallow effect)라 한다.

 

지구과학이 화학으로 넘어가는 계기는 암석도 결국 광물이라는 화학 결정의 혼합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지질학이란 결국 돌의 일생, 크게 보면 지구라는 살아 있는 돌의 일생에 대한 학문이라고. 화산학자 에릭 클레메티가 쓴 ‘지질학은 암석 그 자체가 아니’라는 글이 눈에 띈다. 클레메티는 지질학(geo)은 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클레메티는 지질학자(그리고 고생물학자)들이 밖에 나가서 암석, 광물, 화석을 찾아 이름표를 붙이고 박물관이나 먼지 쌓인 서랍에 보관하는 것은 지질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빅토리아 시대의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한다.

 

클레메티는 지질학자가 되거나 지질학 수업을 듣다 보면 이 분야에 대해 생각하려면 종합적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될 것이라 말한다. “물리학? 물론이죠. 화학? 당연하죠. 생물학? 당연히요. 인류학? 당연히요. 고고학? 맞아요. 기상학? 네. 기후학? 두말할 필요 없죠. 천문학? 두고 보세요!” 클레메티는 현대 지질학은 지구(그리고 그 너머)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한다고 말한다. 이는 지질학자들이 지구 내부와 외부를 형성하는 과정들을 연구함을 의미한다. 클레메티는 오해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은 돌을 정말로 좋아한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다. 돌의 이름을 알아맞히는 것 이상으로 지질 과정을 아우르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온 나에게 에릭 클레메티의 글은 반갑기 그지 없는 글이다.

 

저자는 지구가 품고 있는 내부 에너지의 대부분은 지구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갖고 있었던 열에너지라고 말한다. AI는 지구 내부의 방사성 원소가 붕괴하며 내는 열이라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지구는 새로운 산과 계곡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살아 있는 행성이다. 맨틀과 암석의 차이가 중요하다. 맨틀은 지구 내부의 구조를 나누는 공간의 이름이고 암석은 맨틀을 채우는 물질이다.

 

역사상 유례없이 온 세계가 지구과학에 열을 올리던 때가 있었다. 바로 2차 세계대전 때다. 이때 각광을 받은 것이 잠수함이다. 이때 중요해진 것이 해저 지형과 해저탐사다. 해리 헤스가 발견한 것 가운데 기요(Guyot)가 있다. 꼭대기가 평평한 모양의 거대한 심해 화산이다. 해리 헤스가 발견한 기요는 해저 확장설을 증명한 결정적 물증이다. 기요의 가장 큰 수수께끼는 파도에 의해 깎여 평평해진 꼭대기가 왜 지금은 파도가 치지 않는 심해에 있는가였다. 기요는 해양 판이 수평으로 이동하면서 동시에 수직으로 침강한다는 판 구조론의 핵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해리 헤스는 해양 바닥의 나이가 지구의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젊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는 또한 해양 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의 양이 지역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대서양 중앙 해령은 마리 샤프라는 지질학자가 발견한 지형이다. 대서양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산맥이며 가운데가 움푹 파인 V자 모양의 계곡을 가지고 있다. 마리 샤프는 지도교수인 브루스 히젠에게 이것이 대륙이 찢겨나간 흔적이 아닌지 조심스레 물었다.

 

대서양 중앙 해령이 있는 곳은 다른 곳보다 뿜어내는 열의 양이 많았다. 그곳에 쌓여 있는 먼지(퇴적물)의 나이는 중앙에서 가장 적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많아지는 특징을 보였다. 와다치 기요오(和達清夫; 1902~1995)는 지하 300km 이상 깊은 곳에서 발생하는 지진인 '심발지진'의 존재를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 그는 일본의 지진을 조사한 결과 해구가 있는 태평양 쪽에서는 얕은 지진이, 동해로 갈수록 깊은 지진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논문은 일본어로 쓰였기 때문에 조용히 묻히고 말았다. 그로부터 20년 후 거의 똑같은 내용의 논문을 미국의 지진학자 휴고 베니오프가 내놓으면서 이 지진대에 베니오프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결국 이 지진대의 이름은 중립적인 섭입대로 정해졌다. 태평양 쪽에서 얕은 지진이 발생하고, 동해로 갈수록 지진이 깊어지는 이유는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파고들며 비스듬하게 땅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해양판인 태평양판은 대륙판인 유라시아판(또는 북미판/필리핀판)과 충돌할 때 무겁기 때문에 아래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이때 판과 판이 만나 꺾여 들어가는 시작점(일본 동쪽 태평양 바다)이 해구다.

 

두 거대한 판이 맞부딪치며 들어갈 때 엄청난 마찰과 압력이 생긴다. 판이 대각선 아래로 깊숙이 들어감에 따라 마찰이 일어나는 지점(지진의 진원)도 동쪽에서 서쪽(동해 및 한반도 방향)으로 갈수록 점점 깊어진다. 한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들어갈 때 꺾여 들어간다는 뜻은 대각선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판이 대각선으로 깊숙이 들어가기에 꺾여 들어가는 시작점(해구)에서 멀어질수록 지진이 발생하는 깊이가 대각선 방향을 따라 천발(淺發)-중발(中發)-심발(深發) 지진으로 깊어진다.

 

대서양 중앙해령이 찢어지고 있던 이유는 해령을 중심으로 해저가 확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헤스의 발견에 따르면 찢어진 자리에서는 맨틀 물질이 올라와 새로운 지각을 만들고 있었다. 그럼 해저는 무한정 커지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어딘가에선 땅이 다른 땅 밑으로 가라앉는다. 이렇게 땅은 해령에서 태어나 해구에서 소멸하는 우리네 인생 같은 순환을 겪는다. 헤스는 아서 홈스라는 과학자가 제시한 맨틀 대류설을 채택했다. 부분 용용 상태인 맨틀이 상승하는 곳에서는 땅과 땅이 벌어지고, 맨틀이 하강하는 곳에서는 땅과 땅이 모여든다는 설이다.

 

맨틀은 감람석이라는 초록색 광물로 이루어져 있어서 초록색을 띤다. 맨틀 물질이 상승하는 해령은 뜨겁고, 하강하는 해구는 차갑다. 달이나 수성, 화성의 땅은 생동하지 않고 죽어 있다. 그곳에서는 화산도, 지진도, 새로운 암석의 탄생도 없다. 저자는 화학과 지구과학은 정반대의 학문이라 말한다. 화학은 원자 세계를 연구하는 만큼 정확성과 정밀성이 생명이라면 지구과학은 지구와 우주를 연구하는 만큼 자료 하나하나보다는 큰 경향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클레어 패터슨(Clair Cameron Patterson; 1922~1995)은 지구의 정확한 나이를 최초로 밝혀내고 전 세계적인 납 오염 규제를 이끌어내어 인류를 구한 미국의 지구화학자이자 환경운동가다. SiO₂(이산화규소)는 밝은 색이니 함량이 적으면 어두운 색이 되고 반대는 밝은 색이 된다.

 

제주도는 땅까지 검은색인데 같은 현무암 지대인 연천은 땅까지 검지는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화산 활동의 시기(지질학적 나이)와 기후로 인한 풍화 작용의 차이 때문이다. 50만 년 전~10만년전에 화산이 분출한 연천은 제주도보다 훨씬 오래전에 용암이 분출했다. 오랜 시간 동안 비바람을 맞으며 현무암 속 철분이 공기 및 물과 만나 산화되었다. 이 때문에 검은색이 아니라 붉은색이나 황토색 토양으로 변했다.

 

약 2만~수천 년 전에 화산이 분출한 제주도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젊은 땅이다. 용암이 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무암 고유의 검은 빛깔(휘석, 감람석 등의 광물 색상)이 토양에 그대로 남아 있다. 손영운은 연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땅에 속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토양 색을 보면 제주도가 최근에 화산이 분출했음을 알 수 있다. 과학교사 출신의 저술가 손영운이 연천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땅"이라고 표현한 것은 맞지만 실제 지질학적으로 화산 활동이 가장 최근까지 일어난 곳은 제주도(및 울릉도, 백두산)가 맞다.

 

손영운 저자가 연천을 '가장 젊은 땅'이라고 부른 것은 한반도 내륙 기준이거나 교과서적 의미에서 신생대 제4기 분출 지형의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한 문학적·대중적 수사다. 제주도는 섬 전체가 화산재로 덮여 있으며 물이 잘 빠지는 환경 덕분에 화산재 유기물이 씻겨 내려가지 않고 한데 엉겨 붙어 짙은 검은색의 토양층을 형성하고 있다.

 

저자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러 가지지만 가장 큰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이다. 저자는 온실 기체가 바로 우리 지구의 패딩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온실 기체는 지구가 방출하는 열을 흡수하여 지구에 되돌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패딩이 점점 두꺼워지면서 지구의 체온은 필요 이상으로 점점 올라가고 있다. 인간이 사용하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즉 화석연료들이 지구의 패딩을 더 두껍게 만들고 있다. 탄소 배출량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누리던 것을 조금씩 내려놓으면 된다.

 

오존층 파괴와 미세먼지는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없다. 오존층 파괴의 경우 주원인인 프레온 가스가 매우 강력한 온실 기체이긴 하지만 오존층이 파괴되면 자외선 차단이 어려워져서 문제일뿐 지구의 기온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미세먼지의 경우 호흡기 깊숙이 들어와 여러 질환을 유발해서 문제이지 같은 대기 문제라는 것 빼고는 지구온난화와는 상관이 없다. 오히려 심한 미세먼지는 햇빛을 차단해 기온을 낮춘다.

 

앙리 푸앵카레는 “과학자는 자연이 쓸모 있기 때문에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아름다움에서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다. 만약 자연이 아름답지 않다면 알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장영실은 세종에게 북극성은 전하의 별입니다란 말을 했는가. 영화 속 허구다. 영화 ‘천문’에 세종대왕과 장영실이 별을 보며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장영실이 세종대왕을 가리켜 ‘저기 북극성이 전하 이십니다’라고 말하자 세종대왕은 ‘그건 아니다, 북극성은 중국 황제만이 칭할 수 있다’고 주의를 준다.

 

북극성 이야기는 천문학 영역에 속한다. 지구과학이 다루어야 하는지를 놓고 갑론을박 중이다.(13 페이지) 칼 세이건이 우주를 코스모스, 스페이스, 유니버스로 분류한 것처럼 지구를 나누어 볼 수 있을까? 일상의 공간인 지표(Earth-Space), 지각, 맨틀, 외핵, 내핵으로 구성된 지질학적·물리적 행성으로서의 지구인 물리적 지구(Earth-Universe), 생물권과 비생물권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스스로 환경을 조절하는 복합 생태계 즉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자 생명의 요람인 가이아(Earth-Cosmos)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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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 두렵거나, 외면하거나 ㅣ Nature & Culture 2
앤드루 로빈슨 지음, 김지원 옮김 / 반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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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국 출신의 화학자 앤드루 로빈슨은 [지진 두렵거나, 외면하거나]에서 지각판의 경계에서 멀리 떨어져 둔하고 무딘 영국 같은 나라도 지진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말을 한다. 책에 의하면 지진 학자들은 전 세계 국토 면적의 0.3%에 해당하는 일본이 연간 받는 전 세계 방출 지진 에너지의 비율은 10%라고 분석한다. 1812년 베네수엘라 대지진은 자연재해,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인간의 행동과 그것을 둘러싸고 벌어진 해석에 관해 큰 시사점을 주는 사건이다. 가톨릭 사제들은 지진이 독립을 선언한 죄에 대한 신의 형벌이라 주장했다. 이에 분노한 시몬 볼리바르(1783-1830)는 만약 자연이 우리를 대적한다면 우리는 자연과 싸워 그것이 우리에게 복종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진은 볼리바르에게 큰 영향을 미쳐 볼리바르가 다른 나라로 가 더 큰 정부를 세워 결과적으로 베네수엘라의 해방을 이루게 했다. 시몬 볼리바르는 스페인의 식민지배로부터 남미의 6개국(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파나마, 볼리비아)을 해방시킨 영웅이다. 저자는 구역 성경에 나오는 도시인 예리코(여리고)의 성벽 붕괴 사건을 지진이 초래한 사건이라고 설명한다. 가령 발굴자들은 예리코의 무너진 벽 아래에서 곡식을 발견했다.

 

도시가 적들에게 침공을 당했다면 귀중한 곡식은 분명히 침입자들이 빼앗았을 것이다. 저자는 고고학자들은 문화적인 변이를 인간의 역할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지진이나 다른 자연재해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역사가들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히로시마와 아우슈비츠가 20세기에 일어난 전 세계적인 재앙의 상징으로 절대 잊히지 않는 반면 샌프란시스코와 도쿄가 지진으로 엄청난 혼란을 겪었어도 별로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연재해 중 거의 유일무이하게 세계적으로 기록되는 게 폼페이이다. 하지만 이는 주민들이 베수비오 화산의 임박한 폭발을 암시하는 경고를 무시해서 위기를 자초했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반면 아무런 전제 없이 덮쳤던 리스본 지진은 도시에 있던 그 어떤 사람에게도 재앙에서 탈출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영국 국교회의 성직자 윌리엄 워버튼(1698-1779)은 친구에게 "이 끔찍한 일을 인간의 불경을 하늘이 응징하는 거라 생각하는 건 굉장히 섬뜩하네. 하지만 우리가 아버지가 계시지 않은 세상에 고독하게 버려져 있다고 생각하는 건 10 배는 더 무시무시하네."라고 말했다. 전전긍긍의 심정을 잘 드러내주는 말이다.

 

저자는 진도(震度)와 규모(規模)를 구분해 설명한다. 진도는 지진 때문에 사람이 인지한 것을 측정하는 것이고, 규모는 과학적 도구가 인지한 것이다. AI는 지진의 규모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방출된 에너지의 총량을 뜻하며, 지진의 진도는 특정 위치에서 사람이 느낀 흔들림의 정도와 피해 규모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규모는 지진이 일어난 위치가 어디든 관측 장소에 상관없이 단 하나의 고유한 값을 갖는다. 지진의 진도는 진원에서 가까울수록 높고 멀수록 낮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값이 여러 개로 나뉜다. 관찰자에게서 가까운 소규모 지진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강한 지진보다 더 높은 진도로 느껴질 수 있다. 규모라는 개념이 있다는 것은 대다수의 지진 학자들이 일반 대중과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이다.

 

지진파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지하에 있는 지진의 중심점에서 곧장 위에 있는 지표면으로 퍼져나가는 중심파가 있고 중심파의 일부가 지면에 도착한 다음 변형되어서 생기는 표면파가 있다. 중심파는 1차파인 P파와 2차파인 S파로 나뉜다. S파는 전파처럼 양옆으로 파동을 가하며 움직이기 때문에 더 느리고 액체를 통과할 수 없다. 그리고 지면을 수직과 수평 방향으로 흔든다. 건물들은 수평 응력을 별로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P파보다 S파에 훨씬 큰 피해를 입는다. 지진의 진앙이 지 진 기록계에서 멀수록 빠른 P파와 느린 S파의 도착 간격이 더 커진다. 러브파와 레일리파는 두 가지 주된 표면 파다.

 

진앙과 진도보다 좀 더 복잡한 개념인 규모 측정법을 만들기 위해 지진의 크기를 결정하고 싶었던 20세기 지진 학자들은 문제에 맞닥뜨렸다. 진앙에서 관찰자까지의 거리에 따라 다양하게 나오는 여러 가지 진도 계급 대신에 각각의 지진에 딱 하나의 숫자를 부여하는 계급을 어떻게 고안하느냐 하는 거였다. 규모 8의 지진은 규모 7의 지진 보다 지면을 10배 더 강하게 흔들고 규모 6의 지진보다 100배 더 강하게 흔든다. 하지만 만약 규모 6의 지진의 진앙이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 위치한다면 규모 8의 지진보다 더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나무로 지은 일본 전통 가옥은 지진에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화재에 취약한 반면 벽돌과 돌로 지은 서구식 건물은 화재에는 강하지만 지진에 고스란히 무너졌다. 나무는 휘어지더라도 부러지지 않고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탄성이 뛰어나다. 목재는 돌이나 벽돌보다 훨씬 가볍다. 지진이 건물에 가하는 힘은 건물의 무게에 비례함으로 가벼운 목조건물이 받는 충격이 훨씬 적다. 나무는 유기물이므로 불에 잘 탄다. 돌과 벽돌은 불에 타지 않은 광물성 재료다. 외벽이 타지 않아 인근 건물로 불이 옮겨 붙는 것을 막아준다.

 

돌과 벽돌은 위에서 누르는 힘(압축력)에는 잘 견디지만 옆으로 당기는 힘(인장력)이나 흔드는 힘(전단력)에는 약하다. 지진으로 좌우 흔들림이 발생하면 결합부위가 쉽게 갈라져 도미노처럼 무너진다. 돌과 벽들은 매우 무겁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건물이 받는 흔들림의 에너지가 목조건물보다 훨씬 커서 파괴력이 배가(倍加)된다. 물론 대지진이 화재로 이어짐을 유의해야 한다. 켈빈 경이라는 애칭을 가진 윌리엄 톰슨 같은 지질학자들과 물리학자들이 지구의 내부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엑스레이를 제공하면서 지진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지진파가 지각, 맨틀, 핵의 여러 부분을 지나 멀리 있는 지진기록계에 잡힐 때의 속도와 경로를 계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세기 초 지진학은 점차 지구 물리학이라는 넓은 분야의 일부로 여겨지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언제, 어디서, 왜 지진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보편적인 이론은 없는 상태였다. 1960년대에 생겨난 판 구조론이 지진 발생을 거시적인 면에서 성공적으로 설명해준다. 물론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미시적인 면, 다시 말해 지진이 일어날 때 지하의 바위들은 어떻게 되는지 같은 것들은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진이 일어난 후에 제시된 한 세기 전의 이론에 지금까지 의존하고 있다. 단층에 관한 모든 오류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지진학자 수단 휴는 지질학에서 판 구조론의 중요성을 의학에서 심장마비를 진단하기 위한 혈액순환의 중요성에 비견했다.(158 페이지) 세계 지진의 대다수는 판 경계에서 일어난다. 섭입은 밀도가 상당히 다른 두 개의 판이 충돌하는 판의 경계라면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밀도가 더 높은 판이 밀도가 낮은 판 아래로 섭입된다. 반대로 부딪히는 두 판의 밀도가 비슷하다면 섭입은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산악지대가 생기고 지진이 일어나긴 하겠지만 화산 폭발은 없을 것이다. 지진을 일으키는 응력은 단층을 잘라내고 비비고, 양옆에서 잡아 당기고, 옆에서 압축한 방식으로 힘을 행사한다.

 

저자는 오늘날 캘리포니아에서는 지진 학자들과 지구 물리학자, 공학자, 건축가, 보험 업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여전히 잘못된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진 예측은 유혹적인 신기루이다. 계속해서 손짓을 하지만 항상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 대지진이 일어나면 지진학의 외곽에 있는 사람들은 성공적으로 지진을 예측했다고 주장하며 그들의 소위 실적을 가지고서 미래의 지진을 예측하려 한다. 지진학 전문가들은 대지진이 어디서 일어날지 예측하는데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긴 하지만 이런 사건이 언제 일어날지는 여전히 그들의 예지 범위 밖에 있다. 하지만 지진 학자들은 종종 추측을 하고 싶은 유혹에 넘어간다.(205 페이지)

 

장기 예측을 하려는 과학자들의 소망은 주로 탄성 반발 모형으로부터 생겨난 순환적 개념을 핵심으로 한다. 즉 단층 응력이 꾸준한 속도로 쌓여 가다가 정기적으로 단층 파열이 갑자기 일어나면 해소된다는 개념인데 우리는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 반대로 짧게 말하자면 전조가 대단히 중요하고 좀 더 확장해서 보자면 이를 관찰하고 측정할 기계들과 사람들, 사회 조직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전조로 볼 만한 증상으로는 초기 미진, 지면 압력의 변화, 지면의 기울어짐이나 상승 저항감, 지역 자기장과 중력장의 변화, 지하수 수위 변화, 라돈가스의 방출, 낮은 소리, 섬광과 동물들의 기묘한 행동 같은 것들이다.

 

이런 전조 중 몇 가지는 대지진이 일어나기 몇 달 전 심지어는 몇 년 전에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몇 가지는 지진이 일어나기 며칠이나 몇 시간 전에 일어난다. 장기적인 지진 예측은 장기적인 날씨 예보 보다 훨씬 더 성공률이 낮고 위험도는 어마어마하게 높다. 지질학적 변이 과정은 굉장히 느려서 설령 한 세기 분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해도 겨우 1분 관찰하고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려는 것과 비슷한 행동이다. 지진 예측 분야는 어떤 의견에도 완전히 열려 있는 상태이다. 많은 예측이 비과학적이고 유사 과학적인 방식으로 행해지고 있고 대다수는 무시된다. 하지만 종종 불분명한 이유로 이 가운데 하나가 퍼져서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1989년 로마 프리에타 지진은 우리가 일어나길 바라는 곳에서 일어나지도 않았고 예측할 수도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지각 단층을 열심히 연구했지만 지진이 어떻게, 왜 일어나고 재발하는지에 관한 우리의 지식이 이제 걸음마 단계이고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켜준다. 이스라엘 출신의 지구물리학자 아모스 누르(Amos Nur; 1938-2024)가 쓴 [아포칼립스; 지진, 고고학 그리고 신의 분노]는 주목할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고대 도시 몰락은 전쟁이 아닌 지진 등의 자연재해 때문이라고 보았다. 가령 누르는 예리코 성벽 붕괴를 요르단 지구대의 활발한 단층 운동과 연관지어 설명했다. 누르 교수는 판 내부의 고대 단층이 축적된 응력을 견디지 못하고 깨지면서 재앙적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PS 관측 결과 매년 mm 단위로 판이 자세하게 뒤틀리며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저자는 2008년 영국 지진 때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이긴 해도 자신이 사는 아파트가 흔들렸다는 사실을 말한다. 그래서 그는 아무래도 이제는 침대 바로 위에 설치한 책장의 무거운 지구과학책 무더기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걸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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