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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정복 만화, 지학툰 - 우리 주변의 과학을 정복하다
콜프 지음 / 사회평론 / 2026년 1월
평점 :
[우주 정복 만화, 지학툰]의 우주는 우리 주변이란 의미다. 저자 콜프는 콜드 프론트(cold front) 즉 한랭 전선의 약자(略字)라고 한다. 한랭 전선이 왔다는 것은 곧 비가 물러나고 맑은 날씨가 찾아올 것이라는 의미라며 저자는 인생의 힘든 일 또한 한랭 전선처럼 곧 지나가리라 약속된 것이라 믿고 싶다고 말한다. 저자는 다른 과학들이 원리를 바탕으로 현상을 예측하는 학문이라면 지구과학은 현상을 바탕으로 그에 맞는 원리를 짜맞추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AI는 지구과학은 단순히 현상에 맞춰 원리를 짜맞추는 학문이 아니라 현상을 바탕으로 원리를 역추적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귀납적, 연역적 통합과학이라 말한다. 지구, 우주, 과거의 역사는 실험실에 집어넣고 재현할 수 없다. 인류에게는 이미 완성된 지구라는 결과가 주어졌다. 지구과학이 현상에 맞춰 원리를 짜맞추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기후 변화, 지층 등 나타난 흔적을 보고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역으로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수긍할 수 있는 점은 지구과학은 오직 지구와 우주에서의 현상만 다루기에 범위가 많이 좁다는 점이다. 저자는 백두산 이야기를 한다. 화산이 폭발할 때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요소는 크게 네 가지다. 용암, 화산이류(泥流), 화산쇄설물(瑣屑物), 지진 등이다. 지진 해일을 뜻하는 쓰나미(つなみ; 津波)는 일본어다. 많이 느려진 앞의 파도와 느려진 중간 파도와 조금 느려진 뒤의 파도가 겹치면서 어마어마한 높이의 쓰나미가 완성된다.
깊은 바다에서 해안가로 갈수록 수심이 급격히 얕아진다. 파도의 속도는 수심에 비례하므로 가장 앞 부분이 가장 먼저 느려진다. 뒤따라오는 파도는 여전히 빨라 앞 파도와의 간격(파장)이 좁아진다. 갈 곳을 잃은 거대한 에너지가 위로 솟구치며 벽처럼 높아진다. 깊은 바다에서 시속 700~800km였던 쓰나미는 해안가에 도달하면 시속 30~40km로 느려지는 대신 높이는 수십 배 이상 증폭된다. 이를 천수효과(淺水效果; shallow effect)라 한다.
지구과학이 화학으로 넘어가는 계기는 암석도 결국 광물이라는 화학 결정의 혼합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지질학이란 결국 돌의 일생, 크게 보면 지구라는 살아 있는 돌의 일생에 대한 학문이라고. 화산학자 에릭 클레메티가 쓴 ‘지질학은 암석 그 자체가 아니’라는 글이 눈에 띈다. 클레메티는 지질학(geo)은 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클레메티는 지질학자(그리고 고생물학자)들이 밖에 나가서 암석, 광물, 화석을 찾아 이름표를 붙이고 박물관이나 먼지 쌓인 서랍에 보관하는 것은 지질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빅토리아 시대의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한다.
클레메티는 지질학자가 되거나 지질학 수업을 듣다 보면 이 분야에 대해 생각하려면 종합적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될 것이라 말한다. “물리학? 물론이죠. 화학? 당연하죠. 생물학? 당연히요. 인류학? 당연히요. 고고학? 맞아요. 기상학? 네. 기후학? 두말할 필요 없죠. 천문학? 두고 보세요!” 클레메티는 현대 지질학은 지구(그리고 그 너머)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한다고 말한다. 이는 지질학자들이 지구 내부와 외부를 형성하는 과정들을 연구함을 의미한다. 클레메티는 오해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은 돌을 정말로 좋아한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다. 돌의 이름을 알아맞히는 것 이상으로 지질 과정을 아우르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온 나에게 에릭 클레메티의 글은 반갑기 그지 없는 글이다.
저자는 지구가 품고 있는 내부 에너지의 대부분은 지구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갖고 있었던 열에너지라고 말한다. AI는 지구 내부의 방사성 원소가 붕괴하며 내는 열이라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지구는 새로운 산과 계곡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살아 있는 행성이다. 맨틀과 암석의 차이가 중요하다. 맨틀은 지구 내부의 구조를 나누는 공간의 이름이고 암석은 맨틀을 채우는 물질이다.
역사상 유례없이 온 세계가 지구과학에 열을 올리던 때가 있었다. 바로 2차 세계대전 때다. 이때 각광을 받은 것이 잠수함이다. 이때 중요해진 것이 해저 지형과 해저탐사다. 해리 헤스가 발견한 것 가운데 기요(Guyot)가 있다. 꼭대기가 평평한 모양의 거대한 심해 화산이다. 해리 헤스가 발견한 기요는 해저 확장설을 증명한 결정적 물증이다. 기요의 가장 큰 수수께끼는 파도에 의해 깎여 평평해진 꼭대기가 왜 지금은 파도가 치지 않는 심해에 있는가였다. 기요는 해양 판이 수평으로 이동하면서 동시에 수직으로 침강한다는 판 구조론의 핵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해리 헤스는 해양 바닥의 나이가 지구의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젊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는 또한 해양 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의 양이 지역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대서양 중앙 해령은 마리 샤프라는 지질학자가 발견한 지형이다. 대서양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산맥이며 가운데가 움푹 파인 V자 모양의 계곡을 가지고 있다. 마리 샤프는 지도교수인 브루스 히젠에게 이것이 대륙이 찢겨나간 흔적이 아닌지 조심스레 물었다.
대서양 중앙 해령이 있는 곳은 다른 곳보다 뿜어내는 열의 양이 많았다. 그곳에 쌓여 있는 먼지(퇴적물)의 나이는 중앙에서 가장 적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많아지는 특징을 보였다. 와다치 기요오(和達清夫; 1902~1995)는 지하 300km 이상 깊은 곳에서 발생하는 지진인 '심발지진'의 존재를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 그는 일본의 지진을 조사한 결과 해구가 있는 태평양 쪽에서는 얕은 지진이, 동해로 갈수록 깊은 지진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논문은 일본어로 쓰였기 때문에 조용히 묻히고 말았다. 그로부터 20년 후 거의 똑같은 내용의 논문을 미국의 지진학자 휴고 베니오프가 내놓으면서 이 지진대에 베니오프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결국 이 지진대의 이름은 중립적인 섭입대로 정해졌다. 태평양 쪽에서 얕은 지진이 발생하고, 동해로 갈수록 지진이 깊어지는 이유는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파고들며 비스듬하게 땅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해양판인 태평양판은 대륙판인 유라시아판(또는 북미판/필리핀판)과 충돌할 때 무겁기 때문에 아래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이때 판과 판이 만나 꺾여 들어가는 시작점(일본 동쪽 태평양 바다)이 해구다.
두 거대한 판이 맞부딪치며 들어갈 때 엄청난 마찰과 압력이 생긴다. 판이 대각선 아래로 깊숙이 들어감에 따라 마찰이 일어나는 지점(지진의 진원)도 동쪽에서 서쪽(동해 및 한반도 방향)으로 갈수록 점점 깊어진다. 한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들어갈 때 꺾여 들어간다는 뜻은 대각선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판이 대각선으로 깊숙이 들어가기에 꺾여 들어가는 시작점(해구)에서 멀어질수록 지진이 발생하는 깊이가 대각선 방향을 따라 천발(淺發)-중발(中發)-심발(深發) 지진으로 깊어진다.
대서양 중앙해령이 찢어지고 있던 이유는 해령을 중심으로 해저가 확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헤스의 발견에 따르면 찢어진 자리에서는 맨틀 물질이 올라와 새로운 지각을 만들고 있었다. 그럼 해저는 무한정 커지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어딘가에선 땅이 다른 땅 밑으로 가라앉는다. 이렇게 땅은 해령에서 태어나 해구에서 소멸하는 우리네 인생 같은 순환을 겪는다. 헤스는 아서 홈스라는 과학자가 제시한 맨틀 대류설을 채택했다. 부분 용용 상태인 맨틀이 상승하는 곳에서는 땅과 땅이 벌어지고, 맨틀이 하강하는 곳에서는 땅과 땅이 모여든다는 설이다.
맨틀은 감람석이라는 초록색 광물로 이루어져 있어서 초록색을 띤다. 맨틀 물질이 상승하는 해령은 뜨겁고, 하강하는 해구는 차갑다. 달이나 수성, 화성의 땅은 생동하지 않고 죽어 있다. 그곳에서는 화산도, 지진도, 새로운 암석의 탄생도 없다. 저자는 화학과 지구과학은 정반대의 학문이라 말한다. 화학은 원자 세계를 연구하는 만큼 정확성과 정밀성이 생명이라면 지구과학은 지구와 우주를 연구하는 만큼 자료 하나하나보다는 큰 경향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클레어 패터슨(Clair Cameron Patterson; 1922~1995)은 지구의 정확한 나이를 최초로 밝혀내고 전 세계적인 납 오염 규제를 이끌어내어 인류를 구한 미국의 지구화학자이자 환경운동가다. SiO₂(이산화규소)는 밝은 색이니 함량이 적으면 어두운 색이 되고 반대는 밝은 색이 된다.
제주도는 땅까지 검은색인데 같은 현무암 지대인 연천은 땅까지 검지는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화산 활동의 시기(지질학적 나이)와 기후로 인한 풍화 작용의 차이 때문이다. 50만 년 전~10만년전에 화산이 분출한 연천은 제주도보다 훨씬 오래전에 용암이 분출했다. 오랜 시간 동안 비바람을 맞으며 현무암 속 철분이 공기 및 물과 만나 산화되었다. 이 때문에 검은색이 아니라 붉은색이나 황토색 토양으로 변했다.
약 2만~수천 년 전에 화산이 분출한 제주도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젊은 땅이다. 용암이 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무암 고유의 검은 빛깔(휘석, 감람석 등의 광물 색상)이 토양에 그대로 남아 있다. 손영운은 연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땅에 속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토양 색을 보면 제주도가 최근에 화산이 분출했음을 알 수 있다. 과학교사 출신의 저술가 손영운이 연천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땅"이라고 표현한 것은 맞지만 실제 지질학적으로 화산 활동이 가장 최근까지 일어난 곳은 제주도(및 울릉도, 백두산)가 맞다.
손영운 저자가 연천을 '가장 젊은 땅'이라고 부른 것은 한반도 내륙 기준이거나 교과서적 의미에서 신생대 제4기 분출 지형의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한 문학적·대중적 수사다. 제주도는 섬 전체가 화산재로 덮여 있으며 물이 잘 빠지는 환경 덕분에 화산재 유기물이 씻겨 내려가지 않고 한데 엉겨 붙어 짙은 검은색의 토양층을 형성하고 있다.
저자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러 가지지만 가장 큰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이다. 저자는 온실 기체가 바로 우리 지구의 패딩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온실 기체는 지구가 방출하는 열을 흡수하여 지구에 되돌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패딩이 점점 두꺼워지면서 지구의 체온은 필요 이상으로 점점 올라가고 있다. 인간이 사용하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즉 화석연료들이 지구의 패딩을 더 두껍게 만들고 있다. 탄소 배출량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누리던 것을 조금씩 내려놓으면 된다.
오존층 파괴와 미세먼지는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없다. 오존층 파괴의 경우 주원인인 프레온 가스가 매우 강력한 온실 기체이긴 하지만 오존층이 파괴되면 자외선 차단이 어려워져서 문제일뿐 지구의 기온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미세먼지의 경우 호흡기 깊숙이 들어와 여러 질환을 유발해서 문제이지 같은 대기 문제라는 것 빼고는 지구온난화와는 상관이 없다. 오히려 심한 미세먼지는 햇빛을 차단해 기온을 낮춘다.
앙리 푸앵카레는 “과학자는 자연이 쓸모 있기 때문에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아름다움에서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다. 만약 자연이 아름답지 않다면 알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장영실은 세종에게 북극성은 전하의 별입니다란 말을 했는가. 영화 속 허구다. 영화 ‘천문’에 세종대왕과 장영실이 별을 보며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장영실이 세종대왕을 가리켜 ‘저기 북극성이 전하 이십니다’라고 말하자 세종대왕은 ‘그건 아니다, 북극성은 중국 황제만이 칭할 수 있다’고 주의를 준다.
북극성 이야기는 천문학 영역에 속한다. 지구과학이 다루어야 하는지를 놓고 갑론을박 중이다.(13 페이지) 칼 세이건이 우주를 코스모스, 스페이스, 유니버스로 분류한 것처럼 지구를 나누어 볼 수 있을까? 일상의 공간인 지표(Earth-Space), 지각, 맨틀, 외핵, 내핵으로 구성된 지질학적·물리적 행성으로서의 지구인 물리적 지구(Earth-Universe), 생물권과 비생물권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스스로 환경을 조절하는 복합 생태계 즉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자 생명의 요람인 가이아(Earth-Cosmos)는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