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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없이 이해하는 지진의 과학
홍태경 지음 / 김영사 / 2025년 4월
평점 :
일본이 가라앉고 있다는 말 만큼 비상식적인 말이 우리나라는 일본이 막아줘서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각판을 움직여 지진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은 맨틀 대류다. 지구 내부의 열이 고갈되면 외핵이 고체가 된다. 지구 중심부는 엄청난 무게로 짓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체가 되지 않는 것은 열 때문이다. 그런데 열이 사라지면 압력만 남아 고체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자기장이 사라져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이 된다. 정리하면 열의 차이 때문에 맨틀이 대류하고 그로 인해 지진이 일어나기에 열을 원망할 수 있지만 열이 사라지면 외핵이 고체화되어 자기장이 없어지게 되어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이 된다. 지구 자기장은 외핵의 액체 상태의 철, 니켈이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거대한 발전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긴다. 지진(과 화산)이 특정 지역을 파괴하는 재앙이라면 지구 자기장이 사라지는 것은 지구 전체의 생명체적 기반을 무너뜨리는 행성급 대재앙이다. 비유하면 지진(과 화산)은 지구라는 행성이 숨을 쉬며 생기는 상처라면 자기장 소멸은 지구의 심장이 멈추어 모든 생명 줄이 끊어지는 것과 같다.
초기 지구는 불균질한 물질들이 뒤섞인 거대한 고체 덩어리였으나 시간이 흐르며 물질의 밀도 차이에 따라 층상 구조로 분화되었다. 그에 따라 내핵과 맨틀 사이에 액체 상태의 외핵이 생겨 지구는 마치 작은 공을 품고 있는 큰 공처럼 독특한 구조를 갖게 되었다. 지진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지구 내부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다. 지진은 대부분 지각판의 경계에서 일어난다. 판 구조론에 따르면 지구 표면은 여러 개의 지각판으로 나뉘어 있으며 맨틀 대류의 영향을 받아 끊임없이 움직인다. 판 구조론에 따르면 지각판은 다양한 방향으로 계속 이동한다. 해양 판과 대륙 판이 충돌하면 밀도가 높은 해양 판이 대륙 판 아래로 내려가지만 인도 판과 유라시아 판처럼 둘 다 대륙 판일 경우 밀도가 유사해 수평 이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히말라야 산맥과 티벳 공원은 지속적으로 고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지각판의 충돌과 변형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각판의 이동은 맨틀 대류와 중앙 해령에서의 판 생성 속도뿐 아니라 인접한 판들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형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각 충돌대마다 침강판의 모양과 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지구 내부의 순환 운동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변화의 중심에는 지각판의 움직임에 따라 형성되는 단층이 있다. 매우 깊은 곳에서는 높은 온도와 압력 때문에 암석이 연성 변형을 일으킴으로 응력이 해소되어 지진이 일어나기 어렵다. 모든 단층이 지진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에는 많은 단층이 있지만 과거에 지진을 일으켰던 단층이라도 현재의 응력 환경이 달라졌다면 더 이상 활동하지 않을 수 있다. 지진이 발생할 때 단층은 한꺼번에 파열되기보다 순차적으로 파열되는 경우가 많다. 단층 파열은 단층에 쌓였던 응력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대부분은 단층의 일부에서 시작해 국소적으로 진행된다. 응력이 한꺼번에 해소되지 않고 작은 파열로 나뉘어 발생하면 여러 번의 작은 지진이 일어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북북동 - 남남서 방향의 주향이동단층에서 주로 지진이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 판 내부에 위치하지만 주변 판들의 상호작용으로 끊임없이 밀어내는 힘을 강하게 받고 있다. 인도 - 오스트레일리아 판이 유라시아 판을 북동쪽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태평양 판과 필리핀 해판은 유라시아 판 아래로 섭입하며 서쪽 방향으로 강력한 힘을 가한다. 이 두 거대한 힘이 한반도 주변에서 상쇄, 중첩되면서 현재 한반도 지각 내부에는 동서(또는 동북동 서남서) 방향의 최대 수평 압축 응력이 일정하게 작용하고 있다. 동서 방향으로 강력하게 쥐어짜는 판의 힘이 한반도에 가해지는데 마침 비스듬하게 누워 있던 과거의 북북동 - 남남서 방향의 단층들이 물리적으로 가장 미끄러지기 쉬운 조건이 되어 이곳에서 지진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방출된다.
지진은 지구 내부에 쌓이는 보이지 않는 힘인 응력에서 비롯된다. 응력은 작용 방향에 대한 상대적 위치에 따라 해당 매질에 압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장력(張力)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즉 압축력은 플러스 응력에 해당하고 장력은 마이너스 응력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응력 증가라고 하면 이러한 압축력이나 장력의 크기가 커지는 것을 말한다. 압축력은 물질을 안쪽으로 밀어붙여 단단하게 만들고 장력은 바깥으로 잡아당겨 팽팽하게 만난다. 이 두 가지 힘이 지구 내부에서 균형을 유지하지 못할 때, 특히 암반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설 때 약한 부분이 파열되며 단층 운동이 일어나 지진이 발생한다. 단층이 움직이면서 수축이 일어난 곳에서는 압축력이 더욱 증가하고 팽창이 일어난 곳에서는 기존에 작용하고 있던 압축력이 감소한다. 응력이 증가한 지역은 지진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능력이 감소한 지역은 지진 발생 가능성이 낮아진다.
역사적으로 대규모 지진은 강력한 응력 전이를 일으키며 연쇄적인 지진을 촉발하거나 화산활동을 유발했다. 응력 전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지각판 운동과 같은 지질학적 원인뿐 아니라 물과 같은 외부 요인에서도 찾을 수 있다. 물은 단층대의 압축 응력을 낮추어 지진 발생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유발지진(induced earthquake), 촉발지진(triggered earthquake)이 있다. 유발 지진은 원인 요소의 자극 범위 내에서 발생한 지진, 촉발 지진은 자극 범위 밖에서 발생한 지진이다. 정리하면 유발 지진은 지진 발생 가능성이 크지 않았던 기존 단층에 인간 활동이 직접적이고 지배적인 영향을 미쳐 발생한 지진이고, 촉발 지진은 이미 응력이 임계점에 도달한 단층에서 외부 요인이 작은 방아쇠 역할을 하여 발생한 지진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대부분은 주로 5-15km 사이의 깊이의 판 내부에서 일어나는 천발지진이다. 판 내부에서도 응력이 축적되면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지구 자전은 지구 시스템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 지구의 초대륙 분리와 충돌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맨틀 대류의 열원 역할을 하는 액체 외핵이 지구 자전의 영향을 받는다. 최근 연구에서는 엘니뇨와 같은 기후변화가 지구 자전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기후변화가 다시 지구 자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55 페이지) 초대형 지진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연속적인 변화를 촉발하는 시작점이다. 지각판이 받는 응력은 열대류에서 온다. 판의 경계에서 오랜 시간 축적되어 지진, 화산 분화, 산맥 형성의 결과를 낳는다. 1) 상부 맨틀의 연약권이 열대류로 인해 수평으로 움직일 때 그 위의 지각판이 함께 끌려갈 때 응력이 발생한다. 2) 해령에서 중력에 의해 새 판이 미끄러져 내려올 때 기존 판에 응력이 가해진다. 3) 차갑고 무거워진 판이 해구에서 맨틀에서 가라 앉을 때 중력에 의해 판 전체를 아래로 강하게 잡아당긴다. 이는 판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지진의 주기와 빈도는 지질학적 단서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복잡성과 변동성 때문에 완벽한 예측이 어렵다. 규모는 지진 발생으로 방출된 에너지의 절대 양을 나타내는 척도다. 진도는 어떤 장소에서 사람이 느끼는 흔들림의 크기를 나타내는 상대적인 척도다. 지진동(地震動)이란 지진파가 지표면에 도착했을 때 발생하는 지반의 흔들림을 나타내는 말이다. 지진 재해는 지진동의 크기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지진 규모가 클수록 지진파의 진폭이 커지고 거리가 멀어질수록 진폭은 감소한다. 또한 진원의 깊이가 깊을수록 지표에서 관측되는 지진파의 진폭은 작아진다. 지진의 매질은 암석과 토양이다. 지진 피해를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는 액상화 현상이다. 액상화(liquefaction)란 지반 내 공극에 포화된 물이 지진 진동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배출되며 매질이 진흙처럼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매질의 전단 강도가 급격히 감소하고 지반의 강도 역시 약화된다. 그 결과 건물이 기울거나 전도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지진은 다른 자연재해와 결합될 때 피해가 더욱 심각해진다. 쓰나미라고도 하는 지진 해일은 지진이 해저에서 발생할 때 해저 지반이 크게 흔들리면서 바닷물이 이동하며 발생하는 대형 해일이다. 해저 지형에 따라 이동속도가 달라지며 특히 해안가 근처에서는 파고(波高)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지진 해일은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이 해저 지반을 크게 흔들어 그 위의 바닷물을 이동시키면서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바닷물은 부피 변화를 일으키며 그로 인해 무게도 변한다. 이때 발생한 중력파가 해일을 일으킨다.
지진 재해와 관련해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작은 지진이 많이 발생하면 단층면의 응력이 해소되어 지진 위험이 줄어들지 않느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진이 발생하면 해당 단층면의 응력이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작은 지진들이 해소하는 응력량은 매우 적다. 하지만 단층면을 약화시키는 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은 지진들이 단층면 여기저기를 조금씩 파괴하며 결과적으로 큰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약한 단층면을 만들어낸다. 약해진 단층면 한 곳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단층면 전체가 연쇄적으로 부서지며 대규모 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작은 지진이 많아지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더 큰 주의가 필요하다. 지진학적으로 작은 지진의 빈도가 높아지면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진광은 지진 발생 전후에 대기 중에서 관측되는 발광 현상이다. 지각에 작용하는 응력에 의해 특정 광물들이 반응하면서 발생한다. 이 현상은 주로 규모 5.0 이상의 지진 발생과 관련이 있으며 기록도 많이 남아 있다. 한반도는 지각판의 경계에서 멀리 떨어진 판의 내부에 위치해 있다. 판 내부 환경에서는 응력이 누적되는 속도가 판 경계부에 비해 느리고 같은 규모의 지진이 다시 발생하는 시간도 길다. 이로 인해 한반도가 일본과 같은 판 경계부보다 지진 발생 빈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큰 지진은 모두 길게는 수천 년 동안 누적된 응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는 대부분의 지진이 5-15km 깊이에서 발생하며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으면 단층은 지표에 드러나지 않을 확률이 크다.
한반도의 지각은 오래되고 단단한 암석으로 구성되어 있어 강한 지진파가 멀리까지 전달된다. 이는 한 차례의 강진으로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반도의 지진 잠재성을 평가하고 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활성 단층에 대한 조사와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한반도는 고생대에 형성된 세 개의 육괴(陸塊)와 이들 사이에 놓인 습곡대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견고한 암반 지역에서는 지진파가 먼 거리를 전파하더라도 진폭이 크게 감소하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이는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강한 지진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경주와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의 영향을 수도권 지역에서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지표 퇴적층이 있는 지역에서는 지진파가 증폭되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퇴적층이 지진파를 더 강하게 만들기 때문에 지진 피해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한반도와 그 주변 해역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한반도와 동해의 형성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중생대 말기 지구조(地構造) 운동으로 한반도와 일본 열도가 분리되었고 이 과정에서 동해가 형성되었다. 동해가 생겨남으로써 현재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에 존재하는 고열개(古裂開) 구조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이 고열개 구조는 수평 장력에 의해 만들어진 정단층 구조인데 지금도 태평양 판과 유라시아 판이 충돌하면서 동해 지역에는 압축력이 가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동해 지역에서는 역단층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규모 5 이상의 중규모 지진도 자주 발생하며 앞으로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령도 근해에는 한반도의 형성과 관련된 충돌대가 존재하는데 이곳에서는 남북 방향의 수평 장력이 작용하여 동서 방향으로 주형을 가진 정단층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단층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은 응력이 점차 누적됨에 따라 대규모 지진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내륙지역에서도 지질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특히 양산단층은 영덕에서 양산, 부산을 있는 170km에 이르는 거대한 단층으로 이 단층에서 이미 여러 차례 지진 활동이 관측된 바 있다. 양산단층 전체의 활성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지역적으로 특정 구간에서 지진 활동이 확인되고 있다. 강원도 북부와 수도권을 지나가는 추가령 단층대도 중요한 지질 경계면으로 이 지역에서도 지질 활동이 관측되고 있다. 이러한 지질 경계면들은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145 페이지)
판 경계 지역이 아닌 판의 내부에 자리하는 한반도는 지진 발생 주기가 긴 지역이다. 지반이 튼튼하고 안정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힘이 가해져도 웬만해서는 끊어지지 않는다. 임계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결국 지진 주기가 긴 것이다. 추가령은 지구대(地溝帶; rift valley)가 아니라 구조곡(構造谷: tectonic valley)이다. 지구대는 땅이 양옆으로 잡아당겨지는 힘을 받아 지각이 갈라지면서 가운데 부분이 통째로 내려앉은 거대한 골짜기이다. 구조곡은 단층이나 습곡 등의 지각변동으로 인해 암석이 부서져 단층선(약해진 선)을 따라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여나간(차별 침식을 받은) 골짜기이다. 추가령에는 땅이 꺼진 흔적이 없다. 추가령은 땅이 벌어진 것이 아니라 남북으로 서로 엇갈려 미끄러진 주향 이동 단층이다.
단층 운동으로 암석이 심하게 부서져서 만들어진 틈새를 따라 한강과 임진강, 한탄강 줄기가 흐르며 그 부위만 집중적으로 깎아냈다. 1900년대 초 일본의 고토 분지로가 한반도 지형을 처음 조사할 때 서울 - 원산 사이의 길고 평평한 골짜기만 보고 구조적 조사 없이 추가령 지구대라 불렀다. 현재 학계에서는 추가령 구조곡 또는 추가령 단층대라 부른다. 지구대를 만드는 인장력의 출처는 맨틀의 열대류와 지각판의 이동이다. 구조곡은 인장력과도 어느 정도 관계가 있지만 핵심 동력은 부서진 틈새를 골라 깎아내는 물과 바람의 침식작용이다.
지진이 드물게 발생하는 지역일수록 큰 지진의 발생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수도권도 큰 지진의 예외 지역일 수 없다. 수도권에서는 미소지진이 빈번히 발생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응력이 축적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서울 북서부와 북한산 일대, 경기도 연천 지역에서는 미소지진이 지속적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 주요 원인으로 추가령 단층대와 연결된 심부 단층이 지목된다.(155 페이지) 추가령 단층대는 단지 지표면의 스크래치가 아니라 심부 단층이다. 신생대 제4기의 화산활동을 보면 알 수 있다. 옛날 방식인 1기, 2기, 3기는 고생대, 중생대, 고제3기, 신제3기로 바뀌었고 인간의 시대인 제4기만 그 특별함을 인정받아 오늘날까지 신생대의 마지막 단계를 뜻하는 용어로 공식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