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의심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잘 실행하지 못하는 것은 표준화된 견해를 수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제 길상사 범종각 앞에서 민흘림 두리기둥이란 말이 있는 김명리 시인의 ‘먼 길’을 읊으며 민흘림 기둥과 배흘림 기둥의 차이에 대해 말했다.

착시를 보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견해도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엇갈리는 두 견해가 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을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밑면의 기둥은 작은 석재로도 지탱할 수 있기에 밑면을 작게 한 것이고 그 결과 중간 부위가 불룩해져 배흘림이 되었다는, 아름다움보다 최적의 건축 구조를 찾는 과정에서 생긴 자연스런 현상으로 배흘림 기둥을 보는 것이 다른 견해이다.

함성호 건축가는 “누구는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을 붙잡고 울었다지만 나는 울 정도의 혜안은 없어서 단지 무릎에 힘이 빠지는 절망감 같은 것을 느꼈다.”(‘철학으로 읽는 옛집’ 81 페이지)는 말을 했다.

이 묘한 뉘앙스의 말은 배흘림 기둥을 최적의 건축 구조를 찾는 과정에서 생긴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는 관점의 발로일까?

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배흘림 기둥이 생겨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최순우의 오버(?)도 의미 있다 생각한다. 배흘림 기둥이 최적의 건축 구조를 찾는 과정에서 생긴 자연스런 현상이라 해도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이다.

성북구에서 마련한 한옥아카데미(2018년 4월 12일 – 5월 17일, 매주 목요일 19시 – 21시, 강화 탐방 09시 – 18시, 가구박물관 탐방 10시 - 12시) 수강을 신청했다.

배흘림 기둥의 진실(?)을 알고 싶어서는 아니고 한옥 일반에 대한 관심이 크고 한 차례 강화도 탐방을 가고 한 차례 가구 박물관을 가는 일정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물론 그 답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 꿈보다 해몽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결과를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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