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金瑢俊: 1904 1967)의 범우사판 근원수필(近園隨筆)’이 보이지 않는다. 젊은 시절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 사긴 했으나 진가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책장에 꽂아두다가 다른 책들의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고물상에 넘긴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가지고 있던 때는 한 20년 전인 듯 한데 근원수필은 최근 산 노신의 아큐정전과 함께 범우문고의 목록에 포함된 책이다.(‘근원수필은 범우문고 70, ‘아큐정전194. ‘아큐정전201641051쇄로 발행된 책.)

 

미술평론가, 화가, 수필가였던 근원은 근원(近園), 검려(黔驢), 우산(牛山), 노시산방주인(老枾山房主人), 벽루산인(碧樓山人), 반야초당주인(半野草堂主人), 매정(梅丁) 등 다양한 호()를 썼던 분이다. ‘근원수필은 우리나라 수필 문학의 진수(眞髓)라는 평을 듣는 책이다. 지난 해 가을 매화와 불꽃이란 제목으로 존 버거와 근원의 그림들을 전시한 열화당(悅話堂)에서 출판한 6권짜리 김용준 전집이 탐난다.

 

근원은 다방면의 책을 읽고 인생으로서 쓴맛 단맛을 다 맛본 뒤에 저도 모르게 우러나는 글이고서야 수필다운 수필이며 자신이 수필을 쓴다는 것은 어릿광대가 춤을 추는 격이라는 말을 했다.(‘청소년이 읽는 우리 수필‘ 10번 김용준편 13 페이지)

 

노시산방기(老柿山房記)‘에서 김용준은 자신이 거하는 집을 노시산방이란 이름한 것은 상허 이태준이라 말한다.(이태준과 근원은 같은 해에 태어난 사이이다.) 노시산방은 마당 앞에 칠팔십년은 묵은 성싶은 늙은 감나무 이삼 주()가 서 있는 집이다.

 

근원은 처음에는 오류(五柳) 선생(도연명陶淵明)의 본을 받아 양류(楊柳: 버드나무)를 많이 심어볼까도 했다. 근원의 이 글을 읽으니 무슨 인연이라도 있는 듯 싶다. 지난 해 매화와 불꽃이란 제목의 그림 전시회를 연 출판사인 열화당(悅話堂)이란 이름은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나오는 친척들과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한다는 뜻의 열친척지정화(悅親戚之情話)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희망의 언어인 석과불식(碩果不食: 씨로 쓸 과일은 먹지 않는다는 의미)을 이야기하며 신영복 선생님이 이야기한 것이 초겨울 가지 끝에 남아 있는 최후의 감<>이다.(‘담론’ 420 페이지) 신영복 선생님은 씨 과일을 먹지 않는 것은 지혜이자 교훈이라는 말을 했다.

 

이렇듯 초겨울 가지 끝에 남아 있는 최후의 감을 희망과 연결 짓는 것도 좋고 장석남 시인처럼 마당 앞에 감나무가 한 주() 커다랗게 서서 여름이면 그늘을 뿌렸다.”(‘물의 정거장’ 57 페이지)는 말로 낭만과 서정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다. 나는 이렇게 꽃시절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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