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인상덕(玩人喪德), 완물상지(玩物喪志).. 사람을 함부로 대하면 덕을 잃고, 물건에 빠지면 뜻을 잃는다는 뜻.

글감을 찾기 위해서이지만 스마트폰에 빠져 아까운 시간을 허비할 때가 종종 있는 내가 새길 말이 아닐 수 없다.

책을 읽지 못하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 이상으로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뺏기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전통 유가(儒家) 입장에서는 시 짓기는 여기(餘技)로 받아들여졌다. 깊이 빠져서 할 일은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의미이다.

그들에게 시 짓기가 여기였다면 본령은 자기수양이었다. 그런데 16세기 호남의 문인들은 그런 정신으로부터 거리를 두었다.

지나치지 않다면이란 전제하에 시 짓기는 물론 물건에 관심을 두거나 탐승(探勝)하는 것도 괜찮다고 본 것이다.

16세기 호남 문인이라면 담양 소쇄원(潚灑園)의 주인공 양산보, 역시 담양 식영정(息影亭)의 주인공 임억령 등이 생각난다.

좋은 누정의 주인들이었다. 적어도 400년 이상 전의 문인들이지만 책을 읽으면 쉽게 마음이 통할 것 같다.

‘숨은 듯 있는 별서(別墅)의 앵두나무 두 그루 사이에서 오래 서 있고 싶은 까닭을 어디에 물어야 할지‘란 말을 한 조용미 시인의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이란 시를 읽는다.

한 앵두나무는 가득, 다른 앵두나무는 듬성듬성 꽃을 피운 별서. 농막이 딸린 정원인 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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