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미국인 과학자 존슨 얀(Johnson Faa Yan; 1934 - 2015)의 부고(訃告)에는 주의를 요하는 면이 있다.
성 요셉 메디칼 센터에서 평화로운 죽음을 맞았다(died peacefully)는 내용 때문이다.
물론 평화로운 죽음을 맞는 것이 희귀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가 제기한 주장에 비추어 그의 죽음을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이라 말하고 싶다.
그는 주역이 말하는 변화는 시계추처럼 규칙적인 흔들림이 아니라 다양한 진폭과 주기를 가진 브라운 운동 이론에서의 무작위적 잡음과 비슷하다는 주장을 했다.(‘DNA와 주역‘ 38 페이지)
주역이 변화에 대해 기술하는 책이지만 나는 무심코 그 변화를 얌전하고 고요한 것으로 생각해왔다.
노자의 천지불인(天地不仁)을 감안하면 변화는 결고 얌전하지도 고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존슨 얀의 특이성은 또 있다. 그는 주역의 도가 양자론과 분자생물학 등에 적용되는 현실을 환기시키는 글에서 예(禮)를 잃었을 때는 다른 나라에서 찾으라는 공자의 말을 인용한 뒤 철학이나 점술 등 전통적 영역에서 주역의 도가 상실되었을 때에는 그 도가 다른 분야에서 응용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DNA와 주역‘ 37 페이지)
‘DNA와 주역‘은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듯 DNA와 주역 괘의 유사성과 의미를 밝힌 흥미로운 책이다.
나는 그의 책에서 주역만도 아니고 생물학만도 아닌 제3의 길을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길을 발판으로 삼아 내 생각의 집을 짓는다면 최선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