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하던 분의 것을 포함 책 세 권을 샀다. 이시형 박사의 ‘면역이 암을 이긴다‘, 정해심 법사의 ‘다비(茶毘)‘, 이지형 저자의 ‘주역(周易), 나를 흔들다‘등이다.
첫번째 책은 설명이 필요 없고 두번째 책은 위빠사나 수행기이다. 세번째 책은 주역 해설서이다.
거칠게 분류하면 세 권 모두 내려놓기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책이다.(이시형 박사의 책은 스트레스와 근거 없는 두려움, 정해심 법사의 책은 집착, 이지형 저자의 책은 근거 없는 신념.)
아, 나는 이제 곧 깨닫게 될 것 같다.(ㅜㅜ)
낮에 들렀던 함석헌 기념관에서 선생님의 애독서들 가운데 해방신학, 세계사 편력, 논어, 주역 등의 책을 보고 동지 의식의 반가움을 느꼈다.
주역 책을 산 것은 계획에 있던 일이지만 예의 그 동지 의식의 반가움 때문이기도 하다.
주역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나 희망 가운데 석과불식(碩果不食)을 빼놓을 수 없다.
‘담론‘이란 책에 의하면 저자 신영복 선생님은 주역 산지박(山地剝) 괘의 석과불식을 가장 아끼는 괘로 여기며 20년의 억울한 옥살이를 견디셨다.
씨(로 쓸) 과일은 먹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진 석과불식은 희망의 언어이다.
씨 과일은 초겨울 가지 끝에 남아 있는 마지막 감 같은 것이다. 모두 박탈(剝奪) 당하고 희망의 과일(씨로 쓸 과일)만이 남았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자기(自己)의 이유(理由)를 가질 것을 제안하며 자기의 이유를 줄이면 자유(自由)가 된다고 말한다.
선생님은 억울한 옥살이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은 것은 햇볕 때문이었고 살아간 이유는 깨달음과 공부 때문이었다고 말하며 여러분의 여정에 햇볕과 함께 끊임없는 성찰이 함께 하기를 빈다는 덕담을 건네셨다.
낮에 함석헌 기념관에서 느낀 동지의식의 반가움을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을 통해 과제의 의미가 깃든 조금 다른 형태로 느끼며 나는 존재의 이유 같은 것을 새기게 된 감사함에 고개를 숙인다.
이래서 책을, 고전을, 선현(先賢)의 지혜서를 읽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