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K는 가장 깊고 어둔 곳에 울음방 하나를 만드는 것을 명심하고 집을 짓는다고 한다.(한이나 시인의 ‘울음방‘ 참고)

이전 같았으면 K가 누구인지 궁금해 했겠지만 나이 드니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굳이 특정인만의 사연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몇년 전 일본 도쿄 신주쿠 지역의 한 호텔에 하룻 밤 내내 마음껏 울 수 있는 울음방이 생겼다.

다만 이곳은 20대에서 40대까지의 여성들을 위한 전용 공간이다.

며칠 문 걸어 잠그고 숨어 개화를 감상하고 싶다고 했던 한 문인이 생각난다.

이 역시 울음방처럼 굳이 고유 명사가 필요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예상하지 못한 독감으로 앓아 누워 있다. 아, 왜 하필 지금인가?

˝뒤척임과 뒤척임 사이/ 목마름과 목마름 사이˝(염명순 시인의 ‘감기‘ 중에서) 나는 그저 침대 하나만 있는 방을 만들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프든 울든 오로지 그것 하나만 할 수 있는 방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나는 스스로 산만한 시간들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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