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로운 문화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암스테르담의 베스터가스파브릭은 가스 공장을 폐하고 만든 공원이다. 윤동주 문학관이 수도 가압장과 그에 부속된 기계실을 개조해 만들어진 것처럼.

 

윤동주 문학관은 기계실이었던 곳을 영상실로 활용하고 있지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경우 가스공장의 보일러실이었던 곳을 영화관과 에스프레소란 이름의 커피숍으로 활용하고 있다.

 

내가 접한 여러 도시론 가운데 루이스 멈퍼드의 것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고대 도시에는 종교로 사람들을 통합하는 구심점인 신전을 중심으로 군영(軍營), 창고(倉庫), 시장(市場), 사제들의 재생산 기관인 학교와 문서고, 병원과 목욕탕, 신과 인간의 교류를 매개하는 극장과 경기장 등이 있었다는 말을 했다.

 

도시, 하면 카페를 빼놓을 수 없다. 궁금한 것은 지금의 우리가 누리는 카페문화는 언제 시작되었는지이다. 요즘 나는 서울에 가 식사를 한 뒤에는 반드시라 해도 좋을 만큼 커피숍을 들르고 있다.

 

그때마다 빠지지 않고 연출되는 장면이 있다. 노트북으로 문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나는 이런 모습을 보며 매번은 아니지만 노동의 의미를 음미하곤 한다. 작년에 타계한 박이문 시인/ 철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이 까페가 생긴 것도, 저 비어홀이 생긴 것도 노동의 결실이고 저 분수, 저 쇼윈도, 이 십자로 전체가 아름답게 보이는 본질적인 이유는 그것들이 모두 노동의 열매이기 때문이다..(1997년 출간 '다시 찾은 빠리 수첩' 237 페이지)

 

그런가 하면 박홍규 교수는 사르트르가 주로 부르주아 가정이 아닌 거리의 카페에서 먹고 일하며 행복을 추구했고 누구에게나 공개된 카페에서 아무런 비밀이나 벽도 없이 함께 나누는 삶을 예찬하고 평화를 파괴하는 침략 전쟁을 거부했으며 거리의 사상과 문학을 추구했다는 사실 등에 근거해 그를 아나키즘 사상가로 정의했다.(2008년 출간 '카페의 아나키스트, 사르트르' 참고)

 

이런 환경을 꿈꾸기에 현대는 그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가? 나는 그 허와 실을 헤아리기 위해 정수복 교수의 '파리일기'(201826일 출간)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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