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해(汝諧)와 빈빈(彬彬)..
최근 상촌(上村; 흔히 서촌이라 부르는..)과 혜화동 순례에서 여해와 빈빈이라는 간판을 보았다.
상촌에서 여해, 혜화동에서 빈빈을 보았다고 해야 정확하다.
여해는 고전연구소란 이름을 달았고 빈빈은 책방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두 곳은 모두 출판사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두 이름이 모두 중국 고전을 출처로 한다는 점이다. 여해는 서경, 빈빈은 논어.
사실 이런 예는 너무 흔하다. 우리 나라의 궁궐, 경전, 서책 등의 이름은 중국 고전에서 거의 대부분 유래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해(汝諧)는 너로 인해 세상을 화평케 한다는 의미이다.
빈빈(彬彬)은 문질빈빈의 줄임말로 내용과 외양이 고루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이다.
두 이름 모두 조화를 담은 말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물론 이 부분이 요점은 아니다.
요점은 달리 있다. 여해가 ‘너로 인해 세상을 화평케 한다‘는 의미인가 묻자 출판사 직원은 이순신의 자(字)라는 말을 했다.
맞는 말이지만 순서가 잘못 되었다. 너로 인해 세상을 화평케 한다는 서경의 구절을 이순신 장군이 자로 삼았다고 해야 옳다.
은유를 배울 때 원 의미와 그로부터 확장된 의미를 함께 거론해야 하는 것처럼.
중국 이야기를 했기에 하는 말이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문사철(文史哲) 즉 동양의 인문학에서 문은 시경(詩經), 사는 서경(書經), 철은 역경(易經) 곧 주역(周易)이다.
이래서 주역을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주역 공부의 요점은 점을 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는 것, 3천년 간 집적된 추상적 데이터들을 보며 자신의 상황을 객관화시켜 보는 것이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