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취사(靈鷲寺), 홍련(紅蓮) 등은 의미가 깊고 살강살강, 찰강찰강 등은 재미가 있다. 이 말들로 시를 지은 사람이 마산 출신의 김수영(1967 - ) 시인이다. ‘영취사 홍련을 보았느냐고‘란 제목의 시.

김수영(1921 - 1968) 시인 뿐 아니라 김수영(1967 - ) 시인도 있다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당연한지 모르겠지만 검색을 하면 거의 김수영(1921 - 1968) 시인에 대한 자료만 뜬다.

199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수영 시인에 대해 알고 싶어 조선일보에 가서 ‘1992년 신춘문예‘라 치니 반칠환 시인(1964 - ) 이야기가 나온다.(반칠환 시인은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이다.)

동화작가이고 숲해설가이기도 한 반칠환 시인은 ˝감수성 짙은 문학적 해설˝을 하는 분으로 알려졌다.

숲해설사 교육기관인 숲연구소에서 숲해설 강의를 한다고 한다.(2016년 11월 23일 월간 산 수록 글 ‘시인의 감성으로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 참고)

반칠환 시인은 ˝나무를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숲해설사가 되었다. 숲해설가 공부를 하면서 무척 행복했는데 결핍이 없어졌기 때문에 시가 안 나온다.˝는 말을 했다.

아무튼 김수영(1967 - ) 시인을 오랜만에 생각하게 된 것은 김수영(1921 - 1968) 시인론(전병준 지음 ‘김수영과 김춘수, 적극적 수동성의 시학‘)에서 읽게 된 김수영(1921 - 1968) 시인의 ‘비‘라는 시 때문이다.

..명령하고 결의하고
<평범하게 되려는 일> 가운데에
해초처럼 움직이는
바람에 나부끼는 밤을 모르고
언제나 새벽만을 향하고 있는
투명한 움직임의 비애를 알고 있느냐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
(‘비‘ 일부)

이 시를 읽고 생각한 시가 김수영(1967 - ) 시인의 ‘영취사 홍련을 보았느냐고‘이다.

누가 묻는다
..지나간 발자국에서도 향기가 날까?

붉은 꽃도 지고 푸른 잎도 지고
흐린 물 속에는 탁발을 나가는 검은 발목뼈들

영취사 홍련을 보았느냐고
바람이 불 때마다 살강살강 찰강찰강
물 밖으로 걸어나가는 젖은 발을 보았느냐고
(‘영취사 홍련을 보았느냐고‘ 일부)

‘비‘는 시인이 아내에게 묻는 형식의 시이고 ‘영취사 홍련을 보았느냐고‘는 시인이 다른 사람의 물음을 회상하는 시이다.

‘비‘를 통해 드러난 김수영(1921 - 1968) 시인과 연인 김현경 여사의 사연은 쇼팽과 조르주 상드의 사연을 생각하게 한다.

마요르카 섬에서 쇼팽과 상드는 어떤 시간들을 보냈을까? 피아노 독주로 연주되는 곡이지만 그 섬과 인연이 되어 지어진 ‘빗방울 전주곡‘은 쇼팽과 상드가 대화를 하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그 섬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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