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철왈신(獨啜曰神)은 홀로 차를 마시면 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차는 혼자 마셔야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게 무난하다.

혼(자 먹는) 밥은 어떤가, 란 궁금증이 생기지만 어울림이 아니라 음미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니 당연히 혼밥이라야 음식을 음미하는 데 적격이라 생각한다.

고옥주 시인의 ‘녹차 한 잔‘이란 시를 음미해보자.

˝그대에게 녹차 한 잔 따를 때 내 마음이 어떻게 그대 잔으로 기울어 갔는지 모르리 맑은 마음 솟구쳐 끓어오를 때 오히려 물러나 그대 잔을 덥히듯 더운 가슴 식히리 들끓지 않는 뜨거움으로 그리움 같은 마른 풀잎 가라앉혀 그 가슴의 향내를 남김 없이 우려내야 하리 그대와 나 사이 언덕에 달이 뜨고 풀빛 어둠 촘촘해오니 그대여 녹차 한 잔 속에 잠긴 바다의 출렁임과 잔잔한 온기를 빈 마음으로 받아 드시게˝

단아하고 맑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 시이다. 이 정도면 둘이 만나서도 차의 맛을 음미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독철왈신을 이야기한 분은 이객왈승(二客曰勝)이란 말도 했다. 둘이 마셔도 차 맛을 음미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의미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초기 경전 ‘수타니파타‘의 가르침이 있다. 무리짓지 말고 혼자 다녀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포교(布敎)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긴 말이다. 엄숙하고 결연한 생각을 갖게 하는 말이다. 의지를 다지게 하는..

어떤 분야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홀로‘에도 명과 암이 있다. 상투적이지만 ‘아주 밝지도 아주 어둡지도 않게!‘가 내 슬로건이다.(이 말은 독야청청과 얼마나 다른 것인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