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사이 서촌(7일), 성북동, 혜화동(10일) 답사를 한 내게 김환기 화백(1913 - 1974)의 일화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서울도 당연히 배워야 할 텍스트이다.

서화숙 논설위원의 ‘마당의 순례자‘를 다시 읽은 덕이다. 보는 만큼 알고 아는 만큼 본다는 괴테의 말은 이런 때 사용할 말이다.

지난 2013년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서울에서 제일 아름다운 진달래길이 실은 북한산이 아니라 인왕산에서 부암동으로 내려오는 길에 있다는데 거기도 가본 적이 없다. 내년 봄도 저 내년 봄도 있으니 천천히 가볼 것˝(105 페이지)이란 글을 보고 낭만에 빠졌었는데 오늘은 [˝이쪽은 환기미술관. 환기가 원래는 성북동에서 살았대. 그런데 가족이 미국에서 귀국해보니 옛날 한국을 떠날 때 성북동의 정취를 간직한 곳이 이곳 부암동이더래. 그래서 환기미술관을 지었지. 저기 북악산 성곽 보이지?˝](5 페이지)란 글에 눈이 멈추었다.

옥선희 영화평론가가 ‘북촌탐닉‘이란 책에서 ‘북촌에 정독도서관이 없었어도 이사왔을까? 그러지 않았을 것‘이란 멋진 말을 했는데 서화숙 위원의 마을 사랑도 인상적이다.

지난 9월 19일 왕릉 연구팀이 번개로 서대문에 모였었다. 그때 프랑스 대사관을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나는 이 모임 이후인 9월 24일 정동에서 러시아 대사관을 해설했었다.

‘마당의 순례자‘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골목을 걷다 보면 서대문구 부암동이라는 돌 문패를 단 집도 나온다. 건축가 김중업 씨가 프랑스 대사관을 지을 때 활용한, 시멘트 처마가 있는 집이다. 부암동이 1975년에 서대문구에서 종로구로 편입되었으니 이 집은 그 전에 지어진 집이다.˝(102 페이지)

줄줄이 이어지는 인연과 역사가 신기하다. 한번 읽은 책도 다시 읽을 거리를 만들어야겠다. 14일 김수영 문학관, 연산군 묘 등을 둘러보게 되는데 답사가 아닌 순례라 불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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