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심우장, 길상사, 수연산방 등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 주역(周易) 강의를 알리는 벽보(壁報)를 보았다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우름 뒤에/ 머언 산이 닥아서다...”

 

조지훈 시인의 낙화(落花)’ 시비가 서 있는 곳 가까이에서이다. 지난 달 말 ()의 아포리아를 넘어서에 수록된 여러 시들 가운데 낙화를 스타트로 읽었는데...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낙화를 책에서, 그리고 시비를 통해 연속으로 접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고 앞으로도 이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낙화는 아포리아(막다른 길) 같은 시인가? 나는 사실 이 점이 궁금해 이 시를 가장 먼저 읽었다정지용의 유리창‘, 이상의 오감도‘, 김수영의 등 대표적인 난해 시들을 제치고 낙화를 고른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

 

낙화가 어려운 이유들 중 하나는 ‘, ’주렴 밖에 성긴 별‘, ’귀촉도 우름‘, ’머언 산‘, ’촛불‘, ’하이얀 미닫이등의 시어들이 인과적인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시간적 선후 관계로 엮이지 않았다는 의미이다.(265 페이지)

 

난해하다고 알고 있는 시가 난해하지 않은 시로 평가받는 경우보다 쉽다고 (잘못) 알아온 시가 난해한 시라는 판정을 받은 경우가 더 난감하다주역 강의를 하겠다는 분은 청고(靑皐) 이응문(李應文) 선생님이다. 검색을 해보니 이런 글이 뜬다.

 

일장기의 일장(日章)'암연일장(闇然日章)'이란 주역의 궤에서 유래한 것으로 비단옷을 입고 홑옷을 걸친 것은 그 화려함이 드러나는 것을 싫어함인 것과 같이 군자의 도는 어두운 듯하나 날로 밝아온다는 의미인데 요즘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행태는 그와 반대되는 적연일망(的然日亡)의 소인배들의 모습이라는 글이다.

 

4년 전 기사인데 내게는 본격 강좌 시작 전에 맛보기로 제공하는 (무료) 강좌로 보인다문제는 강의가 이미 시작(125)되었다는 점. 1회의 강의이니 대장정이 될 것이다. 궁금한 것도 있고 주저되는 부분도 있다. 이야기 거리로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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