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고통을 이해하는 책들 - 프랑스의 창조적 독서 치료
레진 드탕벨 지음, 문혜영 옮김 / 펄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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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의 고통을 이해하는 책들'은 자신을 문학을 이용한 독서 치료 즉 창조적 독서 치료를 하는 대표적인 사람으로 소개(30 페이지)하는 레진 드탕벨의 책이다. 독서 치료란 말은 1961'웹스터 인터내셔널 사전'에 처음 등장했다.(17 페이지) 독서 치료가 가능할 수 있는 부분은 언어가 우리의 가장 내밀한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는 본보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16 페이지)

 

물론 저자가 명시하지 않았지만 책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가 가진 '삶의 혼돈을 다시 회복하게 해주는 질서'도 독서 치료를 가능하게 해주는 부분이다.(48 페이지) 오늘날 새롭게 받아들여지는 사실은 문학적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평범한 글쓰기에도 치유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있다는 것이다.(34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독서치료사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사람은 책이 지닌 모든 효과를 성실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37 페이지) 저자는 독서 치료의 가장 중심적인 부분이라 할 시() 치료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그가 어떤 말을 하는지 보자. 저자는 프랑스의 심리 치료사인 루시 기예의 말을 인용하는데 그것은 시가 가진 신비한 힘은 리듬, 울림, 생각이라는 세 가지 힘이 합쳐져 생긴다는 말이다.(62 페이지)

 

시의 리듬은 인간의 모든 리듬과 완벽하게 일치한다.(63 페이지) 물론 증상에 맞는 즉 치료에 도움이 되는 시들은 따로 있다. 우리는 흔히 은유의 힘을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사물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데서 온다.(저자는 인간이 겪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들은 은유적으로만 접근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38 페이지..은유의 힘은 명법 스님의 '은유와 마음'을 참고하면 좋다.)

 

저자는 오직 은유만이 신체를 자극할 수 있고, 은유가 없다면 텍스트는 죽은 나뭇가지와도 같다고 말한다.(138 페이지) 스탕달 신드롬의 발원지인 스탕달의 일화를 보자. 스탕달 신드롬은 예술 또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다 못해 절망감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스탕달이 스탕달 신드롬에 (처음) 빠진 것은 이탈리아에서였는데 그때 그는 미칠 듯한 상태에 빠진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우고 포스콜로의 시집을 펴게 되는데 그 책에 스탕달을 미칠 듯 가슴 뛰고 절망스럽게 만든 대상들이 너무도 우아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이것이 은유의 힘이고 문학의 힘이고 독서치료가 가능한 부분이다. 저자는 자신의 독서치료를 기존의 그것과 차별화해 이렇게 표현한다. 그동안의 독서 치료는 간단한 설명을 덧붙인 책 읽기에 가깝다(81 페이지). 독서치료사로서 저자의 남다른 점은 어디에 있는가? 저자는 문학에 대한 수많은 사유를 선보인다.

 

저자는 자신은 처음부터 책에 애착을 느껴왔고 책의 빳빳함과 책의 판형에 애착을 느껴온 것 같다고 말한다.(191 페이지) 하지만 이런 점만으로 오늘날의 저자가 있게 된 것은 아니다. 소설가이기도 한 저자는 남의 아이디어를 도용하고 강탈하고 가필하고 베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시절을 거쳐(203 페이지) 자신의 고유한 문학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 저자가 내린 결론은 문학은 빵처럼 발효하는 것(205 페이지)이고 독서에는 기분전환용 독서와 역량을 키워주는 독서 즉 글을 쓰게 만드는 독서가 있다는 점이다.(202 페이지) 저자는 독서 치료와 글쓰기 교실, 독서 치료와 필사 교실을 병행할 것을 주문한다.(91 페이지)

 

저자는 정신적인 것으로만 인식하기 쉬운 읽기와 쓰기에 내재된 물질성에 대해 언급한다. "근육의 향연이 없으면 정신적인 것도 없"는 것이다.(99 페이지.. 이 말은 당신이 걷는 동안 떠오른 생각만이 가치 있다는 니체의 말과 맥을 같이 한다.)

 

서양 중세 수도원의 책 사본 제작소인 스크립토륨(scriptorium)에서는 동물 가죽의 표면에 글을 새겼다. 가죽을 자르고 무두질을 해서 그 위에 매우 뾰족한 도구로 생채기를 입혔다.(89 페이지) 오늘날과 매우 대조적임을 알 수 있다. 중요한 말은 낭송에는 근육의 즐거움이 있고 피부로 느껴지고 입으로 느껴지는 즐거움이 있다는 저자의 말이다.

 

증상에 맞는 시를 처방하고 근육을 쓸 것을 권유하는 저자는 그것만으로 이미 독서 치료사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춘 셈이다.(저자는 텍스트는 우리의 움직임에 따라 다르게 읽히도록 만들어졌다고까지 말한다; 103 페이지) 책 읽는 사람의 육체와 정신은 분리될 수 없다.(103 페이지)

 

저자는 책을 읽는 것은 목소리의 진동에 어울리는 문체적 특성을 지닌 문학 텍스트를 매개로 신체기관의 가장 깊은 부위와 접촉하는 것이라 말한다.(109, 110 페이지) 물론 독서 치료사는 몸만 아픈 환자에 대해서는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독서 치료사는 몸이 아픈 것 때문에 마음이 아프지 않게 하려고 개입하는 사람이다.(178 페이지)

 

저자는 책에 긍정적 효과만이 있다는 일방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저자에 의하면 책은 약()도 되고 독()도 되지만 효과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것은 예술이 삶의 삭막함을 대신해주고 혼란과 맞서도록 해주기 때문이다.(121 페이지) 이야기가 가진 고유 속성은 세상이 파편화되어 있다는 생각 자체를 사라지게 한다.

 

독서 치료를 절대로 하나의 단순한 처방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 처방은 아무 의미가 없다.(145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책 읽기는 빠져들었다가 언제든지 다시 나올 수 있는 유연한 종속 관계이자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것이다. 또한 마음이 진정되었다가 흥분하고 다시 진정되기를 반복하는 감미롭고 주기적인 착란이다.(174 페이지)

 

이제 결론을 내리자. 독서 치료사는 어떤 존재인가? 그는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복원할 수 있도록 돕는 존재이다. 다시 말해 독서를 매개로 상상력과 창조력을 다시 갖게 해주는 존재이다.

 

그는 상상력, 자기 동일시, 해석을 통해 결핍과 빈곤함으로 인해 텅 빈 상태가 된 정신 공간을 채워준다.(181 페이지) 타인의 고통을 함께하는 것(독서 치료라는 일을 하는 것)은 인간성을 풍성하게 하고 창조성을 발전시키는 일(113 페이지)이라는 저자의 말이 여운을 남긴다. ‘우리의 고통을 이해하는 책들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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