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11월 18일) 중독치료 전문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는 분을 만났다.(내가 심리상담을 받은 것이 아님) 대화를 통해 나는 그 분이 자격증 공부를 거쳐 심리상담사가 된 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대학 전공자도 아니고 미술치료나 명상, 유식(唯識) 불교 등 다른 분야의 지식을 갖춘 분도 아니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대해 묻자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답으로 제시했다. 과거의 사건에 얽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의 말이었다.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아느냐 물었다. 그 분은 답을 하느라고 했지만 정답과 거리가 멀었다. 어설프게 알고 넘어간 뒤 흐지부지 잊은 것이 아니었다. 그 분에게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는 말은 처음부터 아예 들어보지 못한 지식이었다.

그러니 압축(condensation)을 은유(metaphor)와 연결짓고 치환(displacement)을 환유(metonymy)와 연결짓는 것에 대해서도 모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분은 언어학의 명제이자 문학에서 빈번하게 거론되는 수사인 은유와 환유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은 듯 했다. 물론 무의식이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는 말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내가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아느냐 물은 것은 저 분의 입장이라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한 것이었다.

내심 그 분이 그런 물음에 답을 해 이방인들을 안심시키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마음이 내게 있었다. 심리상담은 지식을 전하는 것도 아니고 정신분석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자격증 공부를 통해 얻은 단편적인 지식으로 더구나 문외한의 물음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분에게 홍준기 교수의 ‘라캉, 클라인, 자아심리학‘을 추천했다. 이 책을 권하며 나는 그 분이 우려한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이 멜라니 클라인 등에 의해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는 말을 했다. 공연한 개입이 아닌가 우려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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