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학 박사 고미송 님. 내가 처음 읽은 이 분의 책은 2011년 나온 ‘채식주의를 넘어서’이다.

2000년대의 약 30개월(2007년 1월 – 2009년 7월)간 채식주의로 살았던 경험을 반추하며 읽은 책이다.

육식은 잘못이고, 채식은 올바르다는 관점은 교조주의적 사고라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저자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의 뿌리를 같은 것으로 보았으며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대해서는 불편해 하지만 동물의 소비는 불편해 하지 않는 여성주의자들을 문제시 했다.

이 책의 논지에 공감한 나는 이 책 이전에 나온 ‘그대가 보는 적(敵)은 그대 자신에 불과하다‘를 읽게 되었다.

그런데 어렵고 낯선 개념들이 많아 잠시 제쳐 두기로 했었는데 6년이 지난 지금도 완독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던 중 어제 서대문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강의를 듣다가 휴식 시간에 우연히 여성신문(2017년 10월 26일, 1461호)을 보게 되었다.

이 신문에서 접하게 된 칼럼들 가운데 눈에 띈 것이 바로 최형미의 ’책으로 다시 만난 세상’이란 칼럼이고 그 날짜에 바로 ‘그대가 보는 적은 그대 자신에 불과하다’ 리뷰가 게시되어 있었다.

책의 논지를 따르는 한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것인 바 칼럼 제목(‘분노의 감옥에 갇힌 여성운동’)부터 심상치 않게 여겨지는 글이다.

제3의 길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지만 논란을 부를 수 있는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만이 아니라 남에게 피해를 받았다는 생각 그 자체도 마찬가지로 억압으로서의 효과를 갖는다.”(본문 중에서) 같은 글들을 이야기하기보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기를 바라고 두 가지 점을 말하고 싶다.

서평에 저자가 의거(依據)한 중관(中觀), 공(空), 연기(緣起) 등의 불교적 관점(저자는 불교도이다.)이 단편적으로라도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난해하기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내가 책을 읽다 그만 둔 것은 난해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시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난감해서이다. 신선하고 설득력도 있지만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평자(評者)가 저자(著者)의 논지를 비판할 법도 한데 그대로 설명하는 데 그쳤다는 점이다.

그래도 여성운동가들에게 고통을 다스리기 위해서 원인을 외부에서 찾아내려는 집착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한 저자의 논리를 소개하며 그것은 여성주의를 그만 두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들이 원인으로 찾아낸 것을 절대화하지 않는 겸손한 성찰을 권하는 것으로 해석한 것 등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대가 보는 적은 그대 자신에 불과하다’, 길게 공부해야 할 이슈의 책임에 분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