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쾨슬러는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세워진 소련의 1930년대 이후의 정치 상황을 비판적으로 그린 한낮의 어둠이라는 소설을 쓴 영국 소설가이자 비평가이다.

 

오래된 데다가 더 이상 새로운 생각거리를 주지 못하는 책들을 폐기처분할 때 몇몇 소설들을 남겨두었는데 그 중 한 권이 한낮의 어둠이다.

 

최근 정동 해설을 할 때 러시아 대사관도 이야기했는데 그것은 서울 중구(中區)를 소개하는 스마트폰 앱에도 포함되지 않은 러시아 대사관에 대한 연민(?)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제정 러시아를 무너뜨린 후 들어선 소련은 1991년 보수 세력의 쿠데타로 무너진다. 이로 인해 서울 주재 소련 대사관은 러시아 대사관으로 바뀌어 불리게 되었다.

 

이 때문인지 고종(高宗)의 아관파천(俄館播遷)이 일어난 장소를 정동 공원 언덕 길의 러시아 공사관이 아닌 옛 배재고 자리에 들어선 러시아 대사관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소련과 수교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이다. 아관파천은 1896년에 일어난 사건이다.

 

러시아 대사관은 우리에게도 관련이 있다. 김원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이기 때문이다.

 

2010년 후마니타스에서 나온 한낮의 어둠을 통해 만난 쾨슬러를 다시 만난 것은 그 다음 해이다.

 

체코의 정신의학자인 스타니슬라프 그로프의 코스믹 게임을 통해서였다.

 

그로프는 쾨슬러는 전체인 동시에 부분이라는 사실을 반영하는 우주 속 만물을 뜻하는 홀론(holon)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트랜스퍼스널(초개인적) 심리학자라는 말을 했다.

 

쾨슬러에 대한 관심은 '멋진 신세계'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헉슬리는 환각 체험으로 유명한 작가이자 문명 비판가이다.

 

헉슬리는 자신의 환각 체험을 인식의 문(Doors of Perception)'이란 말로 설명했다. 이 책 제목으로부터 짐 모리슨이 리더였던 록 그룹 도어즈(Doors)의 이름이 유래했다.

 

아서 쾨슬러에서 홀론, 러시아 대사관, 헉슬리, 그룹 도어즈까지 두루 꿰는 것을 일이관지(一以貫之)라 할 수 있을까? 미륜(彌綸) 즉 잇고 꿰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한 나무 전문가가 최근 쓴 책에서 수이관지(樹以貫之)란 표현을 썼다. 나무로 만물을 꿰어 설명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흥미롭다. 나는 문화해설로 만물을 잇고 꿰는지도 모른다. 억견(臆見) 없이 비약도 없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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