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에서 피해야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어제 정동(貞洞) 해설에서 고종이 1896년 아관파천(俄館播遷)으로 머물게 된 러시아 공사관에서 처음 커피를 접했고, 정관헌(靜觀軒)은 고종이 커피와 과자를 즐기기 위해 지은 전각이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고종이 아관파천 이전에 이미 커피를 접했다는 기록이 있다. 1884년부터 3년간 고종의 어의(御醫)를 지낸 알렌(Horace Newton Allen)이 쓴 ‘Things Korean‘이란 책에 의하면 아관파천 이전 궁궐에서 고종은 커피를 접했다.

이런 기록은 후에 언급할 퍼시벌 로웰의 책에도 있다.(‘Things Korean‘은 ‘조선견문기’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한편 고종 실록에 의하면 정관헌은 어진(御眞)을 모신 곳이다. 물론 정관헌은 어진 봉안에 적합한 신성한 분위기보다 서양식 카페 분위기가 나는 곳이다. 이런 점 때문에 정관헌과 고종의 커피 사랑을 연결지어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현실적으로 모든 자료를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자료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대한제국 시기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 사람들이 쓴 책들이 내 관심을 끈다.

고종의 어의였던 알렌(Horace Newton Allen: 1858 – 1932)의 ‘조선견문기’와 ‘알렌의 일기’, 여행가이자 작가였던 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 1831 – 1904)의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천문학자이자 작가였던 퍼시벌 로런스 로웰(Percival Lawrence Lowell: 1855 – 1916)의 ‘내 기억 속의 조선, 조선 사람들’ 등이다.

순서가 바뀌었지만 대한제국에 대한 관심은 유럽 스타일의 고풍스러운 정동(貞洞)에 대한 관심이 촉발한 것이다. 어제 내가 택한 동선은 정동 극장, 경운궁 중명전, 정동제일교회, 이화여고(손탁 호텔 터), 옛 러시아 공사관, 캐나다 대사관, 프란치스코 회 등이다.

이제 경운궁도 포함하고 배재학당, 영국문화원, 성공회 성당, 세실극장 등을 포함하는 종합 시나리오에 도전해보고 싶다. 어떤 면에서는 종묘(宗廟)보다 정동(貞洞) 일대가 내 주 해설처가 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드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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