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조너선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 1942 - )의 ‘해머링맨‘이란 작품을 처음 보았다.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앞에서이다. 해머링맨은 전 세계 여러 나라 도시에 설치되었다.
서울에 설치된 해머링맨이 가장 크고 다음으로 큰 것은 프랑크푸르트에 설치된 작품이다.

흥국생명 빌딩 앞에 설치된 헤머링맨은 무게 50톤, 높이 22미터의 거대 작품이다. 노동의 신성함에 경의를 표하는 작품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작가는 세계 곳곳의 다른 지역에 서로 다른 해머링맨을 설치하는 것이 목표라 말한다. 서울 작품에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털모자를 씌우고 신을 신긴 적이 있었다.

그렇게 지난 2월 처음 거대 조각상을 보았을 때는 숭고(崇高)라는 개념을 떠올리고 말았을 뿐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숭고는 거대 건축물을 보며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그것을 인식하는 우리 내면에 드러나는 이성의 이념이 숭고하다는 것이 칸트의 주장이다.

이번 걷기 일정(9월 11일)에서는 사진을 찍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거대 건축물을 지으면 국력이 쇠퇴하는 경우가 있다.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이집트는 문자가 처음 만들어진 뒤 얼마간 모든 기록이 단어 단위로만 이루어졌는데 이 거대 건축물을 지었을 때 오히려 비로소 문법을 갖춘 문장이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양정무 지음 ‘난생 처음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1’ 249 페이지)

국력을 과시하기 위해 무리하게 건축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집트의 경우 국력이 강해져 건축에의 여력이 충분히 생겼을 때 피라미드를 지었다고 보아야겠다.

‘해머링맨‘을 보며 하는 나의 이런 생각을 사유라고 해도 될까? 누구에게나 상상의 자유가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다.(텍스트 일변도에서 가끔 사진도 게시하라는 페친의 조언을 받아들이며... 감사함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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