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흔드는 글쓰기란 책에서 독문학 박사 프리츠 게징은 플로베르가 뷔퐁이라는 인물의 입을 통해 천재란 인내의 대가란 말을 했음을 전한다. 처음 나는 이 글을 읽고 뷔퐁이란 인물이 플로베르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여기 저기를 뒤지고 찾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박물학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토마스 만이 토니오 크뢰거란 작품에서 동명의 주인공을 통해 우리에게 인식만 있고 표현이 주는 즐거움이 없다면 영원히 우울해질 뿐이라는 말을 한 것처럼 플로베르도 그의 작품 어딘가에서 등장 인물을 통해 그런 명언을 한 것이겠거니 생각했지만 뷔퐁은 플로베르 작품의 인물이 아니라 실제 존재했던 박물학자였다.

 

천재는 인내의 대가라는 말은 인디언들의 기우제를 생각나게 한다. 그들은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니 실패하지 않는 것으로 기록되는 것이다. 인디언들이 성공할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에 실패가 없는 것과 작가가 인내하고 인내해서 성공해야 천재로 인정받는 것은 비교의 대상이 충분히 된다.

 

정시몬은 세계문학 브런치에서 플로베르를 문장에 결벽증을 보인 작가이자 작품의 완성에 완벽을 기한 수도승 또는 구도자 같은 사람이라고 소개한다.(267, 275 페이지) 이 말을 따르면 플로베르야말로 인내하고 인내해 천재가 된 작가란 말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천재란 인내의 대가란 말은 자신을 염두에 두고 인용한 글이 된다. 플로베르에게 모호한 문장이나 부적절한 어휘가 포함된 문장을 쓰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유사한 발음을 가진 단어를 쓰지 않기 위해서도 병적으로 집착했다.(‘세계 문학 브런치‘ 268 페이지)

 

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단어 하나 하나, 문장 하나 하나에 치열한 정성을 기울여야 명백하고 적확한 작품이 나오겠지만 그것은 걸작 탄생의 필요 조건이지 충분 조건은 아니란 말이다. 플로베르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고 명확한 단어와 문장보다 작가의 바람직한 안목과 가치관에 근거를 둔 치밀한 구성력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지? 물론 두 요소가 다 갖추어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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