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6일 경복궁 경회루 2층에서 본 그물을 창덕궁 돈화문 처마에서도 보았습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거리라도 되느냐 묻는 말씀이 들려오는 듯 합니다. 그 그물을 부시(罘罳)라 한다고 하네요.(그물 부, 면장面墻 시) 새가 날아들지 못하게 하는 그물이라네요.
경회루에서 듣기로는 새가 날아들면 지저분해지기도 하고 어린 생명이라도 생길 경우 뱀이 침입해 살생을 할 수도 있으니 궁궐에서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하려 그물을 친 것이라 합니다.
당시 제가 물었습니다. 궁 밖에서는 살생이 일어나도 되는 건가요? 해설사는 했던 말을 되풀이하는 것 외에는 새 답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난감한 문제였을 것입니다. 궁궐 (그물)이 살생 자체를 막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궁궐이 자신의 영역 밖에서 일어나는 살생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그것까지 책임지고 생각할 의무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번 창덕궁 외전(外殿) 시연에서 부시 이야기를 넣었습니다. 제가 이의를 제기했으면서도 경회루에서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넣은 것입니다. 아, 저도 같은 해설을 하는 것이 된 셈입니다.
오만하지만 악보(현악4중주 16번 4악장)에 ‘그래야만 했나?(Muss es sein?)’라는 말과 ‘그래야만 했다!(Es muss sein!)’는 자문자답을 적어놓은 베토벤 생각이 납니다.
베토벤으로서는 선문답 같았겠지만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하신 ‘다 이루었다(Es ist vollbracht)‘는 말씀을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말로 쓸 수도 있지 않았을까, 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