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성 정리의 수학자 쿠르트 괴델의 강박증은 유명하다. 그는 독살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아내가 먼저 맛을 본 음식이 아니면 먹지 않다가 아내가 장기 입원하게 되자 음식 먹기를 거부하고 결국 굶어죽은 사람이다.
괴델이 사망했을 당시 체중은 30kg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그의 이력을 접한 나에게 강하게 드는 생각은 어째서 그에게 그런 강박증이 생겼는지가 아니라 왜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지 않았을까?란 의문이다.
그런데 obsessive fear of being poisoned라는 그의 강박 가운데 obsessive라는 단어를 보니 obesity 즉 비만이란 말이 떠오른다. 독살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먹기를 거부한 사람의 강박으로부터 비만을 떠올리다니...
장석남 시인의 아름다운 산문집 ‘물의 정거장‘을 기억한다. 국수를 과식하고는 그렇게 육체적으로 어찌할 수 없게 만들면 속은 후련하고 괴로움에 안심이 된다고 말한 뒤 그런데 왜 그랬을까, 왜 그토록 잔인할까, 란 자책을 하는 내용도 포함된 책이다.
‘봄 들판에서‘란 글에서 자신을 ˝늘 허기지고 늘 헤매는 존재˝라 표현한 시인은 ˝지극히 섣부른 유목민은 일어나 다시 내가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온다. 어디로? 기갈든 삶 앞으로!˝라 말한다.
본문을 통해 알 수 있듯 시인이 말하는 기갈이란 정신적인 것은 물론 육체적인 것과 두루 관계하는 지향성이다.
며칠째 위에 문제가 생겨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신적 허기를 몸을 혹사시키는 방법으로 채우려 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찬찬히 내가 걸어온 생활의 궤적을 돌아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