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우리의 한 아카데믹한 연구자가 철학 이론으로 가수 김광석의 노래를 분석한 책을 냈었다.
어제, 오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맴돌았지만 아직 그 책을 읽지 않았다.
김광석 분석서에 대해 저자 이름은 물론 제목마저 기억하지 못하지만 김광석 개인의 특수한 상황을 분석한 위에 일반론을 도출한 뒤 다시 구체적 개인의 실존적 정황을 언급했으리라 보인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에는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란 가사가 나온다.
무엇과 이별하는 것인지 알지 못하지만 구체적으로 알려하지 않는 것은 나도 매일 이별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별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책이다. 시간 때문에, 그리고 체력은 물론 지력 때문에라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오는 신간들‘의 일부만을 읽을 수 밖에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책들과 이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기약할 수 없는 어느 시점에선가 만날 수도 있지만 그때의 나는 문제의식면에서나 정서적으로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기에 지금 이별하는 책들을 읽을 필요를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무한 팽창하는 우주처럼 우리의 책들은 우주가 종말을 맞을 때까지 쉼 없이 생겨날 것이다.
이 정도이면 이별의 아쉬움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공포감을 느낄 법하다. 이별을 아쉬워하기보다 만남을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인가 보다.
자신의 출신학교는 책이라고 말한 한 선인의 말이 생각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