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강의와 문화해설의 차이는 무엇일까? 역사는 주로 가시적 유물과 무관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분야이고 문화 해설은 궁궐(宮闕)이나 능(陵), 박물관의 구체적 전시물들 또는 유물들을 보며 무언가를 설명하는 분야이다.

어떻든 문화는 역사 강의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 요소들 가운데 하나이다. 내가 이렇게 역사와 문화의 차이를 생각하게 된 것은 우리역사문화연구소 김용만 소장의 ‘조선이 가지 않은 길’에서 세종 이야기를 접하고서이다.

이 책에 의하면 세종은 최고의 성군이지만 노비정책에서만큼은 너무 큰 실책을 범했다. 남편과 아내 가운데 어느 한쪽이라도 노비이면 그 자식은 무조건 노비가 되는 일천즉천(一賤則賤)에 따른 종천법(從賤法)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문화 해설에서도 당연히 세종의 이런 실책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가시적인) 전시물들을 보며 이야기를 하는 특성을 고려한다면 정책적 실수를 말하게 될 여지는 별로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물론 세종의 종천법 수용을 증거하는 자료가 있겠지만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세종의 그런 점을 널리 알리지 않는 것은 김용만 소장의 말대로 성군 세종의 명성에 금이 가지 않게 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높다.

세종의 종천법 수용 이후 조선의 노비 숫자는 확대 일로를 걸었다. 이는 양인(良人)의 감소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조선은 상당히 허약한 나라가 되었다.(어떤 경우든 균형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히 그런 점을 염두에 두는 해설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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