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심이지만 조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음을 실감합니다. ‘경복궁 vs 창덕궁‘의 구도를 공부하며 알게 된 태종의 안티테제인 정도전을 통해 성리학 - 관념적 지식에 매몰되었던 조선 중기 이후의 성리학과는 다른 고려말과 조선 초기의 개혁적인 성리학- 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다행입니다.
지난 해부터 이어진 조선에 대한 관심이 왕들과 관계된 궁궐과 박물관 순례로 이어졌습니다.
능도 궁궐보다 못하지만 어느 정도 가고 있고 신위를 모신 종묘에서는 이제 곧 모일 것이고 조선왕조실록도 공부하게 될 터인데 조선왕조의 발상지 전주, 그리고 그곳의 경기전에 소장된 어진 등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스스로 분발을 다짐하게 됩니다.
왕이 유배생활했던 - 가령 단종이 유배되었던 영월 청령포 같은 - 곳에도 언젠가는 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주 어진박물관에 대해 알고 싶어 인터넷 사이트를 찾았는데 슬라이드 방식으로 옆으로 움직이는 전시물들이 너무도 리얼해 마치 현장에서 태조의 어진을 직접 보는 듯 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두 개의 자아란 개념입니다. 하나는 물리적 자아이고 다른 하나는 육체가 없는 곳에서도 존재하는 온라인 자아입니다.
‘감각의 박물학‘의 저자인 다이앤 애커먼은 최근 작인 ‘휴먼 에이지‘에서 온라인 자아는 우리가 가다듬고 유지해야 하는 것이라 말하며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없을 때조차도 우리의 온라인 자아를 향해 반응한다고 말합니다.
이렇듯 애커먼이 말하는 것은 온라인에 존재하는 우리의 자아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의미하고 제가 말하는 것은 온라인을 통해 자료를 봄으로써 생기는 우리의 자아 감각이니 차이가 분명합니다.
서울을 수식하는 많은 말들 가운데 제게 가장 어필하는 것은 ˝한양은 유학자가 설계한 계획도시이며 유교적 이념을 집약한 도읍˝(장인용 지음 ‘주나라와 조선‘ 251 페이지)이라는 말입니다.
숭례문(崇禮門), 흥인문(興仁門), 보신각(普信閣), 회현(會賢), 적선(積善), 안국(安國), 가회(嘉會)등 유교의 덕목인 인의예지신 등의 이념이 깃든 서울, 그것도 문화도시 종로에서 계속 공부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행복합니다.
연구원 지원서를 쓸 때 변변하게 쓸 이력이 없어 우울해 하자 조선 시대에 관료 진출을 하지 않고 공부만 한 선비들이 얼마나 많느냐는 말로 제게 최고의 격려를 해준 동기 이** 선생님께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