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실학박물관 앞에서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이중창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를 이름으로 한 음식점겸 카페를 만났다.(5월 16일)
육십줄의 여 사장은 자기가 좋아하는 작곡가는 (모차르트보다) 브루흐라는 말을 했다. 운길산 역에서 56번 버스를 타고 간 실학박물관도 ‘저녁 바람 부드럽게‘도 모두 좋았다.
이은규 시인의 ‘다정한 호칭‘에 나오는 ‘꽃그늘에 후둑, 빗방울‘의 첫 줄을 기억하며 순례하듯 박물관을 돌았다. ˝떠나옴과 떠남이 붐비는 소읍의 터미널˝...
박용래 시인이 ‘저녁눈‘이란 시에서 눈발이 붐빈다는 말을 했지만 이은규 시인은 사람이 아니라 떠나옴과 떠남이 붐빈다는 말을 한 것이다. 박물관은 호학(好學)의 열정이 붐비는 곳이 아닐지?
이은규 시인은 ˝모퉁이를 막 돌아나가려는 버스/ 그 순간을 마주하지 못해 고개 돌렸을 때/ 백작약이 거기 있었다, 피었다˝고 했다.
우리가 본 실학박물관 주변의 꽃들이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나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으니 ‘우리가‘라 하기보다 ‘내가‘라고 해야 하겠다.
‘다정한 호칭‘에서 인상적인 단어는 절기란 말이다. 이 단어만으로 새로울 것은 없지만 ˝절기 전에 꽃을 잃는 기억˝이란 말과 ˝절기와 헤어진 꽃과 꽃잎들˝이란 말에 이르면 절기란 단어의 의미는 깊어 보인다.
꽃이 귀함을 알게 하는 절기라는 말... 절기 전에 잃은 꽃을 슬퍼하고 절기에 맞춰 아름다운 꽃들을 즐겨야 하겠지?(즐기기 전에 오늘 면접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