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라다 도라히코의 ‘어느 물리학자의 일상’, 캐슬린 제이미의 ‘시선들’을 내 글쓰기의 이상(理想)으로 삼으려 한다.
일본 최초의 과학 문필가라 불리는 데라다 도라히코는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문하생이었던 물리학자였다.
과학적 정밀함과 문학적 유려함이 한데 어우러진 글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캐슬린 제이미는 ‘벤투의 스케치북’ 등의 저자인 평론가 존 버거가 에세이 형식을 마술처럼 주무르는 여자 마법사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스코틀랜드의 작가이다. ‘시선들’은 그가 쓴 자연 에세이이다.
내가 자연을 대상으로 한 에세이를 주목하게 된 것은 샤먼 앱트 러셀의 인상적인 에세이집인 ‘꽃의 유혹’을 읽고서부터이다.
러셀은 자연자원 보존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꽃의 유혹’에서 그는 자연은 결코 자신 앞에서 침묵하는 법이 없다고 말한다.
러셀은 자연이 자신에게 속삭이며 때로는 “아름다움, 아름다움, 아름다움”이라 소리친다고 말한다.
다이앤 애커먼의 ‘휴먼 에이지’도 자연을 대상으로 쓴 시적인 문체의 글이다. 애커먼은 박물학자이자 에세이스트이자 시인으로 자연과 과학의 언어를 시의 언어로 옮기는 작가라는 평을 받는다.
일본의 물리학자 유카와 히데키도 언급할 만하다. 그는 “과학자로서는 드물게 많은 에세이를 남”(고토 히데키 지음 ‘천재와 괴짜들의 일본 과학사’ 202 페이지)긴 사람이다.
고토 히데키는 이론 물리학자는 논리에 엄격하고 군더더기를 싫어해서 문장을 계속 간결하게 수정하며 심지어는 문장에 적합한 말은 단 하나 밖에 없다고 생각해 단어 선택에 극도로 신중하다고 말한다.(‘천재와 괴짜들의 일본 과학사’ 204 페이지)
일본 최초(1949년)의 노벨상(물리학) 수상자인 유카와 히데키는 명문장가로 이름을 날렸다. 고토 히데키는 이론 물리학자들의 그런 각고의 노력으로 시퍼렇게 간 칼날과 같은 날카로운 문장이 완성된다고 말한다.
물론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그렇게 시퍼렇게 간 칼날과 같은 날카로운 문장은 따뜻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물론 나는 시퍼렇게 간 칼날과 같은 날카로운 문장은 따뜻하지 않을 것 같다는 내 생각이 뉴턴이 무지개를 프리즘의 색으로 환원함으로써 모든 시정(詩情)을 말살했다는 시인 존 키츠식의 생각과 얼마나 거리가 있는지 알지 못하겠다.
다이앤 애커먼의 ‘휴먼 에이지’를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