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트 피코 아이어(Pico Iyer)란 이름을 들으니 싯다르타와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닌가 궁금해진다. 물론 그는 인도 혈통의 영국 에세이스트일 뿐이다.
그의 ‘여행하지 않을 자유’란 책이 생각을 이끈다. 번역본 제목보다 원제(The Art of Stillness : Adventures in Going Nowhere)가 오히려 강한 뉘앙스를 전한다.
그의 책에 영향을 받아서이겠지만 “그래, 너무 밖으로만 마음을 두었다” 싶으면서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여행지를 안내하는 책들을 들추고 인터넷 기사를 검색하고 있는 내가 보인다.
아이어는 이스터 섬에서 에티오피아코, 쿠바에서 카트만두로 세계 곳곳을 여행했으나 어느 날 사방을 여행하며 만족을 찾는 자신의 행위가 공허한 행위, 즐거움을 찾는 강박이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문제는 그가 수많은 여행지를 찾았기에 그런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싯다르타가 쾌락(왕자로서의 삶)과 고행(뼈만 남았을 정도의 단식 등...) 등을 거칠 만큼 거쳤기에 중도(中道)의 진리를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처럼.
고미숙은 “비움과 채움, 머묾과 떠남의 이중주!”를 말하며 오히려 우리 시대의 유목(遊牧)은 도심 한 가운데가 적당하다고 말한다.(‘로드 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25 페이지)
아이어에게 자신이 지금껏 한 여행 중 가장 위대한 것은 내면으로의 여행이라고 한 레너드 코헨의 말과 비교하도록 하는 말이다.
아이어는 내면을 말하고 고미숙은 “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몸은 움직여야 한다.”는 말을 한다.(22 페이지) “출가란 바로 이 가족의 그물망을 벗어나는 것”이란 말도 고미숙의 책에는 있다.
고미숙의 책에 더 마음이 가는 것은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러기에 고미숙이 권하는 ‘길 위에서 길 찾기‘는 사색(思索)이고 구도(求道)이고 속박의 그물망을 벗어나는 것인 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다. 여행이 어디 쉬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