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형상을 보고 만든 단어들 만큼 의미있고 운치 있는 것들은 별로 없는 듯 하다. 발음이 같을(유사할) 뿐이지만 나비(nabi)는 히브리어로 예언자를 뜻한다.

폴 고갱에게서 영향을 받은 폴 세뤼지에가 파리의 젊은 화가들을 모아 19세기 후반 만든 반인상주의의 나비파(Les Nabis)란 이름이 예언자를 뜻하는 히브리어 나비에서 온 것이다.

나비라는 단어가 들어간 나비눈이라는 단어가 있다. 못마땅해서 사르르 눈을 굴려 못 본 체 하는 눈짓을 말한다.

조선시대 말 중 나비를 주고 받는다는 말이 있었다. 칼로 베어낸 저고리 앞섶 조각을 이혼의 증표로 주는 것으로 상대가 받으면 이혼을 수락하는 것이 된다.

할급휴서(割給休書)가 원래 말로 베어낸 저고리 앞섶 조각이 나비 모양이어서 나비를 주고 받는다는 말로 통했다. 심각한 상황에서 가볍고 우아한 나비를 상상하는 것은 운치(韻致)의 정점인 듯 하다.

지난 수요일(4월 26일) 용산도서관에서 유종인 시인의 강의를 들었다. 기법보다 일상적인 정서 차원에 초점을 둔 강의에서 시인이 주문한 것은 하루에 하나씩 순 우리말을 사전에서 찾아 (외우지 말고) 눈여겨 보아두라는 것이었다.

나비눈은 그래서 찾다 만난 낱말이다. 언어의 한계가 사유의 한계라는 말은 언어의 확장은 사유의 확장을 의미한다는 말로 고칠 수 있을 것이다. 순 우리말을 하나씩 알아가면 사유가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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