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유물들 가운데 전시되는 것은 일부이고 대부분은 수장고(收藏庫)에 갇힌 채 영원한(?) 시간을 보낸다.

유물이 늘어 수장고의 공간적 여유가 없어지면 다른 곳으로 옮겨지겠지만 학예사들이 설정한 흥미로운 주제에 합당해 전시되지 않는 한 수장고 처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유물들은 원래 박물관에 전시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즉 박물관은 유물의 고향이 아닌데 전시라도 된다면 보람을 느끼겠지만 수장고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면 어둠과 슬픔으로 물든 삶을 사는 것이 된다.

책은 어떨까. 책도 보관 창고에 갇혀 빛을 못 보다가 폐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책의 그런 운명보다 더 한 문제는 생각을 풀어내지 못하는 것일 테다.

학예사들이 설정한 주제에 따라 유물들이 전시되듯 미발현된 내 생각들도 주제가 얼마나 흥미로운가에 따라 구체화되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갇혀 지내는 것들이 얼마나 빛을 보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세상의 정도는 다르다.

(두보의 시를 응용해 말하자면) 얼마나 많은 꽃잎이 떨어지는가에 따라 봄빛의 양이 달라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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